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더블딥 파도' 밀려오나

산업 / 김정훈 / 2009-10-12 17:03:39
원화.유가.금리 3高 불안..."가능성 희박" 의견도 미국 등 주요국가의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도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의 고용사정과 부동산ㆍ금융 지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경기 부양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출구전략' 시행시기는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가치, 시장금리, 국제유가 등 3가지 가격이 오르는 '3고 현상'도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비교적 튼튼한 만큼 더블딥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한국 경제도 흔들린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세계 경제의 바다 위를 위태롭게 항해하는 선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경기부양책의 '실탄'이 곧 떨어지고, 낮은 재고율에 따른 생산 증가세도 곧 꺾일 수밖에 없으며, 저축률 상승과 은행의 대출 요건 강화로 소비가 부진해져 더블딥 우려가 있다"면서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내년 하반기 이후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도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더블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경기부양책이 소진되고 금융기관 부실이나 섣부른 출구전략으로 회복이 더뎌지면 더블딥이나 장기불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도 "내년에 기저효과로 상고하저(上高下低)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외 악재가 겹칠 경우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평론가인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구조조정을 등한시하고 돈을 풀어 소비를 독려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경기가 더 크게 주저앉을 수 있다"면서 더블딥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더블딥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그 가능성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쪽에서는 경기 상승세가 조금 꺾이는 '스몰딥' 등 다른 형태의 경기곡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나이키 문양'(끝이 약간 올라가는 반쯤 기울어진 'L'자) 또는 수학의 '루트 기호'와 같은 경기곡선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연구위원은 "일시적으로 경기가 등락하면서 작은 'W'자가 될 수는 있지만 이를 더블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임지원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외환위기와 카드사태를 거치면서 금융부문의 부실을 덜어냈고, 재정도 튼튼하다"며 "1개 분기 정도가 전년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하더라도 이는 스몰딥이나 'U'자형 저성장"이라고 주장했다.
기준금리나 재정정책에서 출구전략 시기를 잘 조율한다면 더블딥 파고를 무리없이 넘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정책 효과가 줄어들고 민간 부문의 호전 속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앞당겨 시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더블딥 우려와 별도로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문제는 원화가치 상승, 시장금리 상승,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요약되는 '3고 현상'이다.
그동안 원화가치, 금리, 국제유가 수준이 낮은 덕을 톡톡히 봤지만 이 처럼 우호적인 여건이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순우 실장은 "내년에 일종의 3고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며 "올해보다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겠지만 기업 수익성은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교수는 "3고 가운데 국제유가는 낮은 환율로 어느 정도 상쇄되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00~1,100원까지 내려가고 장단기 금리차와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차가 벌어질 경우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원화가치는 워낙 낮았기 때문에 상승 가능성이 있고 물가와 금리의 경우 경기 개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올라간다"고 밝히고 "내년에는 엔화가 원화보다 10%가량 약세를 띠면서 수출에 꽤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기획재정부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은 "금리와 환율은 조금 부담이 되지만, 이런 변수들이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쪽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창배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은 빠르지 않을 것이고, 국제유가와 금리도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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