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헌기자의 브랜드톡!] 5126번의 실패 ‘다이슨’

산업 / 김세헌 / 2014-01-29 18:18:58

[토요경제=김세헌기자] ‘날개 없는 선풍기’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로 대표되는 ‘다이슨(dyson)’은 영국의 기발한 산업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이 개발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이다.


▲ 사진: 다이슨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다이슨은 브랜드로 불리기를 원치 않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제품 위에 덧 씌워진 브랜드를 그들은 사기라고 생각하고, 제품을 정직하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술수라고 이야기한다. 회사가 만들어 내는 선풍기나 진공청소기와 독립된 ‘다이슨’ 사이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다고 믿고, 있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남들보다 한 발 앞서가는 창의성, 비전을 가진 리더, 완벽한 디자인에 대한 집착, 저가가 아닌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 등 누가 봐도 인지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그들은 제품 그 자체를 믿을 뿐이다.


이와 같이 스스로가 브랜드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브랜드 분석이나 소비자 조사에 갇히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나 다이슨은 그 의미가 성공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관리돼 온 제품이인 브랜드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넘어지지 않는 정원용 수레 볼배로를 발명했다. 볼배로의 제작과 판매를 위해 자신의 회사를 차린 그는 머지않아 동업자들과의 의견 차이로 사업을 접게 됐다. 실의에 빠져 있던 어느 날 그는 진공청소기로 집안을 청소하다 흡입력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


다이슨은 후버사에서 만든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던 중 몇 번이고 청소기를 분해하길 반복한 끝에 먼지가 먼지봉투의 미세한 구멍을 막으면서 흡입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얼마 뒤 그는 우연히 마치 태풍과 같은 회전력으로 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됐다.


당시 다이슨은 먼지봉투가 들어있는 청소기 때문에 애를 먹었던 경험을 떠올렸고, 집에 있는 청소기와는 완전히 다른 먼지 제거 방식을 택한 청소기를 발명하기로 했다. 그의 집 뒷마당 창고에서 3년을 실험한 끝에 사이클론 방식으로 불리는 진공청소기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경험이 없는 직원을 원한다


'5127'. 다이슨은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할 당시 부딪힌 실패의 수를 적어 놓았다. 진공청소기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5년 동안 5127개의 모형을 만들었는데, 완성품 이전을 모두 실패라고 본다면 5126개의 모형은 모두 실패작인 셈이다.


그 실패의 나날 동안 그는 미술 교사인 아내의 수입에 의존하며 개발에만 몰두했다. 마침내 개발에 성공했지만, 의도적인 무시와 대기업의 방해 공작, 아이디어 도용 등 온갖 시련을 감내해야 했지만 마침내 1993년 다이슨사를 설립하고 제조에 나섰다.


다이슨 청소기는 기존 청소기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비틀스 이후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영국 제품’이라는 찬사도 들었다. 다이슨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과 그가 보여주는 아이디어를 동시에 사는 셈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이슨사이 자신의 회사를 세우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일본과 미국의 기업들에 자신의 특허를 차용해주기 위해 교섭할 당시 “영국에서 공장을 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이에 다이슨은 영국의 제조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부단히 힘썼던 것이다.


다이슨의 본사는 영국의 맘스베리라는 조그마한 시골에 있다. 하지만 런던과 지리적으로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지원하는 젊은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그들은 “우리는 경험이 없는 직원을 원한다”고 말하는 다이슨에게서 뭔가를 배울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품 자체에 대한 영감, 실패의 의미에 대한 영감, 그리고 영국의 미래에 대한 영감이 깃든 다이슨의 제품은 한국과 일본이 장악하고 이제 중국까지 나서고 있는 가전 시장에 강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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