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못 믿겠다”

산업 / 전성운 / 2012-06-15 18:10:11
예보, 부실저축은행 단독검사 ‘내막’

예금보험공사가 부실징후가 포착된 저축은행에 대해 처음으로 단독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5월 실시된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단독검사에 나선 것에 대해 업계에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더이상 금융감독원을 믿을수 없다”는 금융위원회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그동안 금감원이 부여해온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유명무실화 됐기 때문이다.


▲ 예금보험공사 김주현 사장

지난 14일 예보 관계자에 따르면 예보는 이날부터 중소형 저축은행 3곳에 직원들을 파견해 검사에 돌입했다. 예보가 금융회사에 대해 단독조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보는 그동안 금융감독당국이 적기시정조치를 내린 저축은행에 대해 금감원과의 공동검사만 진행해왔으나 금감원의 부실검사 우려가 높아지면서 단독조사권을 부여받았다.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진 저축은행은 이미 부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상태인 만큼 공동검사를 통해 얻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7% 미만이거나 3년 연속 당기순손실 발생한 경우 등에는 예보가 단독조사를 할 수 있도록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예보는 단독조사에 나서기 전 조사 대상 후보들을 금감원과 협의한 뒤 부실 징후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3곳을 추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미 금융당국의 경영개선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은 제외됐다. 예보 관계자는 "오늘 오전부터 단독검사가 시작됐다"면서 "부실이 발생 했다기 보다는 사전에 부실 징후를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저축은행엔 ‘경고’, 금감원은 ‘배제’
하필이면 지금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단독검사에 나선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실력행사에 따른 효과 측면에서 볼 때 그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살아남은 나머지 저축은행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로존 위기 등 경제 상황이 극히 불투명해지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기 최면에 취해 ‘뼈를 깎는 생존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언제라도 퇴출의 칼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 5월 솔로몬 등 4개 부실 저축은행이 퇴출된 뒤 나왔던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상시 구조조정’ 발언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 위원장은 부실 저축은행 퇴출이 실시된 뒤 “더 이상 저축은행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없다”면서 “대신 상시 퇴출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금융감독원이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한국상호저축은행엔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감돌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 업계에 또 하나의 막강한 감시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금융감독원의 입지 축소 및 경쟁구도 가동’이라는 금감원에겐 불편한 현실도 포함된다. 이는 “저축은행 부실에 대해 감시와 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는 금융감독원에 대해 더 이상 신뢰를 보낼 수는 없다”는 금융위원회의 확실한 태도 표명으로 읽힌다.


그동안 저축은행에 대한 검사는 금융감독원이 도맡아왔고, 예보는 영업정지 조치 등이 내려진 저축은행의 예금 가지급금과 후순위 채권 등 ‘뒷처리’만 담당해왔다. 비록 예보가 단독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마저도 금감원에 의해 ‘적기시정조치대상’으로 분류된 후 가능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예보의 단독조사범위는 ‘BIS비율 7% 미만’, ‘최근 3회계연도 연속 당기순손실 발생’, ‘BIS비율의 하락추세 및 하락폭’ 등을 고려해 금융감독원과 협의해 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으로 넓어졌다. ‘사전 예방 차원’이라는 예보의 명분은 그동안 사후약방문을 남발해온 금감원을 궁지로 몰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번 단독검사는 개정된 예보법 시행령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을 사실상 무력화한 첫 사례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적기시정조치 여부는 금감원이 결정하는 것인데, 금융위원회가 예보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 결정이 필요 없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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