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탁할 때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당하면 무안하고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직자들은 누가 부탁을 하면 딱 잘라 거절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검토해보겠습니다. 연구해보겠습니다”하고 끝을 맺는다. 민원인들을 무안하지 않게 하기위한 언어상 배려다. 사실 “연구해보겠습니다”하면 거절이나 마찬가지다.
청탁을 거절당하거나 성사되지 않으면 삐쳐서 원망하고 심지어는 욕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의 인간관계마저도 금이 가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탁은 어렵게 하지 말고 쉽게 하여야 한다. 가능하면 제3자를 통하지 말고 직접 하는 게 좋다. 부탁이라기보다 의논한다고 생각하라.
부탁의 성공확률은 10%도 안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것이다. 부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상대방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흔히 자기가 생각한 것처럼 그 사람이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입장도 못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사람도 또다시 부탁을 해야 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을 모를 경우, “전화 한통이면 되는데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기 일쑤다.
부탁받는 사람도 자기의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가능하면 부탁이 성사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 얼마나 답답하면 부탁을 했겠는가. 부탁하기 전에 노심초사하는 심정도 헤아려 주어야 한다.
부탁도 품앗이다. 남의 부탁을 귀찮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자기 부탁을 귀찮아 할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돕고 살지 않으면 살수가 없다.
부탁은 의사소통의 첫 단계다. 부탁할일이 있으면 서슴지 말고 부탁하라.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 수가 없다. 말도 하지 않는데 스스로 알아서 헤아려 줄만큼 상대방은 한가하지가 못하다. 성경에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란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부탁이 성사되면 두말할 것 없이 감사 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부탁이 이루어지면 당연히 될 것이 된 것처럼 도와준 사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자신의 선명성과 능력을 과시하기위해 부탁한 사람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그러면 그 사람은 남의 부탁을 외면하는 습성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개인적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불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은 남의 부탁에 노이로제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가 부탁을 하면 ‘또 한사람 잃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탁이 성사되면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하고, 부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삐쳐서 원망하고 심지어 욕하고 다니니 죽을 맛이다.
부탁은 주저하지 말고 쉽게 하여야 한다. 하지만 부탁이 성사되든 되지 않든 부탁한 사람에게 미안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약력>
제 4,5대 민선충주시장, 전 한국농어촌 감사
현 두레정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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