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 조정호 전회장, 성과급 논란

산업 / 홍성민 / 2013-11-25 09:41:26
실적 없어도 성과급은 136억 '돈잔치' 업계 입방아

▲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금융지주 회장들이 수익에 비해 막대한 연봉을 받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조정호 전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연봉과 성과급, 배당금으로 136억원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해 조정호 전 회장에게 금융지주사 뿐만 아니라 계열 자회사로부터 중복해서 총 136억원의 성과보수를 제공했다.

계열 자회사별로 조 전 회장에게 지급한 성과보수를 살펴보면 메리츠금융지주가 11억2900만원, 메리츠종금증권이 28억원, 메리츠화재해상보험가 50억원으로 총 89억원이다. 여기에 지주의 오너로서 받은 총 47억원의 배당금은 별도로 지급됐다.

문제는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줄었음에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성과보수를 챙겨갔으며, 대주주신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지난해 지주사‧계열사에서 100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다는 점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사 CEO 평균연봉 15억…조 전 회장 실적악화에도 수십억 챙겨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이 국내 65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성과 보수 체계를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평균 연봉은 15억원이었다. 금융투자회사 사장들의 경우 11억원, 은행장과 보험사 사장이 챙긴 연봉은 각 10억원이다. 이는 일반 금융사 직원들이 받는 평균 연봉의 20배가 넘는 액수다.

특히 10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금융사 28곳의 CEO는 일반 금융사 CEO보다도 최대 수입이 2배 많았다. 이들 금융사 28곳 중 금융지주사 CEO는 평균 21억원에 달한 가운데 조 전 회장은 이보다 3배 더 많은 62억원을 지난해 급여로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사 회장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것이다.

문제는 조 전 회장이 당기순이익이 줄어들어는 등 실적이 좋지 않은데도 수십억원의 보수를 챙겨갔다는 점이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960억원으로 재작년 3095억원보다 약 68%가 줄었다. 메리츠화재해상 또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1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화에서도 조 전 회장은 수십억원의 연봉과 성과급을 챙겼으며 보너스도 가장 많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연봉과 성과급을 합쳐 11억원을 받아갔다.

또 다른 문제는 그가 지주사 회장인 동시에 계열사 회장을 겸하면서 연봉과 성과급을 받아갔다는 점이다. 조 전 회장은 재작년 메리츠화재에 실질적 경영 총괄자가 있음에도 본인이 회장 직함을 유지했고, 지난해에는 메리츠증권 비상근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지주사 회장이 계열사 회장을 겸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계열사 실적을 책임지는 책임경영에 대한 실적과 성과는 없이 화재와 증권에서 각각 50억원과 28억원을 챙겼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전에도 조 전 회장은 고액 연봉으로 금융업계에 많은 질타를 받아왔다. 지난 7월 50억대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자 금융권의 눈총을 받았으나 실제 지급된 연봉은 이보다 훨씬 많았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조 전 회장이 퇴임하게 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렇듯 실적과 성과에 비해 과도하게 지급된 연봉과 성과급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김영주 민주당 의원은 조 전 회장을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그러자 조 전 회장은 지난 1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아직 받지 않은 성과급 50억원을 자진 포기했다. 메리츠금융지주·화재·종금증권 3사는 최근 금융환경이 어려워진 여건 등을 고려해 조 전 회장에게 지급될 예정이던 성과급 50억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조정호 회장이 이를 전격 수용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경기상황과 수익을 고려하지 않고 부당하게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을 지적하려 하였으나, 증인 채택 후 미수령한 성과급 50억원을 포기하고 연봉에 대한 개선 의지를 보여준 조회장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국감 증인대에 서는 것을 겨우 모면했으며, 지난 6월 지주와 화재의 상근 임원직을 사임하고 종금증권 상근임원직만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중복 성과급 문제를 예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메리츠금융 측은 “성과급과 관련해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일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보수 규정은 바꿀 것”이라며 “임원들의 연봉 조정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주먹구구식 연봉책정 CEO 손본다

한편, 금감원은 경영성과와 관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연봉을 책정해온 금융사 CEO들의 보수 체계를 손볼 예정이다.

금감원은 영업실적이 악화돼도 CEO들이 고액 연봉을 쥘 수 있었던 데는 연봉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성과급 지급을 위한 성과평가방식도 자의적으로 운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경우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면서도, 성과 평가 시 주관적 평가가 가능한 비계량평가지표 비중이 각각 34%, 31.5%로 높았다. 금융지주사와 은행 CEO가 비계량평가점수를 만점(100점)에 가까운 97.5점, 94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게다가 총자산순이익률(ROA)·주당순이익(EPS) 등 계량지표를 활용할 때도 성과 목표치를 전년도보다 낮게 설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영업실적이 떨어지더라도 전년도 성과급의 70~80%를 챙길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부 CEO는 성과 보수를 여타 자회사로부터 중복해 받거나 퇴직 때 거액의 수당을 특별공로금 명목으로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성과보상위원회는 명확한 근거 없이 평가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CEO가 위법·부당한 행위를 하더라도 기준 없이 성과급 환급여부를 결정하는 등 ‘식물’ 위원회나 다름없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금융회사 CEO들의 성과보수체계는 금융사 자율 사항이나, 불합리한 운영사례는 즉시 시정토록 지도하고 현장검사를 통해 재정비했는지 여부를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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