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수 둔 어윤대 회장…여기서 끝?

산업 / 유상석 / 2012-07-26 16:21:41
KB, 우리금융 인수 ‘좌절’…이사회·정치권 “타이밍 나빠”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KB금융지주가 예비입찰에 불참키로 하면서, 경영진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KB금융지주 이사회는 25일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고, 우리금융지주 예비입찰 참가 여부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길지 않았다. 격론이 예상된 것과는 달리, 의외로 싱겁게 끝난 것. 이는 어윤대 회장이 간담회에 앞서 이사진들에게 포기 의사를 밝혔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 회장은 “좋은 기회지만 여러 여건상 입찰 참가가 어렵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 회장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사진 전원이 입찰 불참에 동의하는 형태로 간담회가 마무리됐다. 이사회에 참여한 KB지주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사전에 참여 여부를 조율한 것으로 해석했다.



◇ KB “우리금융 인수 참여 않겠다”
25일 서울 중구 명동 KB금융지주 본사 7층에서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지주 사장(상임이사),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7명, 민병덕 국민은행장(비상임이사) 등 이사회 멤버 10명이 참여했다.


KB금융 이사회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대내외적인 환경이 매각에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불확실하고 ING생명 인수 등 다른 인수ㆍ합병(M&A)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금융까지 인수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민은행 노조의 인수 반대와 최근 금융권을 휩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 등의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아울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와 여야 정치권 모두 우리금융 매각을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점도 부담이 됐다. 회의 직후 한 사외이사는 “우리금융 합병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 이사회 설득 실패… “내부 경영진도 반대”
어 회장은 지난 13일 임시 이사회 때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며 이사회를 설득했었는데, 그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어 회장이 이사회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결과”라며 “어 회장이 결국 한 발 물러선 셈”이라고 전했다.


은행 내부적인 의견도 무시하지 못할 이유다. KB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 인수전 불참은 이사들끼리만 논의된 것이 아니고 KB 내부 경영진들의 논의도 있었다”고 밝혔다. 어 회장은 ‘축복받는 인수합병(M&A)’라는 말까지 쓸 정도로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룹 안팎의 반대에 의지가 한 풀 꺾인 셈이다.


어 회장이 이사회와 KB 내부에 대한 설득 실패로 받을 충격파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어 회장은 당초 정부 당국에 ‘이사회가 찬성한다’는 이유로 우리금융 예비입찰 참여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사회의 반대’를 이유로 이를 중단했으니, 앞으로 책임경영이 어렵고, 의사결정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는 물론이고 내부 경영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최고경영자가 뚜렷한 원칙과 기준 없이 자신의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쉽게 번복한다면, 어떻게 경영진을 믿고 따르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더구나 어 회장은 지난 2010년 취임 이후 굵직한 업적을 내세우지도,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민영화 참가를 어 회장의 연임과 연결돼 보는 것으로 시각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우리금융 입찰 포기로,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작업도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향후 인수가격 협상은 물론이고, 인수 후 통합(PMI) 작업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 인수전 불참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KB금융 내부에서는 인수전 불참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합병에 따른 효과를 생각하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등, 경쟁 은행들이 몸집 불리기로 힘을 키워나가는 상황에서 KB금융이 이대로 머물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많았다.


어 회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그동안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것인지 여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진에 우리금융 합병 때 장단점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KB의 장기 비전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만한 사안이었지만 외부 환경을 의식한 탓에 중도 포기한 결과가 됐다”며 아쉬워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다음 정부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윤대, 인수전 참여 자신감 드러냈지만…
어윤대 회장은 그간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왔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과 합치면 지점이 2000개가 넘는데 중복점포가 많고 노조의 반발도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복점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마련해두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그는 “문제는 정치적인 이슈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정치권에선 하필 왜 지금이냐고 질타하고 있고 청와대도 ‘타이밍이 좋지 않다’며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금융당국은 KB를 위해 최대한 장을 마련해 주려는 분위기지만 KB입장에선 어려움이 적지 않다. 좋은 일을 하는 건데 이왕이면 환영받으면서 하고 싶지 악을 쓰면서까지 추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통해 증권과 커머셜뱅킹 부분에서 큰 시너지를 기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행만 놓고 보면 우리은행은 주거래 대기업이 13개나 되는 등 기업금융쪽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도 잘 구축돼 있어 국민은행이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며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ING생명 입찰에도 참여 중인 KB금융의 자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자금은 문제 되지 않는다. 현금과 차입 등을 합치면 5조원 정도 자체조달 가능하다. 마음 같아선 ING생명과 우리금융 둘 다 인수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 ‘타의’로 뜻 접은 어윤대, 다시 승부수 던지나?
어 회장은 지난 4월 1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KB최고경영자클럽 정기세미나’ 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우리금융을 살 수 있나”, “10조원이 어디 있느냐”는 발언으로 우리금융 지주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불과 3개월여 전에 이와 같은 발언을 했던 어 회장이 지금은 ‘인수하고 싶지만, 외부적 요인 때문에 포기한’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익명의 한 금융권 인사는 “지금은 어 회장이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지만, 언제 다시 승부수를 던질지 모른다”며 “인수 포기 발언을 곧이곧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금융권의 사정에 밝은 다른 인사는 “27일이 우리금융 예비입찰 마감날짜인데, 날짜 다 지나고 나서 무슨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이냐”며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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