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기업살인 언제까지…

산업 / 유상석 / 2013-03-19 10:00:10
대우조선해양, 계속되는 노동자 사망

지난 2월7일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에 투입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았던 전 모(19) 군이 사고 당시 건조 중인 4241호 컨테이너선 A안벽(배를 접안하기 좋도록 항만에 쌓은 벽)에서 해치 커버를 닫는 작업을 하던 중 26m 아래로 추락해 그대로 사망한 것.

이에 앞선 지난 1월15일엔 역시 조선소에 입사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던 23세의 하청 노동자 민 모 씨가, 지난해 11월엔 48세의 노동자 박 모 씨가 목숨을 잃었다. 넉 달 사이 사망자만 3명이 나온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 최근 중대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과 관련,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과 인권단체 등이 책임자 처벌과 특별근로감독 시행, ‘기업살인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에서 넉 달 사이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노동단체들은 “충분한 안전조치 없이 강행한 무리한 작업 탓”이라고 지적했다.


◇ 넉 달 간 사망자만 3명
지난해 11월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 씨는 사고 당시 특수선 3공장 북쪽 7710호선 하부에서 선박 구조물을 이동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구조물(트레슬)이 균형을 잃고 전복되면서 지면과 구조물 사이에서 협착 사망했다.

이 사고가 있은 지 두 달 만인 지난 1월15일 대우조선해양 조선소에서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원ㆍ하청 노동자 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사고 당시 이들은 조선소 내에 있던 컨테이너선에 블록을 탑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전날 탑재해 놨던 대형 블록이 20미터 아래로 떨어지며 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친 것이다. 이 사고로 조선소에서 일한 지 채 한 달여밖에 되지 않았던 23세 하청 노동자 민 모 씨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7일에는 19세 하청 노동자 전 모군이 컨테이너선 해치 커버를 닫는 작업 중, 26미터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 “산재는 살인, ‘기업살인법’ 제정해야”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조직위원회(이하 ‘하노위’), 조선하청노동자연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창원지부, 노동건강연대,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등(이하 ‘하노위 등’)은 최근 계속되는 일련의 대우조선해양 노동자 사망 사고와 관련, 책임자 처벌과 특별근로감독 시행, ‘기업살인법’ 제정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사망 사건은 발생 경위와 처리 과정이 모두 의문투성이”라며 “충분한 교육과 준비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초보 작업자가 어떤 경위로 추락 지점까지 혼자 가게 됐는지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재 하노위 의장은 “하노위가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고인의 빈소를 찾자, 유족과 접촉하는 것을 사측(하청업체)이 제재하는 등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며 “19세 꽃다운 사회 초년생의 죽음은 이윤에 눈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노위 등은 이 3건의 작업장 사고가 “예고됐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 조치 없이 무리하게 작업이 강행했기 때문에 발생한 재양”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노위 등은 “노동자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생산량을 맞추는 데에만 혈안이 된 대우조선해양과 사내 하청업체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며 책임자 처벌과 ‘기업살인법’ 제정을 요구했다. 중대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 노동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책임자들을 솜방망이 처벌하거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도록 놓아두고 있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기업살인법이란 작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을 기업에 의한 ‘살인’으로 취급해 사업주를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영국은 지난 2007년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Law)을 제정했다. 노동자 한 명이 산업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 해당 기업은 약 7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이 법을 제정하기 전에도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가 2010년 기준 한국의 14분의 1에 불과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대우조선해양에서 발생한 연쇄 사망 사고의 책임을 정부에도 물었다. 이들은 “정부는 산재가 드물게 발생하고 안전 관리 시스템 등이 우수한 업체를 선정해 정부 주도의 안전 점검을 면제해 주는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대우조선해양 역시 자율안전관리제도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매년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되는 대우조선해양이 안전관리 우수업체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중대 사고 발생 전까지는 모든 안전 관리를 기업에 맡기는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즉각 폐지하고 대우조선해양에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특별근로감독 시행 전망… ‘기업살인법’ 제정은 어려워
하노위 등의 주장에 따라, 관할 관청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통영고용노동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제도의 대상인 것은 맞으나, 중대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엔 이와 상관없이 근로 감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산재 사고가 2건 이상 발생한 만큼 조만간 근로 감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기업살인법’ 제정은 대한민국 형사법 체계상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진연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진연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인을 형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형사법 체계상, 기업에게 살인죄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따라서 ‘기업살인법’이 제정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횡령이나 배임 등 재산범죄에 한해 예외적으로 법인의 범죄능력을 인정하자는 견해가 일부 법학자들 사이에서 있긴 하지만, 법인이 직접 살인행위를 저지른다는 개념을 인정하는 법학자는 찾기 어려운 점, 법인과 법인의 대표자인 개인은 서로 전혀 다른 별개의 인격체인 점 등을 고려하면, 법인을 처벌하거나 법인의 잘못을 이유로 대표자 개인을 처벌하는 ‘기업살인법’이 탄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형사법과는 별도로 노동법적인 제재는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대우조선해양 “규정에 따라 안전교육 실시 중”
계속되는 노동자 사망사건과 관련, 대우조선해양 측은 “규정에 의한 안전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우조선해양 측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규정에 따른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협력업체에서도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최근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서는 아직 노동부나 경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는 회사의 공식 입장을 밝히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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