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대학생 울리는 ‘시나공’

산업 / 유상석 / 2012-06-29 16:15:47
어학 교재 강매 ‘악덕 상술’ 실태파악
새내기 대학생들로 가득한 어느 대학 강의실에 웬 중년의 사내가 한 명 들어와 교단에 선다. 아직 수업시간은 아니지만 미리 들어오신 교수님이겠거니 하며 학생들은 그 사내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현란한 말솜씨로 “대학생에게 영어 공부는 정말 중요하다”, “비싼 영어 교재를 공짜로 주겠다”, “커피 한 잔 마실 돈을 아끼면 1년 동안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우선 교재부터 가져가라. 돈은 천천히 줘도 된다”는 등의 말을 이어가면, 사회 경험이 부족한 새내기 대학생들은 마치 홀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신상정보를 적고 교재를 받아간다. 이들은 며칠 후, 대학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십만 원의 청구서를 받아든 후에야 며칠 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교재를 판매한 업체에서는 “빨리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된다”며 자꾸 협박 전화가 걸려온다…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일부 군소 어학 교재 출판사의 악덕 상술을 기자가 재구성한 것이다. 그런데 유명 토익 교재인 ‘시나공 토익’ 판매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악덕 상술이 발생해 많은 새내기 대학생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 공짜로 ‘인강’ 듣게 해준다더니…
대학 신입생 김영은(가명)씨가 강의실에서 영업사원을 만난 것은 지난 4월. ‘여름 방학에는 어차피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김 씨는 “1년에 28만원만 내면 교재는 물론 인터넷 강의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자신의 주소와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적어 제출했다.


그로부터 2개월이 지난 6월 중순 쯤, 김 씨는 자신 앞으로 발송된 ‘독촉장’을 받았다. 30만원이 넘는 큰 금액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이 독촉장에는 “여러 차례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재비를 납부하지 않았으므로, 연체 수수료를 포함한 금액을 지급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이후로도 매일 교재 대금을 독촉하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김 씨는 “내가 혹시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돼 교재 판매 업체에 전화를 걸었지만, 판매업체 직원이 억지 논리로 밀어붙이며 오히려 나를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정말 고의로 교재비를 납부하지 않은 것이라면 억울하지도 않다”며 “영업 사원의 말솜씨에 넘어가 교재를 구입한 것이 4월인데, 약 2개월 간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6월이 되니 갑자기 독촉장이며 독촉 문자가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오히려 나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전화 상담원의 말을 듣고, 너무 억울해서 펑펑 울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름 방학이 시작하면 공부를 할 예정이었다. 왜 벌써부터 날 못살게 구느냐”고 항변하자 자신에게 협박을 일삼고 폭언을 퍼붓던 상담원은 갑자기 상냥한 목소리로 “영어 공부, 정말중요합니다”라며 교재 홍보를 시작했다.


김 씨가 “당신들의 태도에 기분이 나쁘고, 신뢰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시나공 교재와 인터넷 강의를 이용할 의사가 없다”며 계약을 취소하고 교재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니, 판매 업체 상담원은 “그렇다면 28만원의 10%인 2만8천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애초에 계약 자체가 취소됐는데 무슨 위약금을 내라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나마 교재에 대한 위약금이라면 이해하겠는데, 인터넷 강의에 대한 위약금이라니 더욱 그렇다.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던 영업사원의 말과 앞뒤가 맞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시나공’의 연관 검색어가 ‘시나공 사기’?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시나공’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시나공 사기’라는 단어가 연관 검색어로 소개된다. 또 ‘시나공 토익’ 교재를 발행하는 길벗출판사 홈페이지 ‘공지사항’ 란에는 ‘토익 온라인 대학 특강’에 대한 안내문이 기재돼 있다. 이는 ‘시나공’ 교재를 판매하기 위한 악덕 상술에 피해를 입은 대학생이 적지 않다는 증거다.


이에 대해 이승옥 길벗출판사 마케팅담당실 이사는 “우리는 도서를 직접 판매하지 않고, 판매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도서를 공급하고 있다. 그 중 하나로, 대학교에 도서와 동영상을 결합한 특별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업체와 계약을 한 바 있다. 그런데, 일부 업체에서 판매 당시 중요한 사항을 안내하지 않거나, 구매 취소ㆍ반품ㆍ환불 요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곤란을 겪은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업체 관리가 부족하고, 문제를 초기에 확인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할 경우, ‘시나공 토익’의 이미지를 훼손한 책임을 물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저희도 몇 주 전에 이런 소식을 들은 터라, 더욱 정확한 진상 조사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친구가 구입한다는 이유로 같이 계약을 덥석 체결한 학생들도 ‘소비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 좀 더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했더라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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