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오토’ 이제 그만

산업 / 전성운 / 2012-06-15 17:44:08
문화부,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

게임사, 게이머들과 애증관계에 있는 속칭 ‘작업장’과 ‘오토’에 대해 정부가 직접 칼을 들었다. 정부는 “게임은 여가 선용이나 학습 등의 수단일 뿐”이라 말하며 “비정상적인 게임이용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로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는 것이 대다수 게이머들의 반응이다. 특히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나눌것이냐를 놓고 많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에서 드디어 현금경매장 서비스가 시작됐다. 물론 북미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선 ‘성인용 게임’도 현금거래는 불법이다.

정부가 온라인 게임 상 속칭 ‘작업장’과 ‘오토’에 대해 직접 칼을 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2일 게임이용의 결과물인 아이템이나 점수를 사업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을 발표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상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속칭 ‘오토’)을 사용하거나 ‘사업상 목적으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문화부는 “아이템 시장에서 거래되는 아이템의 60% 이상이 자동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획득한 비정상적인 아이템”이라며 “게임은 여가 선용이나 학습 등의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사업 수단으로 변질, 비정상적인 게임이용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에 변경된 제도를 지방자치단체 등에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한편,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전담 단속반을 구성하여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할 예정이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중심으로 고스톱 및 포커류, 기타 사행성 모사게임을 이용한 불법영업을 집중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지난해 7월 시행한 웹보드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여, 추가적인 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
문제는, 이것이 1초만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점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가 문화부 게임과 이승재 사무관에게 직접 문의 한 결과, “넥슨의 캐쉬 아이템은 합법,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현금경매장은 불법”이라는 명확한 답변을 받았다.


“사행성을 조장하더라도 ‘게임사 직접 판매’는 괜찮고 ‘사용자들 간 거래’는 안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심지어 단속도 문제다. 세계 어느 나라도 ‘게임하는 방식’을 놓고 형사법적 처벌을 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게임 산업에 얼마나 무지한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정책”이라며 “일단 발표는 했는데, 어떤 식으로 작업장과 개인을 구분할 것이며, 기존 대형 중개 업체와 게임사들의 역할 대한 부분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비판의 핵심은 “왜 정부가 이것을 나서서 하느냐”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는 2가지다. 하나는 ‘게임은 여가 선용이나 학습 등이 본래 목적’이고, 또 하나는 ‘작업장과 오토가 게임물 유통 질서를 저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상호 모순적이며 전형적인 ‘국가주의적’ 시각이다.


정부의 논리대로 라면 ‘사용자간 상호 거래시스템’이 적용된 모든 게임은 ‘불법’이 된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게임 아이템 거래를 업으로 삼는 자를 단속 하겠다”고 밝혔으나 “누가 업으로 삼는지 구분하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대로라면 정부 입맛대로 단속될 가능성만 커진다.


▲ 많은 미성년 게이머들이 즐기는 넥슨의 스테디셀러 게임 ‘메이플 스토리’에서 판매중인 아이템 ‘미라클 큐브’는 게이머들 사이에 ‘사행성 아이템 끝판왕’으로 불린다. 물론 현행법상 엄연히 합법이다.

◇ “인터폴 공조해 중국 작업장 단속?”
이럴 거면 차라리 주식시장처럼 합법적 거래소를 만드는 것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게임 산업은 나날이 발전·확대 되고 있으며 그곳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 또한 막대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수년째 내리 어떻게 하면 게임 산업을 죽일지, 음성화 할지에만 골몰하는 모양새다.


한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작업장, 오토가 게이머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주고 있다면 일차적으로 게임 제작사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게이머는 게임사의 상품을 구매해 이용하는 고객이기 때문에 일차적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피해’ 발생 시 책임은 기업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게임사를 압박해 작업장과 오토를 방지하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지 직접 단속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합법화 하고 세금이나 두둑하게 걷는 것이 더 생산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각에서는 각종 게임 아이템과 게임화폐를 거래할 수 있는 통합 거래소를 만들자는 의견도 있다. 실제적으로 현재 ‘작업장’과 ‘오토’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작, 활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합법적 시장으로 만들어 세금을 거두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의견이다.


현재는 사설업체가 중개나 개인 간 거래를 주로 이용하고 있어 금전 갈취 등의 범죄가 발생가능성이 크고 거래의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시급한 것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지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단속의 현실성도 지적됐다. 쉽게 말해, 중국등 국외에서 주로 이뤄지는 작업장과 오토를 어떻게 단속할 것인가 하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은 “인터폴과 공조해 중국 작업장을 습격하는 것인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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