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잣집 줄게, 강남 아파트 다오?”

산업 / 유상석 / 2012-06-29 15:56:23
구룡마을 재개발 논란 현장취재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이 25년 만에 공영개발 방식으로 재개발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구룡마을 개발은 SH공사가 주도하는 공영개발 형식으로 추진된다. 판자촌 재개발이라는 사업 특성상 현지 거주민의 100% 재정착을 돕기 위해 관련 임대료, 임대보증금을 낮추는 등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총 28만6929㎡의 구룡마을에는 SH공사 주도로 임대아파트 1250가구를 포함해 총 2750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구룡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갈리지만, 서울시의 공영개발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영개발이 추진되면 ‘강남에 내 집 마련’도 가능해지지만, 공영개발이 진행될 경우 ‘평생 세입자’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민영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면 추가 부담금이 발생하는데, 구룡마을 거주민이 이를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증금 6000만원에 월세 40만원은 우리처럼 경제 사정이 어려운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돈이 아니다”, “100% 재정착이 가능하다는데 괜찮지 않을까”


서울시의 공영개발 발표에 대한 구룡마을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하지만 민영개발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차지하는 모양새였다. 서울시의 발표는 당초 민영개발을 추진해온 구룡마을 주민들의 의견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얘기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남의 땅에서 살면서 공짜로 아파트 얻으려고 욕심낸다’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구룡마을을 지키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음을 인정해주면 좋겠다”며 “마을주민 400여명은 각각 33㎡의 땅을 갖고 있는 지주이기 때문에 이들과 함께 우리의 권리를 행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영개발 사수를 위해 강남구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구룡마을 3지구에서 만난 최모(70) 씨 역시 민영개발을 선호했다. 신씨는 “민영개발이 잘 되면 강남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얻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공영개발을 하게 되면 평생 월세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구룡마을 거주민 중에는 일용직 근로자가 많기 때문에 매달 내야하는 임대료 뿐 아니라 입주 때 필요한 3500만~6000만원 가량의 임대보증금조차 내기 힘든 이들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증금 3500만~6000만원에 매달 35만~45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야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임대보증금 200만~300만원에 월세 5만~6만원을 부담하면 되는데 구룡마을 주민 중 이런 조건을 갖춘 이들은 소수다.


이 관계자는 “현재 거주민 2500여명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30여명 뿐”이라며 “나머지 사람들은 매달 35만~45만원을 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19년 째 구룡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이모(60) 씨는 “거주민 100% 재정착은 듣기에만 좋은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보증금 마련을 위해서는 대출이 불가피하고, 대출 이자에 월세까지 내고 나면 평생 빚더미에 깔린 채 살아야 한다”며 “공영개발을 하느니 지금 갖고 있는 10평(33㎡) 집을 고쳐서 사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영이든 민영이든 상관없이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옳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공영개발 소식을 접한 마을 주민 김모(53ㆍ여)씨는 “열악한 환경과 겨울 난방비 등을 감안하면 어떻게든 빨리 개발하는 것이 낫다”며 “100% 재정착을 약속한다니 지금보다는 살기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오랜 세월 사유지를 불법점거 한 것이 사실이고 거주민 마다 지분 소유 여부 등 상황도 복잡하다”며 “민영개발을 하면 추가부담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구룡마을 주민 대부분은 이 부담금을 내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되는 바, 사실상 공영개발 이외의 다른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향후 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토지보상계획, 이주대책 등을 마련한 뒤 오는 2014년 말 공사를 시작해 2016년 말까지 사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룡마을의 공영개발은 앞으로 현지 주민들과의 협의, 토지주 등에 대한 보상 등 많은 과제가 남아 있으나, 서울시는 주민, 토지주, 전문가 등과 협의체를 만들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사업추진상 갈등을 최소화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룡마을은 1980년대 말부터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으로,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오·폐수 및 쓰레기 처리시설이 열악해 정비가 시급한 지역으로 꼽혀왔다. 공영개발을 앞둔 구룡마을에는 무허가 건축물 403동에 1,242가구 2,530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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