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54%…임금격차 사상 최대

산업 / 조은지 / 2017-04-30 13:19:09
노동시장 양극화…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3% 수준
▲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규탄하는 '비정규직없는세상 청소노동자의 봄' 행사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같은 근무에도 차별을 받고 있다며 임금 등의 차별철폐를 주장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조은지 기자] 지난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의 54% 수준이었다. 정규직이 월급 100만원을 받을 때 비정규직은 54만원을 받았다는 뜻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대기업의 63% 정도였다.
대기업 정규직과 대기업에서 하도급을 받는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우리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두 존재다.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로 대표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해가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는 2004년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279만5천원, 비정규직은 149만4000원이었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의 53.5% 수준이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수준을 100%로 봤을 때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만 해도 60%대였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2009년 54.6%로 급격하게 하락한 뒤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비정규직의 월평균 상대임금은 2000년 이후 경험했던 두 번의 큰 경기변동(2003년 카드 사태,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정부는 사업주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일정 비율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각종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내놨지만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이 밝힌 지난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23만원으로 대기업(513만원)의 62.9% 정도였다.
중소기업 임금 총액 역시 1997년에는 대기업의 77.3% 수준이었으나 갈수록 낮아져 10년째 60%대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는 해외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심각하다.
미국 중소기업 근로자의 1인당 연평균 급여액은 4만2133달러(2014년 기준)로 대기업(5만5416달러)의 76.0% 수준이었다.
일본의 경우 100인 미만 기업 근로자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연간 371만엔(2015년 기준)으로 100인 이상 기업의 77.9% 정도였다.
이 같은 임금 격차는 소득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최상위 10%는 하위 10%보다 4.79배 많은 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불평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나쁜 미국(5.01배) 바로 다음으로 일본(2.94배), 스페인(3.08배), 영국(3.56배)보다 훨씬 컸다.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같은 격차의 원인은 결국 노동시장 양극화에서 찾을 수 있다.
대기업-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은 임금은 물론 기업복지, 고용 안전성, 사회보험 등 임금 외적인 부분에서도 처우가 천양지차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려워 한 번 정해진 임금과 처우가 굳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집권 하반기인 2015년부터 노동개혁 이슈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왔지만 논란만 남긴 채 끝을 맺지 못했다.
공은 다음 정부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대선 후보들은 입을 모아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규직-비정규직의 격차를 해소하고,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비정규직 양산을 막기 위한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노동개혁을 통해 비정규직 수를 대폭 줄이고 최저임금을 2020년 1만원에 도달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동시에 무분별한 간접고용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바닥 부분을 끌어올려야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있다”며 “고임금의 경우 소득 상위 구간 소득세율을 올려 분배 효과가 나타나도록 하고, 황폐한 밑바닥 노동자를 위해서는 최저임금을 올리고 4대 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자 급여를 올려주거나 경영성과를 공유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 사후적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이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경영성과를 근로자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할 경우 정부지원 사업 참여 때 우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지원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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