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회장님’ 지갑 아니다”

산업 / 전성운 / 2012-07-06 10:37:43
금감원, 대형 생보사 ‘특별검사’ 돌입

금융감독원이 재벌총수 등 대주주 배당과 관련, 대형 생명보험사들에 대해 특별검사에 들어간다. 공시이율 책정과 사업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벌총수를 비롯한 대주주들에게 배당을 몰아줬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금감원이 대형 생명보험사를 정 조준한 이유는 이들 보험사가 온갖 회계비리를 저질러 그룹 ‘회장님’을 불법으로 지원했을 것이라는 초대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은 지난 2일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 대해 지난주부터 한 달간 특별 테마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회계처리 원칙을 어겨 대주주 배당재원을 늘렸는지, 계열사 몰아주기 등을 통한 공정 거래 질서 문란 행위 등을 따져볼 계획이다.


특히 금감원은 저축성보험 등에서 이익의 대부분이 주주 몫으로 돌아가는 무배당 상품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생보사들이 공시이율 등을 부풀려 무배당상품 판매를 늘리거나 무배당 상품의 사업비를 유배당 상품 쪽으로 돌리는 수법으로 보험 계약자들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대주주에게 빼돌린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특별검사에 들어가 공시이율 책정과 사업비 처리 과정에서 고객이 누려야 할 이익을 빼돌려 재벌 총수를 비롯한 대주주의 배를 불린 사실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특별검사에는 그동안 금융회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도 높게 주장해온 권혁세 금감원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돋보기 검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생보사들이 재벌 총수 일가 등을 위해 불법을 저지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상시 감시 결과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이번 검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며 “올해 종합검사 계획이 있거나 최근에 검사가 끝난 곳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 ‘테마검사’로 샅샅이 살핀다
금감원은 이번 ‘테마검사(특별한 목적을 정한 검사)’에서 보험사의 상품 공시이율, 배당액, 사업비, 대주주와의 거래 등을 샅샅이 살핀다. 대주주를 부당하게 지원한 사실이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서다. 이번 검사에서 보험업법 시행령을 위반한 공시이율 책정과 관련한 분식회계가 보험업 감독규정을 어긴 사업비 관련 위반사항이 포착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생보사 상품은 크게 유배당과 무배당으로 구분된다. 유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의 90%를 상품 가입자에게 돌려주고 주주에게 나머지 10%를 준다. 무배당상품은 운용수익이 모두 주주에게 돌아가는 대신 가입자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싸다.


금감원은 유·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 차이에 주목했다. 저축성보험 상품은 공시이율이 높지만 자산운용 수익이 낮으면 이율 역마진으로 손실이 발생한다. 두 상품의 공시이율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보험사들이 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을 무리하게 높여 계약자를 끌어 모은 다음 손실만 유배당상품에 넘겨 대주주의 이익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


사업비 측면에서도 보험 광고, 보험설계사 인건비 등에 쓰이는 비용을 무배당에서 유배당상품으로 돌리면 무배당상품의 이익이 커져 주주 배당 재원을 늘릴 수 있다. 이런 추정이 사실이라면 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대주주인 재벌이 챙겨간 꼴이 된다.


참고로, 삼성생명은 2011년 4월~2012년 3월 9483억 9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었다. 현금배당금 총액은 3940억원이다. 같은 기간 대한생명은 당기순이익 5215억 8900만원, 현금배당금 총액 1937억 8200만원이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358억 6400만원과 1129억 5000만원, 현금배당금총액은 200억원과 371억 2500만원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0.76%)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19.34%)가 2대주주다. 대한생명은 한화건설(24.88%)이 최대주주, 주식회사 한화(21.67%)가 2대주주다. 한화건설의 최대주주는 한화,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미래에셋생명은 미래에셋캐피탈(59.67%)이 최대주주, 미래에셋캐피탈은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최대주주다.


◇ 불법 지원 정황 이미 포착했나
이번 검사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보험사가 계약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대주주의 배를 불리는 의혹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특히 금감원이 여러 생보사 가운데 삼성생명,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을 먼저 조준했다는 점에서 이들 생보사가 재벌 총수를 불법 지원한 정황을 금감원이 이미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에 공시이율을 낮추고 배당을 줄이라고 여러 차례 주문했지만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며 “이런 배경에는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계약자들을 희생시킨 게 있는지 철저히 살펴볼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 생보사의 대주주는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 김승연 회장, 박현주 회장 등이다.


금감원은 특별감사가 미칠 파문을 의식한 듯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비교적 규모가 크고 대주주가 산업자본이며 대형그룹에 속하므로 먼저 4개 생보사를 조사 대상에 올렸을 뿐이다”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1개월간 이뤄지는 검사에서 금감원이 의심하는 대주주 불법 지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법령과 감독규정 위반으로 해당 보험사는 6개월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 ‘검은 고리’ 파악, 쉽지 않아
그러나 보험사와 대주주 간 ‘검은 고리’를 낱낱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단순히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배당 성향을 높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회계부정인 만큼 해당 보험사들이 증거자료를 숨기거나 조작하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2009년 금감원의 종합검사에서 ‘사생활 침해’ 등 이유를 들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보관 연한이 지나지 않은 자료를 폐기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의 의지는 단호하다. 정면 돌파가 안 되면 우회로를 개척해서라도 과거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검사를 받는 생보사들은 아직 검사 초기단계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그룹 회장에게 배당될 몫을 늘리려고 불법을 저질렀겠느냐”며 “회장도 주주의 한 사람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가능한 한 깊이 파볼 생각이다. 그 끝에 뭐가 있을지 지금으로선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방패를 뚫고 ‘추악한 실체’를 반드시 규명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얼마나 날카롭고 단단한 창을 휘두를지 주목된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