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개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 속속 빠져나가

산업 / 이완재 / 2014-01-20 10:20:35
규제대상 122개사 중 20개사 합병 총수일가족 지분감소 동원 탈출

[토요경제=이완재 기자] 재벌들이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안 시행을 20여일 앞두고 잇따라 규제대상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재벌닷컴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지정된 122개사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난해 10월 이후 '경영변동사항'을 조사한 결과 지금까지 모두 20개사가 합병이나 총수 일가족 지분 감소 등의 수법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나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자산 5조원 이상 43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중 총수가족 지분과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달 14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안 시행령 입법예고 후 규제대상 122개사 중에서 △일가족 지분감소 12개사 △계열사 간 합병 11개사 △영업양도 또는 인수 3개사 △매각 1개사 △모그룹 대상 제외 1개사 등의 방식으로 계열사 경영 상황이 변동됐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45.69%)로 있던 삼성SNS를 삼성SDS와 합병시켜 규제를 피했다. 삼성SNS는 2012년 기준으로 내부거래 규모가 전체 매출액의 55.62%인 2834억원에 달해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회사로 지목돼 왔다.


이건희 회장 가족이 46.04% 지분을 보유한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12월 내부거래가 거의 없는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를 인수하는 대신 내부거래가 많은 식자재사업을 떼어내 삼성웰푸드로 넘겨 내부거래 비율을 대폭 낮췄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엠코도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하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합병 전 현대엠코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모두 35.0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2년 기준으로 내부거래 규모는 1조758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1.19%에 달했다.


그러나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에 인수되면 정몽구 회장과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각각 4.68%와 11.72%로 낮아지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지분한도인 일가족 지분 20%(비상장) 미만으로 떨어지게 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 친척이 대주주로 있던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일가족이 대주주인 신록개발과 부영CNI,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족이 대주주인 티시스와 티알엠도 계열사 합병을 통해 규제 대상에서 빠졌다.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친족이 대주주로 있는 서울도시산업, 윤석민 태영그룹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태영매니지먼트도 개정안 입법예고 직후 계열사 간 합병으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총수 일가족의 지분 축소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피 방법으로 사용됐다.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과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 형제는 15%씩 지분을 보유하던 시스템통합(SI)업체 디케이유엔씨의 지분 전량을 지난해 11월 81억원을 받고 유니온스틸에 매각해 규제를 피하게 됐다.


STX건설과 포스텍은 감자와 유상증자로 대주주이던 강덕수 STX그룹 회장 가족의 보유 지분이 2% 미만으로 낮아졌고, 세아네트웍스는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일가족이 지분 25.23% 전량을 세아홀딩스에 매각해 규제 대상에서 빠지게 됐다.


한라아이앤씨는 대주주이던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지분을 모두 계열사에 넘겼고 이수영 OCI그룹 회장 일가족은 쿼츠테크 지분을 20.79%에서 15.44%로 낮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재벌그룹이 이같은 방법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 나가도 대부분 내부거래 규모 자체가 줄거나 총수 일가의 지분가치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어서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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