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 VS "내수위축"…美 테이퍼링, 기업간 온도차

산업 / 김종현 / 2014-02-25 09:06:59

#1. 의료용 카메라를 수출하는 A사는 미국 테이퍼링(Tapering·양적완화 축소) 발표에 반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 지속된 양적완화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해외 시장에서 고전해왔다. 이 회사에게 테이퍼링은 원달러 환율을 상승시켜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이다. A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수출은 작년대비 약 1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 반면 비닐봉지·봉투 수출업체인 D사는 테이퍼링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올해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테이퍼링으로 회복 중인 글로벌 경기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회귀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원자재 수입가도 함께 올라간다는 점도 걱정이다. D사 관계자는 "올해 수출 물량이 10% 줄어들 것 같다"며 "올 초 세운 수출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테이퍼링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미국 시장을 비롯해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글로벌 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이 시달려 왔던 원고 현상이 완화되면서 수출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모습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국내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기업 경영환경과 정책과제 조사'에 따르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응답은 50.5%에 그쳤다.


응답기업 36.3%는 '테이퍼링에 따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봤고,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응답도 13.2%에 달했다. 기업들이 테이퍼링에 대한 시각에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


부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기업들의 입장은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던 글로벌 경기 상황이 미 양적완화 축소로 침체 국면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녹아 있다.


이들 기업들은 '경제불안심리에 따른 내수위축'(32.5%·복수응답)이 가장 걱정이다. 이어 '미국 경기의 위축'(27.7%), '물가·원자재가 부담 증가'(20.4%), '신흥국 경제불안'(12.3%) 순으로 응답 비율이 높았다.


반면 테이퍼링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는 기업도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세계 경기 침체 속에서 원고 현상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를 겪어 왔다. 테이퍼링으로 원고 현상이 일부 완화되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녹아 있다. 양적완화 축소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 회복의 전주곡으로 보는 시각이다.


테이퍼링이 한국 기업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들은 '수출 증가'(52.3%·복수응답)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또 '경제 불확실성 해소'(26.5%), '대외투자 수익개선'(14.4%) 등도 긍정적인 효과로 꼽았다.


다만 아르헨티나, 터키 등 일부 신흥국발 경제 불안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지난 1월 대한상의가 실시한 같은 내용의 조사와 비교하면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47.0%였으나 이달들어 3.5%p 증가했다. '영향이 없을 것'이란 응답은 37.4%에서 36.3%로 1.1%p 줄었고, '긍정적'이라고 봤던 기업도 15.6%에서 13.2%로 2.4%p 감소했다.


대한상의는 "1월 하순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표둔화, 2월 초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의 일시적인 경제불안 증폭 등이 겹치면서 2월 조사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이 다소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경제의 펀더멘탈(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경제는 경상수지나 재정수지가 양호하고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외채가 안정되는 등 신흥국 대비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는 분석이다.


조동철 대한상의 경제분과 자문위원(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테이퍼링이 지속되겠지만 우리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신흥국과 국내경제 간의 펀더멘탈 차별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테이퍼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 대출금리 상승 등 기업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정부 차원에서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는 금리안정과 규제완화 등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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