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예정부지 부동산 투기 나선 ‘한수원 직원들’

산업 / 최병춘 / 2013-10-28 14:43:40
내부정보 이용해 신고리5,6호기 예정부지 토지 구입

▲지난 6월 20일 부산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이 원전 불량부품 납품비리와 관련해 한수원 본사와 고리·월성 원자력본부 사무실 등 9곳에 대대적으로 압수수색애 들어간 서울 강남구 한국수력원자력 서울사무소
[토요경제=최병춘 기자]한국수력원자력공사(이하 한수원) 직원들이 업무상 비밀정보를 이용, 원전 예정부지에 집단으로 토지를 구입하는 등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한수원이 제출한 국감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9년 한수원 2~4급 직원 10명이 신고리 5,6호기 예정부지에 토지를 공동구입하는 등 부동산 투기 정황이 파악돼 한수원 내부 감사와 검찰 조사까지 받았던 사실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경매를 통해 토지 구입을 한 시기는 신고리 5,6호기 건설계획이 한수원 이사회에서 의결되었을 뿐 대외적으로 공표되기 전으로, 한수원 직원만 확보가능한 ‘업무상 비밀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2009년 5월, 약 6억 7천만원을 들여 경매로 나온 2270평의 과수원을 공동명의로 구입했다. 당시 이 과수원의 경매 개시가는 12억 2400만원 이었으며, 두번 유찰을 통해 가격이 절반가까이 떨어진 상태에서 낙찰 받은 것이다.


앞서 2009년 2월 27일 한수원 이사회에서 ‘신고리원자력제5,6호기 건설 기본계획(안)’이 의결됐고, 이 내용은 한수원 내에서도 기밀정보로서 일반인들은 절대 알 수가 없다.


이들 또한 한수원 내부 감사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을 모르는 상태에서 전원주택 건축과 주말체험영농을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신고리 건설소에서 근무했던 이들은 내부 정보와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편입토지 규모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해당 토지를 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수원 내부감사 결과 충분히 해당 비밀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정황이 인정되며 전원주택과 체험영농 등은 농지법 ․ 건축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들은 토지 취득 후 현재까지 불과 4년만에 시세 차익만 4억5천만원 이상(공시지가 기준 지가상승률 39% 반영)의 이익을 보고 있으며, 이후 원전부지에 편입될 경우의 보상과 인근 도로 이설에 따른 도로부지 편입 보상 등 많게는 수 배의 이익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2012년 9월 민원을 통해 위 사실을 접수한 뒤, 두달여 내부감사를 벌인 결과, 부패방지법과 농지법 위반행위로 2012년 12월 울산지검에 수사 의뢰를 했다.


울산지검은 사건 접수 후, 당시 한수원이 기타공공기관인 만큼 해당 직원들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부패방지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무혐의 처리, 한수원에 통보했다. 그러나 단지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비밀정보 이용, 토지 구입 정황 등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이후 고위직(2급)으로 승진까지 한 경우도 있다.


김 의원은 “한수원 내규상 내부감사에 따른 징계와 검찰수사는 전혀 별개의 사항이며, 오히려 이렇게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고의적인 비위행위를 한 경우는 무조건 ‘해임’에 해당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사실조사도 되지 않은 검찰수사를 핑계로 별다른 징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2012년 12월 당시 시험성적서 위조 등 원전비리 파문으로 한수원이 곤욕을 치르는 상황에서 더 큰 비난을 모면하려는 또다른 모의(謀議)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말 ‘최악의 원전비리’가 아닐 수 없다.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수수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직원들이 공모하여 직접 부동산 투기까지 뛰어든 ‘명백한 범죄행위’가 확인된 것”이라고 개탄했다.


또 김 의원은 “1만여 명에 가까운 한수원 직원 모두는 아니겠지만, 내부의 비밀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주식 거래 등 부패행위를 한 사례가 이것 뿐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와 검찰은 이번 건을 시작으로 한수원 내부의 비리행위에 대해 전면적인 재감사,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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