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알바는 올림픽급?…'60초 서비스' 논란

산업 / 유상석 / 2012-07-20 14:52:31
'노동착취' 비난에도 아랑곳 않는 '혁신적인 뻔뻔함'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16일부터 런던올림픽 기념 이벤트 ‘도전 60초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오는 8월 15일까지 한 달간 국내 모든 맥도날드 매장에서 진행된다. 이 이벤트는 고객 주문 후 60초 이내에 음식이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다. 오후 12~1시, 오후 6~7시 매장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하며 주문 후 직원의 안내에 따라 60초짜리 모래시계를 거꾸로 돌려 참여할 수 있다.


주문한 지 60초를 초과하면 맥도날드에서 새로 출시한 ‘올림픽 5대륙 6메뉴’ 중 하나인 ‘아시아 쉑쉑 후라이즈’ 무료 교환 쿠폰을 증정한다. 조주연 맥도날드 마케팅 전무는 “이벤트를 통해 맥도날드의 빠른 서비스를 알리는 한편, 곧 시작될 2012 런던올림픽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올림픽 공식 레스토랑인 맥도날드에서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아르바이트생을 힘들게 해가며 ‘60초 서비스’를 제공받아봐야 마음만 불편할 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모래시계까지 동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19일 낮 12시 30분 서울 마포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직원들은 3개의 계산대 앞에 줄서 있는 손님들의 주문을 받느라 쉴 틈이 없었다. 계산대에는 ‘주문 후 60초 안에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아시아 쉑쉑 칠리 후라이즈 공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문을 한 후 직원의 권유대로 60초짜리 모래시계를 뒤집었다. 모래가 절반이 조금 넘게 떨어지자 “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같은 시간 영등포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도 바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필원 씨(26)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중요한 행사라고 점장이 매일 강조한다”며 “하필 제일 바쁜 점심시간에 더 긴장하게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보금 씨(22)는 “60초 서비스라는 말을 듣자 ‘또 고생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60초가 넘으면 나 때문에 매장이 손해라도 볼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고 속내를 밝혔다. 또 “아직 행사 초기라서 버티고 있지만, 이 행사가 길어진다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심리적 압박감 탓에 자칫 위생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손님은 표면적으로 공짜 음식을 즐기게 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위생적인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교적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직원도 있다. 서울 동작구의 한 매장에서 일하는 강영도 씨(36)는 “60초 안에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원래 하던 대로 하면 된다”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행사에 대해 모르거나 차갑게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이 행사를 반기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동작구의 매장을 찾은 대학생 조호민 씨(25)는 “꼭 60초 이내에 음식이 나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느냐”며 “아르바이트생만 착취하는 대기업의 상술로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이병건 씨(30)도 “굳이 모래시계까지 놓고 시간을 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일하는 사람을 기계처럼 취급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행사로 과연 누가 이득을 본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 정계·노동계·네티즌, “알바착취” 비난
이 행사에 대한 정계와 노동계, 네티즌의 비난도 이어졌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은 ‘도전 60초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맥도날드를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알바생 피말리는 맥도날드 올림픽 마케팅’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편의점 햄버거도 데워 먹으려면 포장을 뜯고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리는 시간이 1분 이상 소요된다. 손으로 만든 햄버거를 60초 만에 제공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앞서 피자업계에서는 30분 배달제를 지키느라 배달원들의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면서 청년 아르바이트생들의 노동인권이 논란이 됐다”며 “‘빨리빨리’만 강요하는 맥도날드의 이벤트를 즐길 소비자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 대부분이 중고생 등 청소년과 학비를 마련하려는 대학생들”이라며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4580원마저 지키지 않은 맥도날드가 이제는 분 단위로 쪼개가며 청년 아르바이트생을 착취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진정 런던올림픽의 승리를 기원한다면 기록 경쟁은 국가대표 선수에게 맡기라”며 “맥도날드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들은 모던타임즈의 부속품이 아니라 각자 소중한 꿈을 품고 사는 사람임을 잊지 않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홍보를 가장한 자본의 노동 강도 높이기 사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박성식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맥도날드가 ‘도전 60초’ 이벤트를 한다네요. 모래시계 돌려가며 60초 내에 주문한 음식을 나오지 않으면 공짜 음식을 준다는데, 회사는 돈 벌고 소비자들도 좋겠지만, ‘빨리빨리’에 시달려야 할 알바 분들은 무슨 죄인가”라고 꼬집었다.


네티즌의 비난도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알바생들을 죽일 셈인가”, “알바생들 압박 정말 많이 받을 듯”, “19세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보는 것 같다” “이런 이벤트 소비자나 기업 운영진들은 좋겠지만 참 알바는 죽어나가겠군요”, “알바가 무슨 죄인가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맥도날드를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 맥도날드 측 입장 “뭐가 문제?”
사회 각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짐에도 맥도날드 측은 ‘도전 60초’ 이벤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맥도날드 측은 “우리는 체계화된 장비와 시스템을 통해 평소 붐비는 시간에도 평균 1분, 즉 60초 안에 고객에게 메뉴를 서비스하고 있다”며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도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60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평소와 변함이 없다. 특별히 작업강도를 높인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면 ‘30분 배달 보증제’를 시행했던 한국도미노피자는 해당 서비스를 지난해 2월 폐지한 바 있다. ‘30분 배달 보증제’란 주문한 피자를 30분 안에 배달받는 서비스로 주문 후 30분이 경과하면 가격을 할인하거나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이 제도 탓에 배달 시간의 압박을 받은 피자 배달원들이 오토바이 난폭 운전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 사례가 빈번해져 사회적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해당 업체는 ‘30분 배달 보증제’를 폐지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