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안한 출발’ 롯데온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기자수첩 / 김시우 / 2020-05-08 15:34:39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소비 패러다임이 빠르게 온라인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커머스 매출은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을 넘어섰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속속히 이커머스로 발을 넓히고 있는 지금, ‘유통 공룡’ 롯데가 통합 온라인몰 앱을 출시한다는 소식은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롯데쇼핑은 2018년부터 2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달 28일 통합 쇼핑 앱 ‘롯데온(ON)’을 선보였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롯데마트 등 7개 롯데 유통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몰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야심작’이라고도 불리는데 낡은 오프라인 유통방식에서 디지털 전환을 꾸준히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총 3조원 가량 투입된 롯데온은 신 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전환의 핵심 사업이다.


롯데온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개인 맞춤형 쇼핑을 핵심 역량으로 잡았다. 모두를 위한 서비스를 하지 않고 개인에게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들의 쇼핑 시간과 노력을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는 소비자 행동과 상품 속성을 약 400여가지로 세분화하고, 롯데멤버스와 협업해 국내 인구수의 75%에 달하는 3천900만명의 빅데이터를 활용한다.


이를테면 롯데백화점에서 수영복을, 롯데마트에서 선크림을 샀다면 롯데온에서는 물놀이용품을 추천해준다. A 고객과 구매 패턴이 비슷한 B 고객에게는 A 고객의 구매 리스트를 참고해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 등으로 소비자에게 편리한 쇼핑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롯데온의 전략이다.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 발표에도 불구하고 현재 롯데온은 앱스토어에서 5점 만점에 평점 1.9점으로 최악의 점수를 받고 있다. 쿠팡의 경우 4.5점을, 신세계그룹의 SSG닷컴도 3.5점을 기록했기에 롯데온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비참할 정도다.


롯데온은 서비스 첫날부터 서버 문제로 삐걱거렸다. 지난달 28일 오전 10시부터 운영한다고 밝혔으나 2시간 이상 접속이 불가능했다. 당시 앱에는 ‘새로워진 롯데온 잠시 후 공개 합니다’라는 글귀만 있었을 뿐 서비스 시작은 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뿐만 아니었다. 기존 롯데닷컴 고객의 회원등급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제품 가짓수도 개별 쇼핑몰보다 훨씬 부족하는 등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소비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호평보다 불만의 의견이 더 많았다.


실제 앱스토어에서 관련된 불만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 사용자는 '구매내역 조회도 안되고 회원등급은 다 리셋'이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댓글에서도 ‘롯데닷컴에 담아뒀던 장바구니가 비워졌다’, ‘제품 검색이 안 된다’ 등의 서비스 혹평이 이어졌다.


소비자는 ‘통합이라더니 완성도가 너무나 미흡하다’며 ‘모양새만 통합’이라고 꼬집었고, 업계 내에서는 '철저한 준비 없이 너무 오픈을 서둘렀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롯데온에게는 성급한 판단보다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본다. 롯데라는 거대 유통 기업의 야심찬 온라인 사업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주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서둘러 진행한 것이 오점이 아닌가 싶다.


코로나19로 한 차례 출범을 연기해온 바 있어 더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역량을 보완했다면 지금의 아쉬운 평가와 다른 '산뜻한 출발'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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