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사 vs 자영업자, '골목전쟁'

산업 / 이준혁 / 2012-07-20 15:00:56
대기업 '취미사업'에 자영업자 '생존위협'

최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운동은 골목상권이 살아날 때까지 롯데 등 대형유통사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600만 소상공인이 롯데제품에 대한 무기한 불매운동에 돌입해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직능단체 등 단체들이 롯데제품과 대형유통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점차 동참하고 있어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반면 유통업계 1위 롯데가 자영업자들의 롯데제품에 대한 무기한 불매운동 돌입에 대해 유감을 표했지만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슈퍼갑’ 롯데와 자영업자와의 전면전이 해결점을 못 찾고 악화일로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 된다.



◇ 1차 타깃 ‘롯데’
이들 단체는 지난 13일 롯데그룹에 공문을 발송해 유통부문 업계 1위로서 골목상권 장악에 핵심인 롯데그룹 제품까지 불매할 것을 통보하는 등 롯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불매운동을 이끄는 단체들의 요구사항은 개별기업에서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이들 단체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안은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과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엄태기 실장은 “공문을 발송한 이후 롯데 측으로부터 어떤 대답도 직접 듣지 못했다”며 롯데 측의 입장에 대해 “단독으로 처리를 못한다면 지금까지 사업은 업계의 의견을 물어 진행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이어 “동반성장추진사무국까지 둔 기업이 자영업자와의 상생에는 소홀하다”며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마트, 롯데빅마켓, 롯데슈퍼 등 유통부문을 이용하지 않기로 했다. 식품부문은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주류부문, 롯데아사히주류 등을 불매하기로 했다.


불매 대상 상품은 유흥음식업과 단란주점업, 외식업 중심으로 적용, 주류부문은 ‘스카치블루’, ‘처음처럼’, ‘아사히맥주’이며 음료부문은 ‘아이시스’,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실로티’, ‘2%’, ‘옥수수수염차’ 등이 속한다. 처음엔 식품부문에 롯데리아가 포함됐으나 체인사업이고 자영업자의 손실이 예상된다며 롯데리아를 불매 대상에서 제외했다.


오호석 상임대표는 “롯데리아 체인점 관계자들도 골목상권 침해 행위 규탄에 적극 동참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곳곳에서 격려와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운동으로 불편과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대형유통사의 횡포를 알면 우리의 취지를 이해하고 동참할 것이다”며 “자영업자들의 생존터전을 지킬 수 있도록 소비자 여러분들도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불매운동의 성공을 위해 기존 단체 이외에 외식업 분야를 비롯한 1백여 소상공인단체와 250여 직능단체, 나눔과 기쁨 등 1백여 시민사회단체에 일제히 협조공문을 발송해 불매운동의 당위성과 동참을 호소해 1천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범국민 불매운동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단체는 각 자영업 단체 외근 직원 2500여명을 전국에 전진 배치해 회원들에게 전단지, 포스터, 공문 발송 등으로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참여단체 전 업소 내외부에 포스터를 부착할 계획이다.


앞서 이들 단체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 80여 다양한 직능단체, 소상공인단체, 시민단체 회원 2백만 명과 함께 15일부터 9개 대형유통사(신세계백화점ㆍ현대백화점ㆍ롯데백화점ㆍ홈플러스ㆍ이마트ㆍ롯데마트ㆍ홈플러스익스프레스ㆍ롯데슈퍼ㆍGS수퍼마켓)를 대상으로 6백만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촉구하며, 소비자 중심의 대규모 불매운동에 돌입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29일 발송했다.



◇ 자영업자의 몰락
골목상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였다. 대형마트와 SSM의 등장으로 자영업자 매출이 50%이상 감소한 가운데 자영업자의 생존율이 3년차에 이르면 45%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단체는 밝혔다.


또한 향후 10년간 베이비부머가 매년 15만 명씩 퇴직하게 되는 상황에서 퇴직자의 65%가 자영업을 희망하고 있어 대형마트와 SSM의 상권 장악은 서민들의 생존을 차단하는 사회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엄태기 실장은 “내수시장 기반이 취약한 가운데 자영업을 하려는 퇴직자들이 많다”며 “충분하지 않는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게 되면 자영업자들은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5개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이 135조원에 달하고 자영업자의 연체율이 일반가계대출의 2배에 달한다”며 “자영업자의 상권이 보호되지 못하면 금융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의 경우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집을 팔거나 전월세로 돌리고 있어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엄 실장은 “예전에는 상권에 권리금이 있었으나 지금은 권리금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고 점포를 팔려고 해도 매매가 어렵다”며 자영업자의 적자상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또 “대기업은 이익이 크고 작은 것에 대한 문제이지만 자영업자에겐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라며 “월 2회 의무휴업도 지키지 않는 것은 지탄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 자영업자와 상생 촉구하는 3가지 요구사항
이들 단체의 3가지 요구사항을 살펴보면, 우선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수용을 촉구했다. 지난 4일 발표된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형가맹점들의 잔존 계약기간과 관계없이 새로운 카드수수료율로 소급적용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또한 상한선인 2.7%까지 인상해 자영업자와의 경쟁력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신 가맹점수수료 체계로 인해 연 카드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없고, 신용카드사에 대해 수수료 부담 경감 목적으로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그러나 문제는 수수료 개편 이전에 카드사들과 대형가맹점의 특혜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신 수수료 개편안’이 적용되는 여신전문업법 개정안 시행일 이전에 대형가맹점과 카드사의 부당한 거래를 적극 감독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또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현행 1.8%보다 낮은 1.5%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 중소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이 우대수수료는 신 수수료체계가 적용되기 이전인 오는 9월부터 적용될 방침이다.


다음으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의 리베이트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거래의 고정비용을 리베이트로 취하는 것은 대형마트에게는 음성적 수익원이 되지만, 자영업자에게 그 비용이 보이지 않게 전가됨으로써 공정거래질서가 파괴돼 결국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요구사항은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과 이익 감소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통해 의무휴업을 철폐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롯데쇼핑 등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 지정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의무휴업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득 양극화 해소와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위해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실천하는 의미에서 대형마트가 자율적인 휴무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결성
80여 개의 직능단체와 소상공인단체, 시민단체들이 공동으로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을 결성해 생활용품과 영업에 필요한 물품을 골목상권에서 구매하는 ‘골목상권 이용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연맹은 지난 5월10일 창립총회를 열고 상임대표에 오호석 현 유권자시민행동 대표를 선출했다. 이들은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운동을 점진적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연맹은 지난 5월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식적인 출범식을 개최했다. 이날 출범식에서 연맹은 소비자들마저 대형마트의 마케팅에 길들여져 골목상권을 외면하고 있어, 일시적인 정부의 지원이나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대책만으로는 골목상권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맹은 구매력을 가진 다양한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생활용품과 영업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을 골목상권에서 구매하는 ‘골목상권 이용 운동’을 시작해 전 계층의 ‘소비자 운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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