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은퇴 후 우아한 노년 보내려면…

산업1 / 토요경제 / 2013-10-14 11:31:45
·건강·대인관계·여가생활…은퇴설계 빠를수록 좋다

은퇴는 영어로 ‘retire’다. 단어를 분해하면 타이어를 갈아 끼운다고 풀이해볼 수도 있다. 이 해석은 은퇴를 “현역에서 물러나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썩 잘 어울린다. 제2의 인생, 인생 2모작이라고 불리는 재출발에는 교육과 준비가 필요하다. 이것을 복지 전문가들은 은퇴설계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은퇴설계라고 하면 대부분 보험회사에서 자사의 연금을 판매하기 위한 은퇴연금 상품설명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은퇴연구소를 설치해 놓고 노후자금 조성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도 은퇴설계 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증권회사들도 고객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은퇴학교를 개설해 놓고 있다.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도 기존의 퇴직연금연구소를 은퇴설계연구소로 변경하고 은퇴설계 컨설팅 서비스에 나섰다.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베이비붐세대가 본격 은퇴하면서 은퇴 재무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보험사나 증권사들이 운영하는 은퇴설계는 노후 건강관리를 가미하기도 하지만 거의가 재테크 등 재무 관리에 집중돼 있다. 은퇴 후에 생활을 영위해 나갈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주로 가르쳐준다. 금융권에서 개설한 은퇴설계 프로그램을 보면 은퇴 후 종신까지 보통 10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강의한다. 그 자금이 없으면 여생을 원만하게 살기 어렵다고 겁을 준다. 연금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일종의 공포마케팅이다. 이런 식의 교육으로는 노령자들의 생애설계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노인인력개발원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노인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주로 취업을 위한 기능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교양교육 부문은 비중이 작다. 생활비, 자녀 결혼비용, 여가비용 등 자금 문제와 취업은 물론 중요하다. 가장 필수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은퇴설계 교육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은퇴설계 교육은 인생 후반기 생애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종합적 능력을 제공해줘야 하며 재무, 건강, 대인관계, 여가생활, 삶의 방향 등을 가르치는 전인적인 교육이어야 한다.

대학에서 평생교육 개념을 적용해 은퇴설계 교육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곳은 서울대학교 노화고령사회연구소와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소를 꼽을 수 있다. 서울대는 노년은퇴설계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한양대학교는 사립대학으로는 가장 빠른 시기인 2008년 고령사회연구원을 설립해 그간 고령사회 분야에 대해 많은 연구 성과를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올 초에 ‘스마트생애설계과정’이라는 이름의 은퇴설계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평생학습 대학과 CEO최고위과정을 융합한 스타일인 ‘스마트생애설계과정’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강의내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유명대학 최고위과정을 여럿 수료한 조한주 변호사는 “50대 초반에 들어서자 은퇴 이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고, 노후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앞섰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한 현 시대 주인공으로서 막연함이 아니라 하나하나 차분하게 준비해나간다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으리란 고민을 해왔다”며 “스마트생애설계과정은 은퇴이후 인생 후반전을 충실히 설계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현장체험 등을 통해 나머지 인생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은퇴자들에게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는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고 한 학기를 지낸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은퇴자 및 은퇴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제2막 인생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의 송기민 교수는 “지금까지의 고령사회 노후를 대비한 정책은 단순노무를 알선하는 정도에 그친 측면이 없지 않다. 이것으로 남은 30~40년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건강, 소득, 여가 등을 노후준비라 이야기 한다. 하지만, 어디서, 누구랑, 어떤 일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100세 시대 노후대비를 위해서는 은퇴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1~2주 교육이나 취미활동을 은퇴교육이라고 하는 건 일종의 거품이다. 실질적인 은퇴준비가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은퇴 이후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자신의 재발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차분히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이 있어야하고, 앞으로 살아갈 선이 굵은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 : 홍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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