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헌기자의 브랜드톡!] 색으로 사로잡다 ‘베네통’

산업 / 김세헌 / 2014-01-21 15:28:38
▲ 베네통은 지난 2011년 ‘언헤이트’ 캠페인의 일환으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키스하는 사진이 담긴 광고를 공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베네통 공식홈페이지 캡쳐)

[토요경제=김세헌기자] 오래전 신부와 수녀의 키스 장면 위에 녹색바탕의 흰 글씨로 새겨진 ‘UNITED COLORS OF BENETTON’이란 광고가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베네통’은 다른 경쟁 의류 브랜드들과는 달리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색을 사용하는 제품 생산과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광고로 일반에 알려졌다.


베네통이 세계적인 의류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베네통만의 독창적인 기업색깔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베네통의 성공요인으로는 우선 원천기술인 후염가공공정과 세계 최고수준의 물류체계에 있었다. 1960년대 초반까지 스웨터는 털실을 염색하고, 이 염색된 털실을 갖고 손이나 기계로 스웨터를 만드는 ‘선염가공공정’을 거쳐 생산됐다. 그러나 이 공정은 원재료 확보와 재고부담, 나아가 소비자의 욕구에 빠르게 대응하기엔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재염색 전문가인 몬타나에게 후염가공공정, 즉 염색하지 않은 한 가지 실을 가지고 옷을 생산한 뒤 옷에 염색을 실시하는 기법을 개발하도록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베네통은 후염가공이라는 베네통만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노하우를 확보한 베네통의 제품들은 원가 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과 쉴 새 없이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최첨단 시설을 갖춘 물류센터를 갖추는 동시에 20시간 이내에 베네통에서 생산된 제품이 전 세계 어느 곳으로나 배달될 수 있게 항공기편을 이용했다. 이러한 전략은 베네통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원천이 됐다.


◇ 상품을 등장시키지 않는 광고


뛰어난 품질과 자사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명성을 얻어가던 베네통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이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독특한 광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베네통 광고만큼 주목할 만한 이슈와 스캔들을 만드는 브랜드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베네통은 광고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보다 대중들의 자율적 해석이 광고에 있어 더 큰 효과를 이끌어냄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광고 전략은 간단하다. 의류회사이면서도 옷이 등장하지 않는 것이다. 자사가 만들어내는 상품을 보여주지 않는 베네통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음을 광고를 통해 교묘히 역설하고 있다.


검정색과 흰색, 천사와 악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등 ‘대립’이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한 1980년대 베네통의 광고는 선보일 때마다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사진작가인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의 베네통 광고는 지금도 세간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 베네통 광고는 ‘피’와 ‘죽음’이라는 주제로 바뀌었다. 테러와 에이즈, 불법이민, 아프리카 내전, 마피아 등을 선보였다. 베네통은 자사의 광고를 통해 세상이 직시해야 할 문제라고 설파했지만 그들의 사실적인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선정적이고 도발적이라는 비판을 면치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토스카니의 베네통 광고는 늘 논란의 중심이 됐지만, 이로 인해 커다란 효과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베네통이라는 기업의 색깔을 만들었던 토스카니는 2000년 ‘사형선고’라는 광고를 끝으로 베네통을 떠나게 됐다. ‘United Killers of BENETTON’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된 이 광고 캠페인은 살인을 저지른 죄수들의 초상을 싣고 각종 매체에 실렸는데, 이 광고로 인해 베네통은 많은 소송에 휘말렸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무엇보다 베네통이라는 브랜드가 의류시장에서 전 세계인들의 커다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소비자의 욕구에 신속히 대응하는 자세와 창조적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기업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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