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가장 큰 손 국민연금은 ‘식물주주’…주총 영향력 ‘제로’

산업 / 전성오 / 2014-03-12 09:04:33
투자액·지분률 확대했지만 대주주 ‘장벽’ 넘지 못해 경영진 전횡 견제 불가

[토요경제=전성오 기자] 주식시장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리며 투자기업의 지분을 확대해가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연기금과 달리 순환출자로 인한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식물 주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상장사 중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87개사의 국민연금 평균 지분률은 7.98%인데 반해 이들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 관계 우호지분은 37.01%로 4.6배에 달해 국민연금이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막혀 있는 셈이다.


또 국민연금이 대주주 우호지분을 넘어서는 실질적 최대주주인 회사도 전혀 없었다.


1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30대 그룹 183개 상장사의 국민연금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말 기준 5% 이상 지분 보유 기업은 87개 회사로 ‘10%’룰이 해제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평균 지분율은 7.45%에서 7.98%로 0.53%포인트 높아졌고, 투자 지분 가치는 48조6천억 원에서 51조2천400억 원으로 2조6천억 원(5.4%) 이상 커졌다.


10%룰 해제 이후 국민연금 투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한 기업도 17개에 달했다.


10%룰은 국민연금의 투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할 경우 단 1주를 매매하더라도 5일 내에 즉시 공시하도록 한 규정으로 국민연금 투자 족쇄로 작용해 왔으나 지난해 8월 전격 해제됐다.


국민연금 투자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12.74%를 보유한 LG상사였으며 삼성물산(12.71%), CJ제일제당(12.69%), SKC(12.53%), 제일모직(11.63%), LS(11.39%), LG하우시스(11.34%), 롯데푸드(11.32%), LG이노텍(11.22%), 현대건설(11.17%) 등이 톱 10을 차지했다.


이어 유니드(10.43%)→한섬(10.37%)→제일기획(10.34%)→CJ CGV(10.24%)→롯데칠성(10.14%)→신세계인터내셔날(10.08%)→신세계 I&C(10.06%) 순이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대주주일가 및 우호지분은 37.01%로 국민연금 지분의 4.6배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9.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롯데하이마트는 대주주일가 및 계열사 우호지분이 65.3%에 달해 7배나 많았고 역시 국민연금이 1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대주주 우호지분이 68.2%로 6.8배나 높았다.


국민연금 지분이 9.2%인 대우인터내셔널도 대주주 지분이 60.3%에 달해 6.5배였고 유니드 역시 국민연금 지분 10.4% 대주주 우호지분 55.7%로 5.3배였다.


국민연금 지분과 대주주 우호지분 격차가 가장 적은 곳은 제일모직으로 국민연금 11.6% 대주주 12.2%로 격차가 0.6%포인트에 그쳤다. 삼성물산도 국민연금 12.7% 대주주 13.8%로 격차가 1.1%포인트에 불과했다. 이어 SK케미칼 4.4%포인트 제일기획 8.0%포인트 등으로 격차가 10%포인트 미만이었다.


의결권 행사 실행 의지를 보이며 10%룰 해제 이후 반년 사이에 투자지분을 크게 늘리며 일부 투자기업에서는 총수에 버금가거나 뛰어넘는 지분을 확보했지만 대주주 일가가 순환출자로 인한 계열사 지분과 특수관계인 등 보이지 않는 우호지분을 대거 확보하고 있어 표 대결로 갈 경우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87개사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인 회사는 8개, 2대 주주인 회사는 38개 등 총 46개로 절반이 넘지만 대주주일가 및 특수 관계인들의 우호지분을 넘어서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어 물리적인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횡령이나 배임 등 비리 경영진의 퇴진은 물론 대주주의 전횡조차 견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의결권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선임 시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현행 60%에서 75% 수준으로 높이고, 재직 연수 제한을 ‘당해회사 및 계열회사 포함 10년’으로 확대했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30대 그룹 87개 상장사 사외이사 291명 중 10년 이상 재임자는 SK케미칼, 한진, 대한항공 등에 각 1명씩 총 3명(1%)에 불과하다.


특히 5년을 쉬었다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될 경우 이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계열사를 돌며 연임하는 기존의 행태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석률 75%(2013년 기준)에 미달하는 사외이사도 LG디스플레이, LG생명과학, LG상사, 삼성물산, 한진 등에 1명씩 5명(1.7%) 뿐이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연기금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수십조 원의 막대한 국민 자본을 투자해 재벌 대주주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독특한 순환출자 구조와 기업 우호지분에 밀려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지킬만한 창과 방패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4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