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4대 지주 회장 내정

산업1 / 박진호 / 2014-10-23 13:34:39
관치타파 KB, 첫 내부 출신 회장 선택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KB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으로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내정됐다.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KB금융 본점에서 회장 후보 최종 면접자 4명에 대한 심층면접 후, 투표를 통해 윤 전 부사장을 새 회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사외이사 9명으로 구성된 회추위는 이날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순서로 각각 90분씩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윤 전 부사장은 1차 투표에서 하영구 후보에게 5-4로 앞섰고, 2차 투표에서는 전체 3분의 2에 해당하는 6표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 내정자는 다음 달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공식 선임되며, KB금융그룹의 4대 회장에 오르게 된다.
김영진 회추위원장은 이미 제시했던 기준대로 전문성과 국제적 감각, 개인 자질 등이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윤 내정자가 KB에서 오랫동안 재직한 점이 가산점이 됐다고 말하며, 면접에서 “KB가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경영을 하겠다”고 의견을 밝힌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상고(商高) 출신 천재 은행원의 회장 내정
1955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난 윤 내정자는 광주상고를 종업한 후 1974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하버드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행정고시(25) 2차에 합격했지만 학창시절 학내 시위와 연관됐다는 문제 제기로 공무원에 임용되지 못했고, 결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획득하여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했다.
윤 내정자는 회계법인 부대표를 맡고 있던 2002년, 고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에 의해 KB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직후였던 당시 KB국민은행의 재무전략기획본부장으로 업무를 수행했지만, 국민은행이 국민카드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처리 문제로 김정대 전 행장과 함께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고 2004년 국민은행을 떠났다.
그러나 2010년에도 그는 최고경영자의 선택에 의해 KB로 돌아오게 된다. 어윤대 전 KB금융그룹 회장의 부름을 받아 KB금융의 재무와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를 맡아 3년간 근무했고, 현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고학력자들이 넘쳐나는 회계법인과 금융그룹에 상고 출신으로 입사하여 업무능력을 인정받은 윤 내정자는 금융권에서 ‘상고 천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 최종 회장후보에 올랐던 김기홍 전 KB국민은행 부행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왼쪽부터)
윤종규 내정에 노조도 환영
주전산기 교체로 불거진 문제로 인해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의 동반 퇴진하게 된 KB금융의 수장을 맡게 된 윤 내정자로 인해 KB는 내부출신의 첫 회장을 맞이하게 됐다.
KB금융은 그동안 꾸준히 관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며, 금융당국의 강경한 조치로 자리를 지키지 못한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문제 역시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인해 비롯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이번 회장 인선과 관해서도 관치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에서 지지하는 특정 인사가 유력하다는 하마평도 이어졌고,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KB의 LIG손해보험 인수를 보류하면서, 이를 통해 회추위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등장했다. 그러나 회추위는 결국 최초의 내부 출신 회장 내정으로 결론을 내렸다.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 인선 때마다 결사반대의 입장을 개진했던 KB국민은행 노동조합도 윤 내정자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번 KB사태에 대해서도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던 KB국민은행 노조는 신임 회장 내정 소식에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며, 노조도 본연의 업무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반색했다.
특히 최종 4명의 후보자 가운데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며 외부 인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던 노조 측은 윤 내정자가 조직 안정을 위핸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낙하산 인사가 개입할 수 없도록 철저한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내정자는 어윤대 전 회장 시절에도 은행장 선임과 관련한 직원 설문조사에서 최고의 은행장 후보로 꼽힐 만큼 이미 내부적인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임명될 경우 고유의 내부 문화가 뒷전으로 밀리고, 실질적인 내실 다지기보다 보여주기 식 사업 확장 위주의 정책이 진행되는 폐단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노조 뿐 아니라 KB 조직 내에서도 일반적으로 이번 인사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관측된다.
KB의 한 관계자는 “외부 인사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라고 평가하며, “내부 출신의 회장이 나와야 채널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조직 안정의 기틀을 더욱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윤 내정자의 선임을 통해 관치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며, “신임 회장께서 KB금융이 리딩뱅크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데 최선을 다해주시리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리딩뱅크 KB의 위상 재정립’ 선언
윤 내정자 역시 이러한 내부의 기대를 정확히 대변했다. 윤 내정자는 “KB사태를 겪으면 서 KB 직원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내부 출신인 제가 회장이 됨으로써 직원들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조직의 화합과 결속을 이룰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고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내부 인재와 후계자를 양성하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조용하고 순조로운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장이 바뀌는 외풍을 차단하고 자연스러운 내부 인사의 승진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수없이 제기된 의견이었지만 외부 인사 출신의 회장들로서는 나설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가장 먼저 언급했다. 윤 내정자는 “후계자를 미리 양성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사안에 대해 이사회와 함께 좋은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 사이의 채널 갈등에 대해서도 해결 의지를 나타냈다. 윤 내정자는 지주와 은행을 두루 거쳐 지주와 은행 간 갈등을 막을 수 있고, 국민은행 내 채널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자신의 강점 중 하나라고 강조하고 “내부 조직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그룹 내 조직의 화합을 끌어내고 조직원들의 상처를 치유 하겠다”고 밝혔다.
구성원의 화합과 결속이 모든 문제 해결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윤 내정자는 이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 임직원들의 역량을 결집해 리딩 뱅크의 위상을 반드시 회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한 장기적이고 꾸준한 전략과 실행을 통해 KB의 글로벌 금융 도약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지점과 현지법인을 재정비해 경쟁력을 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한 윤 내정자는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의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제시했다. 또한 해외 법인에 대한 관리 역량을 축적한 후에는 인수합병, 지분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시아 시장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 국정감사에 나서게 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왼쪽 첫 번째), 임영록 KB금융지주 전 회장(오른쪽 첫 번째)
금융권 SKK 전성시대와 최초의 호남출신 회장
한편 윤 내정자가 KB금융을 맡게 되면서 금융계에는 성균관대 출신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신한은행의 한동우 회장만 서울대 출신일 뿐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성균관대 법학과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4명 중 3명이 성균관대 출신이다. 하나금융지주의 핵심인 하나은행의 김종준 은행장도 성균관대 출신(경제학과)이다.
성균관대 학맥은 박근혜 정권 들어 눈에 띄는 약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박 대통령이 취임 후 단행했던 청와대 참모진 인선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와 당시 허태열 비서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 성균관대 출신들의 급부상이 이어진 바 있다.
반면 윤 내정자는 금융 수장들 중에 유일한 호남 출신 인사다. KB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그룹의 회장은 모두 영남 출신 인사들이다. 윤 내정자는 호남 출신의 첫 금융지주 회장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특정 지역 출신의 편중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내정 자체가 인사의 탕평과 화합을 뜻한다고 전했다.
다음 초점은 '국민은행장'
KB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이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으로 내정되면서 이제는 여전히 공석인 KB국민은행의 은행장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KB금융지주를 상징하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가장 큰 중심이다. 금융권에서는 윤 내정자가 다음 달 이사회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취임할 경우 대대적인 인사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중 국민은행장 선임에 귀추가 주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은행은 이건호 전 행장이 물러난 후 박지우 부행장이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 KB금융 최초의 내부 인사 출신 회장인 만큼, 은행장 역시 외부인사보다는 내부인사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회장과 달리 은행장은 이건호 전 행장은 물론, 그 이전의 민병덕 전 행장 또한 각각 리스크관리그룹과 개인영업그룹의 부행장을 맡고 있던 내부 인사였다. 따라서 차기 행장도 현재 국민은행의 부행장 중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부행장은 현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지우 영업본부 부행장을 비롯해 신탁본부의 홍완기 부행장, 고객만족본부 백인기 부행장, 기업금융본부 이홍 부행장, 여신본부 오현철 부행장, HR본부 민영헌 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민영헌 본부장 등 7명이다. 여기에 KB금융지주의 회장 직무대행을 수행 중인 윤웅원 KB지주 부사장과 김진홍 KB생명보험 대표이사도 차기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그룹 회장과 은행장은 겸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윤 내정자가 은행장을 겸임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4대금융 지주 중 회장과 행장을 겸하고 있는 것은 우리금융의 이순우 회장이 유일하다.
계열사 인사태풍 가능성 높아
국민은행 뿐 아니라 KB금융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진에도 인사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임기 만료가 임박한 대표들도 적지 않아 회장 취임과 함께 인사조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B인베스트먼트의 남인 사장과 KB데이타시스템의 박중원 사장의 임기가 연말까지고, 차순관 KB저축은행 사장이 내년 1월, KB국민카드 김덕수 사장이 3월에 임기가 종료된다.
정회동 KB투자증권 사장, 김진홍 KB생명 사장, 이희권 KB자산운용 사장, 장유환 KB신용정보 사장 등 4명은 지난 8월 말 유임되어 임기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행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면 계열사 CEO들이 신임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하고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이 관례인 만큼 이들의 잔여임기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에서는 회장과 행장이 모두 교체되는 것이기 때문에 연쇄적인 이동이 불가피할 수 있어, 계열사 CEO들의 교체도 큰 폭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내정자는 다음달 21일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에 공식 취임하게 된다. 따라서 취임 직후 은행장 문제를 비롯한 각종 계열사 인사에 들어간다 해도 후속 인사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은 12월 초가 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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