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 반대에 대한 책임 물어야 한다

산업 / 권희용 / 2014-03-17 10:02:01

10년 전, 우리나라는 새로운 교역질서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WTO체제 외에 상대적으로 관세에서 자유로운 교역환경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FTA(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의 발효가 그것이다. 우리와의 첫 교역 대상 국가는 칠레였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처음으로 새로운 교역질서에 따라 거래하기 시작한 나라가 남미의 낮선 나라 칠레였던 것이다.

칠레와의 FTA협정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5년이라는 긴 준비 과정을 거쳐 발효되었다. 1998년 11월 APEC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와 칠레가 협상추진에 합의함에 따라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지루한 협상을 거쳐 2003년 2월에 이르러 서명에 성공했다. 그리고 국회 비준동의를 거쳐 4월부터 발효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교역질서의 특징은 쌍방 간의 교역품목을 놓고 관세장벽의 높낮이를 정하는 방식이다. 자국의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협정테이블에서 부딪치기 마련이다.

제일 어려운 문제는 상대국가의 주요교역물품이 얼마만큼 자국 내에 들어올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국 내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무수한 항의와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0년 전, 칠레와의 협상을 돌이켜보면 그 양상의 정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칠레와의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 철강, 휴대전화기, TV 등 공산품의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칠레가 강점으로 꼽고 있던 농산물의 국내수입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비록 농산물수입증가로 농가의 부담이 되더라도 공산품의 수출비중이 크기 때문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농민의 반대에 직면했다.

협상 내내 농민의 반대시위는 격렬했다. 정치권의 부추김에 따라 날로 그 정도가 극을 치달았다. 특히 사회단체들은 딱히 농민들과 연관이 없으면서도 목청을 돋우기 일쑤였다.

농민들은 칠레의 농산물이 물밀 듯이 수입되면 당장 일손을 놓고 굶어 죽는 게 눈에 보인다고 연일 시위에 나섰다. 당국에서도 이런 농민들의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라는 차원에서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달랬지만, 먹히지가 않았다.

그러나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나라인지라 공산품을 많이 살만한 나라와의 시범적인 협정체결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리고 오늘10년을 결산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결론은 협정체결을 잘했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농산물 수입에 따른 국내 농가의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대신 예상했던 대로 우리나라 공산품의 칠레시장 진출은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새로운 협정체결에 따른 이해득실에 대한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는 점이다. 정부도 농민의 피해에 대해 전혀 정확하지 못한 전망을 내놓고 전전긍긍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농가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필요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는 지적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칠레와의 협상 이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FTA 협정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현재 발효된 것만 9건(46개국)에 이르고 있으며, 타결된 것이 2건(2개국), 협상진행 15건, 협상준비 및 공동연구 21건에 이를 정도로 활발하다.

예전과 달리 FTA협정을 내놓고 반대하는 움직임도 덜하다. 겪어보니 협정체결이 나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이쯤 지나놓고 보니 알게 된 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 지나쳤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반응이라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도를 넘는 예를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민주주의 국가에서 반민주주의적인 작태와 맞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 초 당해야 했던 광우병소고기 수입반대시위에서 비롯된 촛불파동하며 각종 시국관련 시위는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 비용에 대한 책임은 누구 한사람지지 않고 있다. 책임을 묻지도 않는다. 책임을 묻는 시스템도 없다. 정부가 하는 일이 기분 나쁘거나 반대할 냥이면 거리로 나가 목청껏 소리 지르고 난동을 부려도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참으로 자유로운 나라다. 정치적이거나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작당을 해서 반정부적 시위꾼들도 거리를 휘졌기 일쑤가 되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적어도 반대주장에 대한 책임은 묻고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칠레와의 협상 때 시위에 나선 농민들을 상대로 정확하고 충분한 대안을 내놓고 달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러나 정치적 꼼수로 반대를 부추긴 정파와 시민단체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시스템 이 없다면 이제라도 만들어야한다.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민주적 대안이라는 차원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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