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참패', 겸허한 제1야당에게 차라리 다행스런 결과

산업 / 박진호 / 2014-07-31 10:15:39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최근, 선거가 끝날 때마다 머리 숙이기에 바빴던 새정치민주연합이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선거 직후에 늘상 꺼내드는 단어인 ‘겸허히’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들었다. 이쯤 되면 당명을 ‘겸허당’으로 바꿔도 될 것으로 보인다.


미니총선으로 불린 7‧30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15곳 중 단 4곳에서만 승리를 거두는 참패를 당했다. 야심차게 내세운 중진 거물 손학규 후보와 김두관, 정장선 후보가 줄줄이 낙선이라는 뜻밖의 결과를 맞이했고, ‘출마=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했던 전남지역에서 박근혜 정부의 홍보수석을 맡았던 이정현 후보에게 패했다. 수원정 지역구에서 박광온 후보가 임태희 후보에게 승리한 것 외에는 모두 텃밭인 호남권의 승리였고, 충청권을 비롯한 전국 판세에서 완패를 당했다.
민주당 시절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이 걸어온 선거 패배 후의 발자취를 보자면 이제 책임론의 부각과 함께 내부적인 옥신각신이 이어질 전망이다. 그리고 정확한 패인과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채 그저 국민앞에 “살려달라” “도와달라”로 읍소하고 나설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번 참패는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좋은 핑계를 제공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민심과 겉도는 행보를 계속했다. 참사 100일 동안 말만 번지르르했지 제대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향후 대책과 재발방지 대책은 물론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실종자가 남아있음에도 “언제적 세월호냐”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나몰라라 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고 거리로 나섰던 새누리당의 주요 의원들은 6‧4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치 짜놓은 각본대로 ‘마이웨이’를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와 여당은 혹시나 ‘진상규명’의 파고가 대통령과 청와대에 누가 될까 눈치를 보며 ‘정치공세’라고 반박에 나서고 있으며, 6‧4 지방선거 이전에는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던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유가족들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보상문제까지 재차 거론하며 논점을 흐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석연치 않은 수습과 뒤이은 유병언 수사 미스터리, 그리고 이번 정부 내내 지겹도록 이어지는 인사문제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을 거듭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새정치민주연합은 6‧4 지방선거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얻었고 이번 재보선에서는 대놓고 ‘참패’를 당했다.
집권 여당에 대한 견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은 물론 지난 지방선거 당시부터 당 대표 측근의 전략공천 등으로 결국 구태와 다를바 없는 정치의 반복이라는 인상을 주기 시작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도 갑작스런 전략공천과 기습적인 단일화, 이슈 인물의 공천 등으로 여전히 ‘구태’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개혁의 아이콘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무력하다는 인식만을 남겼다. 이제는 과반의석까지 여당에 내주고 말았다.
차라리 의석을 갖고도 아무것도 못한 채 ‘서쪽의 새누리당’으로 인식되고 있던 정체성 고착화를 감안하자면, 이번 참패가 새정치민주연합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새누리당을 견제하지 못하는 핑계라도 생겼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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