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장관, 일본 '고노담화' 흔들기에 직격탄

산업 / 박진호 / 2014-03-06 03:04:44
유엔 인권위 기조 연설에서 日 역사인식 강도높게 질타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강경한 발언으로 일본의 역사인식 부재와 거듭된 우경화 기조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왔던 박근혜 정부가 드디어 인내의 시간을 멈추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이미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밝혔던 정부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유엔에 직접 파견해 일본의 최근 행태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UNHRC) 고위급 회의 기조연설에 나서 일본 정부가 최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河野)담화에 대한 수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장관은 또한 이 문제가 “한국, 중국, 동남아, 네덜란드 등 피해국과 일본 간의 양자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인 인권 문제이며 여전히 살아 있는 현재의 문제”라고 강조하며 전 세계가 함께 나서야 함을 주장했다.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는 특정국의 이름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것이 관례적으로 흔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조 연설 내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적극적으로 언급한 윤 장관은 이와 함께 일본의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문부과학성 부(副) 대신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날조된 사실이라고 주장한 부분을 부각시키며 강력한 비난에 나섰다,
윤 장관은 1996년 쿠마라스와미 및 1998년 맥두걸 유엔 특별 보고관 보고서 등 유엔의 인권 매커니즘은 대부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와 올바른 역사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본의 일부 정치 지도자들이 고노 담화를 다시 검증하겠다고 나서고 있음을 알리며, “이틀 전에는 일본 정부 내에서 후세의 교육을 담당하는 고위 인사가 위안부 문제가 날조됐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러한 일본의 태도가 “한평생을 당시의 끔찍한 기억 속에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온 전 세계 모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다시 한 번 짓밟는 것으로 역사적 진실을 외면한 반인도적, 반인륜적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지난 20여 년간 유엔 메커니즘이 일본 정부에 대해 수차 요청한 것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윤 장관은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21세기인 지금도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분개한다’고 하면서 ‘여성이 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2차 대전 중에 저질러진 최악의 인권 침해 사건인 잊혀진 홀로코스트(forgotten holocaust)를 폭로한다며, “일본은 전쟁범죄에 책임을 지고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던 네덜란드 출신 호주인인 오헤른 할머니의 지난 2007년 미국 하원 청문회 증언도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외교부 장관이 유엔 인권위원회에 참석한 것은 지난 2006년 당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했던 이후 최초다. 또한 그동안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직접적인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외교적 수사로 대신했던 우리 정부의 관례와는 달리 윤 장관은 ‘'위안부(comfort women)’이라는 직접 표현을 통해 일본에 대한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그 동안 단호한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거듭해서 천명하기만 했던 우리 정부가 실질적인 조치에 나섬에 따라 일본의 향후 반응과 대응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윤 장관은 이 밖에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달 17일 유엔에 제출한 인권보고서를 언급하며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 이행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탈북자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 및 탈북민 보호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납치피해자, 국군포로 등 인도주의 사안에 대한 조속한 해결책을 북한에 촉구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윤 장관의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 대해 “외교장관으로서 시리아, 북한 등 주요 국제 인권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무력분쟁과 성폭력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천명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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