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방탄' 마치더니 또 '일 안 해'

산업 / 박진호 / 2014-09-04 10:56:36
체포동의안 부결 후, 각종 법안 처리 일정은 여전히 기약 없어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송광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정치권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송 의원은 구속수사의 위기를 넘겼지만 오히려 새누리당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결국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정상적인 법안 처리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철도비리 연루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이던 지난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철도 부품 납품 업체인 주식회사 AVT로부터 호남 고속철도 레일 연결 장치 납품 등의 편의를 봐주고 그 대가로 약 65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의원에 대해 동료 의원들은 검찰의 구속 수사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초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은 무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새누리당마저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히며 당론에 따라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못 박았으며, “구태를 벗고 혁신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던 김무성 대표 역시 ‘제 식구 감싸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회의에 참여한 223명의 여야 의원 중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의 가결에 뜻을 모은 의원은 3분의 1도 안 되는 73명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인 118표가 부결이었고 기권 8표에 무효 24표. 예상을 깨고 ‘무리 없이’ 부결됐다. ‘무기명 투표’라는 점에 부담감이 적었던 여야 의원들의 ‘제 식구 감싸기’에 국민 정서는 안중에도 없었다.
체포동의안 가결이 곧 구속집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 영장실질심사과정을 거쳐서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던 현영희 전 의원 역시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된 바 있다. 그러나 ‘입법권 침해’를 내세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국회의원의 특권이 사법권보다 위에 있다는 인식만 가중 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정치불신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의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국회는 지난 4개월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수동적이고 무능한 식물국회의 오명을 뒤집어 썼다. 그런 국회가 동료 의원 감싸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놓고 분열된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서는 한 순간에 대동단결한다는 인식을 다시 한 번 국민에게 각인시키고 말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절대다수당인 새누리당의 조직적인 투표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결과”라며 “새누리당이 두얼굴의 당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반면, 새누리당은 “투표결과를 따지고 볼 때 야당에서 동조표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송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인 만큼 비난의 화살은 새누리당을 더 겨냥하고 있다.
결국 김무성 대표는 4일, 새누리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민의 비난이 비등한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 비난을 달게 받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야는 결국 송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권순일 대법관의 임명 동의안만 가결시킨 후 다시 국회 개점휴업에 들어가, 방탄과 보신으로 점철된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불명예를 떨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지난 5월 2일 이후 현재까지 4개월 동안 여야가 이미 합의한 90여건의 법안을 포함해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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