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한동우 회장 연임 기도 ‘흑막’

산업 / 홍성민 / 2013-11-25 09:34:54
현행 규정 한 회장 연임에 ‘유리한 룰’ 금융계 비난 여론

외부인사 기준 삭제 등 승계기준 수정…라응찬 전철 밟나 지적
신한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 한 회장의 연임 반대 성명 내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내년 3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선임 기준을 두고 불공정 논란에 휩싸이자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가 일부 규정을 변경키로 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동우 회장은 과거 신한사태의 원인이 됐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회장후보 선임 규정을 손봐 지원자들의 나이에 제한을 뒀다. 하지만 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면서 이 규정 자체가 본인의 연임을 염두에 두고 경쟁상대를 사전에 막기 위해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개정으로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 불공정 논란을 잠재웠지만, 업계에서는 한 회장이 장기집권을 이룬 라응찬 전 회장의 전처를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이 한 회장의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표면적으로만 규정을 바꾸려하는 등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회장 선임기준 수정 연임 염두ㆍ경쟁상대 막기용?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 회추위가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내 기준을 수정키로 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회추위는 기존 지침 중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힌 경우 연임 여부를 먼저 논의한다’와 ‘퇴직 후 2년이 넘으면 외부인사로 구분한다’는 규정을 없앴다. 기존 회장후보 추천 규정에는 신한금융과 관련 계열사의 퇴직 후 2년 이상이 지난 인사의 경우 외부인사로 처리됐다.

다만 ‘신규 선임 연령 만 67세 이내’, ‘만 67세 이상인 기존 회장의 연임 시 재임기한 만 70세’ 등 연령 제한 규정은 유지한다.

CEO 승계 프로그램은 회추위의 규정이 아닌 한동우 회장이 취임한지 100일 만인 지난 2011년 6월에 만든 내부지침이다. 한 회장은 지난 2010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행장이 서로 법적공방을 벌이다 동반 퇴진한 이른바 신한사태 이후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회장후보 지원자들에 대한 자격 제한 기준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면서 일각에서는 “지금의 규정은 현 회장인 한 회장의 연임에 유리하게끔 만들어졌으며, 경력 제한에 대해 외부인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신한금융은 그동안 회장 후보군에 내부 인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왔기 때문에 전부터 ‘퇴직 후 2년이 넘으면 외부인사로 구분한다’는 규정을 놓고 말이 많았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회추위는 “지난 14일 첫 회의 때 차기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된 불공정 논란을 잠재우고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존 외부인사로 분류됐던 이동걸(65)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홍성균(66) 전 신한카드 사장 등이 내부인사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신한측 연령 제한룰 표면적…달라진 것 없어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력제한을 없애 퇴직 기간과 상관없이 후보군을 폭넓게 살펴볼 수 있게 됐지만, 연령 제한에 있어서는 아직도 불공정하다며 표면적으로만 규정을 바꾸고 실질적인 것은 달라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 회장이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고는 있지만 그와 경쟁상대가 될 만 한 전직 임원들이 ‘신규 선임 연령 만 67세 이내’, ‘만 67세 이상인 기존 회장의 연임 시 재임기한 만 70세’ 등 연령 제한 규정에 걸리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직 임원 등 내부 인사가 현재 회장인 한 회장과 경쟁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회장을 상대할 경쟁 후보군으로는 전직 임원들이 유리한데 이들 모두 연령 제한에 걸려 지원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이같이 연령 제한에 걸리는 인사에는 고영선(69) 교보생명 상임고문(전 신한생명 부회장), 최영휘(68) 전 신한금융 사장, 이인호(70) 전 신한금융 사장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 퇴직 임직원 50명은 지난 12일 ‘신한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을 결성해 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 회장이 임기 중에 마련한 차기회장 선임 규정은 현 회장 연임에 유리하도록 짜여 있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회장이 지난달 라응찬 전 회장을 모 일식집에서 수차례 만나는 등 아직도 라 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신한사태를 봉합할 리더십도 없다”고 연임을 반대했다. 하지만 한 회장은 라 전 회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수십명이 모인 OB모임에 참석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한금융 관계자는 “최근 불공정 논란이 일면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주변에서 한동우 회장의 연임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는데 이는 잘못 알려진 것이다. 다른 후보들도 같은 기준에서 공정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내․외부 인사는 10여 명이다. 내부인사 후보에는 ‘그룹 경영회의’에 속한 서진원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이 있다. 이 중 서 행장은 2015년까지 연임이 확정된 상태라 차기 회장직에 나설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번 규정 조치로 새로 후보에 오른 이동걸 전 부회장과 홍성균 전 사장까지 포함하면 12명 정도가 신한금융 차기 회장직을 두고 경쟁을 벌일 양상이다.

회추위는 연임여부 우선 논의 규정을 없앤 만큼 한 회장뿐만 아니라 후보에 오른 모두를 고려할 방침이라지만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한 회장이 신한사태 이후 보여준 조직 안정화, 우사한 실적 등으로 그의 연임을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차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사람은 한 회장을 포함해 6개 계열사 CEO들”이라면서도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계열사 전 임원이나 외부 인사도 고려해볼 순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회추위는 오는 28일 2차 회추위를 열 예정이다. 김기영 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1차 회의에서 후보군에 대한 연령제한(만 67세 미만)은 유지하되 퇴직 기간과 상관없이 후보군을 폭넓게 살펴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회추위는 오는 12월에 예정된 이사회에 회장 후보를 추천할 방침이다. 추천된 회장후보는 이사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후보로 확정된다. 최종 후보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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