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일동제약 경영권 노리나…적대적M&A '시동'

산업 / 최병춘 / 2014-01-21 13:55:11
일동제약 "명분없는 적대적 행위 좌시않겠다" 강력 반발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최근 일동제약의 지분을 크게 늘리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일동제약은 녹십자의 지분 매입 행보가 ‘우호적 협력’이라는 포장을 한 사실상 적대적 M&A라고 비난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29%대로 늘려 현 최대주주의 지분율 34%의 턱밑까지 근접하면서 녹십자가 일동제약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 & A)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 등이 일동제약 주식 14.01%를 개인투자자 이호찬등으로부터 인수, 보유지분율이 기존 15.35%에서 29.36%로 늘었다고 16일 공시했다.


이에 녹십자는 윤원영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보유지분율 34.16%)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여기에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 9.99%를 보유한 기관투자자 피델리티와 연합할 경우 일동제약의 경영권마저 확보할 있다.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확대에 대해 “일동제약과의 상호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적대적 M&A 추진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윤원영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 안건이 걸려있는 주주총회(24일)를 앞두고 지분확보에 나선 점을 주목했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가 약한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에 성공한다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따라서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면 지주사 전환을 막아야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녹십자가 금융권 차압까지 하면서 주주 이호찬 씨 등이 가진 일동제약 주식을 시세에 비해 14%가량 비싸게 매입하면서 주주총회 영향력을 키웠다. 현재 29.36%의 지분을 확보한 녹십자가 반대하면 지주사 전환은 사실상 힘들다. 지주사 전환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과반 참석에 3분의2가 찬성표를 던져야 가능하다.


일동제약 지분이 윤원영 회장 등 최대주주(34.1%), 녹십자-녹십자 홀딩스(29.36%), 피넬리티(9.99%), 기타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26.46%)로 구성돼 있다.


일동제약이 미국 투자기관인 피넬리티와 개인투자자 등을 다 우호세력으로 만들지 않는 이상에는 지주사 전환은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따라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피델리티의 결정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피델리티 측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녹십자의 이 같은 행보에 일동제약이 반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은 21일 ‘녹십자의 일동제약 경영참여 선언에 대한 일동제약의 입장’을 통해 “일동제약의 모든 임직원은 녹십자의 명분 없는 적대적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선 일동제약은 녹십자가 내세운 경영참여 선언 명분에 대해 “합의 없는 시너지는 어불 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일동제약은 “녹십자는 이번 지분 매입 전,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 지분 매입 뿐 아니라 주식 매입 과정에서도 사전 정보 공유는 없었다”며 “임시주총을 앞둔 시점에 경영참여로 그 목적을 기습적으로 변경, 그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동제약은 “시너지와 우호적인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신뢰와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무리한 차입을 통해서까지 주식을 매집한 의도가 과연 우호적 협력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녹십자와의 불필요한 분쟁은 오히려 글로벌 제약기업 실현에 걸림돌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동제약은 “녹십자는 일동제약이 최근 5년간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해 적극적인 R&D투자와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자금 지출을 늘리고 경영역량을 집중하는 시기를 틈타 지분 늘리기에 주력 한 셈”이라며 “백신 등 독과점적 시장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녹십자가, 의약품 사업에 매진하며 성장해온 일동제약에 대해 사실상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것이 제약산업 구조개편의 바람직한 모습인지 심히 의문이 간다”고 밝혔다.


이어 “녹십자의 시너지나 우호관계 등의 일방적인 주장은 현실과 동떨어진 포장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기업분할을 반대하는 녹십자의 태도도 비난했다. 업계에서는 녹십자 적대적 M&A를 목표로 당장 오는 24일로 예정된 일동제약 임시주주총회에서 ‘기업 분할’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동제약은 “혹시라도 녹십자가 동종업계의 기업분할을 반대한다면 그 명분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000년대 초 녹십자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점을 상기시키며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기업분할에 반대한다면 스스로의 경영활동을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동제약의 반발에 녹십자 측은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녹십자 측 관계자는 “지금까지 밝힌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대적 M&A 의도가 아니라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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