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민 마음 태운 가뭄 104년 만에 최악

산업 / 정수현 / 2012-06-29 16:05:27
정부 선제적 대응 아쉽다

“양파가 씨알이 이렇게 작아....이번 농사는 다 망했어...에휴...”


알이 작은 양파 8개를 두 손에 움켜진 농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양파 뿐 만이 아니다. 충남, 경기, 전남, 전북 등에서 발생한 가뭄으로 대파, 무, 콩 등 밭작물이 피해를 입고 있다.


모내기는 99.2% 진행된 상황이라 쌀의 피해는 아직 없으나 다음 달까지 가뭄이 계속될 경우 수확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여기다 5~6월 가뭄은 농작물의 파종과 성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고온까지 겹친 이번 악재로 과일이나 축산물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것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예상이다.


농민들의 마음을 바싹 태운 최악의 가뭄이 104년만에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지난달부터 50일 동안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66.3mm로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피해면적이 만 Ha에 달했다. 물이 없어 농민들의 걱정이 태산을 이루자 정부보다 대학생들이 먼저 나섰다. 부족한 농촌의 일손을 돕기 위해 대학생들이 농활활동을 나서 가뭄 극복을 위한 행동을 펼친 것이다.


충남 천안의 거봉포도밭. 한창 우거져 있어야 할 밭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잎과 포도 알도 거의 자라지 못한 채 떨어지고 말라 죽은 나무도 많았다. 이곳에 농활활동을 온 한 대학생은 “가물어 가지고 열매들이 다 타들어 가는데 저희가 도와줌으로써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좋고 큰 경험이 되는 것 같습니다”라며 뿌듯해 했지만 안타까운 표정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이 곳의 포도재배 농민도 “꽃피고부터 그 뒤로 가뭄이 온 거죠. 가뭄이 왔기 때문에 지금 열매가 결실이 안된 거죠. 올 농사 버린 거죠”하며 하늘만 쳐다봤다.


가뭄에 애타는 강원도 농민들은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50년 만에 기우제를 올렸다. 마을 이장은 “개울물까지 말라가고 있어 농민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어요. 지금의 마음가짐은 기우제를 지냈으니까 비가 100% 올 걸로 믿어요”라며 정성스럽게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전국토가 바짝 말라가면서 가뭄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농민들이 기우제를 올리고 대학생까지 나서 농활활동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앞으로 괜찮아 질것이다”는 공자님 말씀만 내놓더니 농민들의 반발이 일자 22일이 되어서야 지원 대책을 내놨다. 중앙재난안전대책 본부를 확대 개편, 국비 221억과 지방비 246억 등 모두 467억 원의 가뭄 대책 예산을 지원키로 확정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26일과 27일이나 되서야 가뭄피해가 심각한 충남 홍성군과 경기도 화성 지역을 방문해 가뭄피해 현장에 농업용수 공급작업에 참여했다. 김총리는 27일 “관계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이번 한 주가 최대 고비라고 생각하고 가뭄극복을 위해 나서줄 것”을 당부하며“국민과 정부가 한마음으로 가뭄극복을 위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간다면 이 위기도 반드시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잇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자연현상이라고 하지만 서울의 한 소방서가 가로수에 있는 나무에 물을 퍼부어 주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는 필요하면 얼마든지 물을 지원할 수 있는 나라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늦지 않아 다행이지만 선제적 대응이 더 빨랐다면 가뭄의 피해가 초기에 마무리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큰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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