기부하고도 욕먹은 회장님, 왜?

산업 / 유상석 / 2013-03-25 12:28:35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기부 꼼수’ 논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비영리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빈껍데기 기부’라는 논란이 이는가 하면, 심지어는 ‘꼼수’라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는 이 회장이 기부한 ‘스위트밀’이 심각한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비영리 장학재단에 기부, 장학사업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스위트밀은 코오롱의 외식사업 계열사로, 빵집 프랜차이즈인 ‘비어드파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스위트밀’이 부실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코오롱 그룹은 재벌 최초로 제빵사업 철수 일환의 방편으로 ‘기부’를 선택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알맹이 없는 주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부의 탈을 쓴 ‘꼼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기부’ 탈 쓴 ‘폭탄 넘기기’?

▲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외식 사업 계열사 ‘스위트밀’을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하지만 이 계열사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동반성장위원회가 제과제빵 등을 포함한 14개 분야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의결함에 따라 빵집 ‘스위트밀’ 사업에서 철수하고 이웅열 회장 소유의 스위트밀 주식을 장학재단 ‘꽃과 어린왕자재단’에 모두 기부하겠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이 회장이 이번에 기부한 스위트밀 지분은 19.97%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의 외식사업 계열사인 스위트밀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57.14%(400만주)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일본 외식업체 무기노호(22.89%)가 2대 주주다.

코오롱그룹의 외식 프랜차이즈 계열사인 스위트밀은 카페테리아에 음료와 베이커리를 납품하거나 고속도로 휴게소 및 백화점 등 총 30여 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스위트밀은 베이커리 ‘비어드파파’와 커피전문점 ‘스위트카페’, 치즈케이크 전문점 ‘티오글라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재벌빵집 규제 목소리가 거세지는 와중에도 스위트밀은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업 규모가 논란이 될 만큼 크지 않았고, 손실도 적지 않은 고만고만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스위트밀의 매출은 작년 39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스위트밀이 이제 와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스위트밀이 애물단지나 다름없는 부실회사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특히 지속적인 실적부진으로 2008년에 유상증자를 실시했지만 여전히 자본잠식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스위트밀은 계속된 실적 부진으로 2010년(매출 30억)과 2011년(매출 39억) 이익을 보지 못하고 각각 2억원, 1억8000만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 28억, 영업 손실 7억1000만원을 기록한 2009년보다는 낫지만 줄어드는 회사의 규모와 누적되는 순손실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2009년 74%였던 자본잠식률이 2011년 88%까지 늘어났다.
이웅열 회장은 한때 지분을 27.96%까지 늘리며 외식사업에 대한 기대를 걸었지만 10년 째 회사에 적자만 누적되자 2008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분율은 19.97%로 떨어진 셈이 됐다.

▲ '스위트밀'이 운영하는 빵집 브랜드 '비어드파파'.
◇ ‘어차피 안팔려… 기부하고 생색내자’?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기부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건실한 재무구조를 지닌 회사를 기부한 게 아니라 애물단지나 다름없는 부실한 회사를 기부해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의 기부는 보통 기업이 장학재단에 기부를 하는 경우인 기본 수익 사업을 전제로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수익성뿐만 아니라 자본잠식의 상태에 있는 회사의 지분을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것이어서 이 회장의 기부에 대한 ‘진정성’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업계일각에서는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기부행위가 ‘부적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는 각 회사별로 장학재단을 운영해 오고 있지만 부실기업을 장학재단에 기부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학재단 설립 목적은 장학사업인데 재단 수익사업이 없다면 원래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다”며 “보통은 수익성 있는 재산을 기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주식을 기부했다면 응당 주주배당금 수익이 나와야 장학사업 취지에 맞는 것”이라며 “적절하지 않은 것을 기부했다면 기부 목적과 가치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익성 없는 주식을 기부한 이 회장의 행위는 기부의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어차피 거래되지도 않을 주식, 이번 기회에 털어내기 위한 꼼수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자기 자본 잠식 상태의 주식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
여의도 H증권 관계자는 “자본 잠식 상태의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라 하더라도 미래가치가 없고 사업수익성이 없다면 주식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만약 주식거래가 이뤄진다면 미래의 가치나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의 육성 계획이 있는 경우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 할 것”이라고 말했다.
E증권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자본잠식 회사 주식을 사지는 않는다”며 “증권업계가 불황인데 어느 투자자가 부실기업의 주식을 살 리가 있겠느냐? 대기업도 자금운영을 그렇게 하지는 않는 게 요즘 추세”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대기업 ‘부실계열사’라도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코오롱 “성장가능성 충분… 꼼수 아냐”
이번 논란에 대해 코오롱 측은 “스위트밀은 앞으로 충분히 성장할 가치가 있지만 골목상권 및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위한 결정”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아직 사업초창기에 해당해 외견상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지만, (스위트밀이) 언젠가 성장하게 되면 장학재단 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 말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껍데기 기부’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런 시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장학재단에 넘어간 지분은 ‘스위트밀’ 지분 중 일부일 뿐”이라며 “사업이 초창기이기 때문에 부진할 수 있으나 충분히 성장 가치가 있다. 사업에 수익이 나면 지분에 맞게 배당해 장학사업에 쓰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빵사업을 중단하기 위한 절차로 회장의 지분 처분방법을 고민하다가 기부방법을 선택했다”며 “기부에는 어떤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 소식] 키움·KB·신한투자·대신·한국투자·카카오페이증권

    증권업계가 토큰증권과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모주·가족 자산관리와 문화 콘텐츠 마케팅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KB증권은 기관투자자 대상 토큰증권 사업에 나섰고 신한투자증권은 AI 투자정보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신증권은 공모주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하며, 한국투자증권은 가족 자산관리, 키움증권은 e스포츠를 앞세워

    2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 1년 133% 올랐지만 고점 대비 34%↓…원전 계약에 쏠린 시선

    현대건설(대표 이한우) 주가가 최근 1년간 130% 넘게 상승했지만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30% 이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한 달간 다시 20% 넘게 오른 가운데 증권가는 해외 원전 사업이 실제 계약과 수주로 이어지는지를 향후 주가 흐름의 주요 변수로 보고 있다.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

    3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4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5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