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낙제점’ 국감보다 무서운 ‘무관심’ 국감

오피니언 / 최병춘 / 2013-10-25 11:09:12

▲최병춘 기자
대한민국 국회의원. 참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지 못하는 집단 중 하나다. 지키지 못할 공약으로 당선된 후 하는일 없이 싸움만 일삼고 있는 집단이라는 인식이 짙어지면서 국민들의 시선에서 멀어진지도 오래다. 이러한 취급을 받고 있는 이들이 국민들에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가 바로 ‘국정감사’다.


그렇지만 대체로 지금까지 국감에 대한 평가는 박했다. 올해 많은 기대 속에 출발한 박근혜 정부의 첫 정기 국회 국정감사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듯하다. ‘구태의연하다’, ‘실속없다’, ‘허술하다’ 등 다양한 비판이 제기되며 ‘낙제점’이라는 평가까지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각 상임위 국정감사를 점검한 국감NGO모니터단이 “역대 최대 피감기관, 역대 최다 기업증인을 신청했지만 정작 증인신문은 부실했다”고 지적하며 낙제점에 가까운 C학점을 주기도 했다.


이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면 이번 국감은 증인채택 관련 파행과 증인들의 불출석, 피감기관장의 협박전화논란 등으로 국감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기초연금, 세금논란,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중소기업 살리기, 원전불안 등 국민적 관심사항과 관련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을 못했고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사건에 매몰돼 새로운 이슈개발을 하지 못했고 정부의 정책 난맥상이나 부정부패에 대한 날카로움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마구잡이 증인신청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졌다.


소수정당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언론도 ‘부실국감’을 지적하느라 바쁘다.


참 안타까운 형국이다. 여전히 미움 받고 있는 국회의원도 안타깝지만 정치에 질려버린 국민들이 이번 국정감사를 아예 외면할까 더 우려된다. 아무리 ‘낙제점’을 받고 있는 국감이라도 일부에서는 꾸준히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정제계 비리, 전·현 정부의 정책 문제점 등 날카롭게 지적하며 공론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마저도 국민 시선에 들지 못한다면 정말 최악이기 때문이다. 물론 수세적 입장인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분위기가 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국민에겐 절대 그렇지 않다.


한편, 이번 국감을 두고 정쟁국감 또는 기업국감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정쟁국감’이 과연 나쁜 것일까? 각 정당의 기본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 견제는 결국 경쟁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정쟁국감’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업감사’ 또한 마찬가지다. 경제적 양극화가 극심한 대한민국에 국회가 자본권력을 견제하는 것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이러한 틀이 보다 실속 있고 알찬 내용으로 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남은 국정감사가 국민들의 외면이 아닌 관심 속에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의 분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망스럽더라도 부릅뜨고 지켜볼 국민의 끈기 있는 관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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