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모럴해저드, 상속 거부(巨富) 비중 높은 한국형 질환

산업 / 박진호 / 2014-12-13 17:20:35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이른 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재벌 오너 집안 ‘갑의 횡포’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재벌 구조에 의한 폐해가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눈길을 끌고 있다.


포브스에 의하면 올해 기준으로 국내 10대 부자 중 자수성가 형 인물은 단 한명도 없다. 이건희-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부회장 부자를 비롯해 정몽구-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부회장 부자는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등 대부분이 상속에 의해 부를 세습하고 있다.
김정주 NXC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의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창업으로 자수성가한 인물들도 국내 50대 부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국 50대 부장 중 창업자는 총 12명으로 상송으로 부를 세습한 이들에 비해 지극히 적었다.
이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비롯해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래리 앨리슨 오라클 회장 등 부자 순위 1,2,3위를 모두 창업을 통한 자수성가 인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미국 역시 석유 재벌 그룹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형제인 찰스 코크 회장과 데이비드 코크 전무와 같은 상속 부자도 존재한다. 특히 미국 최고의 여성 거부로 꼽히는 크리스티 월튼은 월마트르 창업한 샘 월튼의 첫 번째 며느리로 상속 재산에 의한 거부다.
그러나 미국은 10대 부자 중 창업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50대 부자 중에는 35명이 스스로 자수성가한 인물이어서 상속을 통해 부를 승계한 비율이 우리나라보다 46%나 낮았다.
이는 이웃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재일교포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유니클로로 대표되는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 미니타니 히로시 라쿠텐 회장 등 10대 부자 중 8명이 창업으로 스스로 일어선 인물이며 상속으로 부를 승계한 경우는 산토리홀딩스의 사지 노부타다 회장과 모리 트러스트의 모리 아키라 대표 등 두 명 뿐이었다.
50대 부자 중에서도 일본은 창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인물이 40명으로 80%를 차지해 우리나라와 큰 대조를 보였다.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과 관련해 지난 12일 대국민 사과에 나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말문을 열었고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조현아의 애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란다’고 고개를 숙였다.
재벌 가문의 그릇된 가정교육과 어려서부터 어려움 없이 부를 세습한 이들의 남다른 가치관이 빚은 모럴해저드가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창업을 통한 ‘자수성가’보다는 이미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이들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잡혀있는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병폐도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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