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보험? 2년은 있어야…”

산업 / 전성운 / 2012-02-13 13:50:25
NH생명보험 출범 초읽기

오는 3월2일 공식 출범하는 NH생명보험은 올해 생명보험시장의 가장 큰 변수다. 그러나 당장 NH생명의 보험시장 습격은 힘겨워 보인다. 주력 상품이 돼야할 변액보험 상품 개발과 시스템 구축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향후 2년간은 ‘우리에 갇힌 맹수’로 머물 전망이다.


▲ 충정로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건물


보험업계에 따르면 내달 정식으로 출범하는 NH생명보험은 타 보험사들이 주력으로 삼는 변액상품 개발은 전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차적으로 인력이 갖춰지면 상품에 대한 컨셉이 나오고 상품개발을 추진할 수 있어 NH생명은 타 보험사에서 변액상품을 개발하는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등 상품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가용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테스트하고 실제로 가동하려면 상품컨셉 확정 이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 관계자는 “전산 및 회계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1~2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범을 위한 IT부문의 개발 지연 역시 상당한 걸림돌이다.


때문에 “향후 2년여 동안 보험업계에서 NH생명보험이 바람을 일으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갖는다. 다른 NH보험 고위 관계자도 “지금은 준비기간”이라며 “2014년부터는 점프를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 1~2년은 지나야 변액 판다


NH생명의 약점은 ‘변액보험’이다. 변액보험은 생명보험업계의 주력 상품으로 생보사의 수입중 4분의 1이상을 변액보험이 담당하고 있다. 이른바 생보사 빅3(삼성생명·대한생명·교보생명)의 변액보험의 비중은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22~34%를 차지할 정도고 23개 생보사 전체의 변액보험료 수입은 약 12조5천억원으로 전체 수입보험료의 약 25%를 차지한다.


그러나 보험전문가들은 “변액보험은 보험금이 변한다는 측면에서 (일반보험과) 다르다”면서 “별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데 이것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떄문에 NH생명보험은 출범이후 변액상품의 파괴력을 대신할만한 상품 개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NH생명보험의 또다른 약점은 이른바 ‘25% 룰’이다. 100% 농협상품만을 판매했던 기존 농협은행이 NH은행으로 출범하는 3월부터 NH생명보험은 판매 채널을 삼성생명·교보생명 등과 나눠야 한다. 보험업법에 적용받게 됨에 따라 농협은행에서 판매되던 보험상품의 75%는 타사 상품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기존 농협은행에서 판매했던 자사 보험상품중 4분의 3을 취급하지 못하게 돼 그만큼 큰 공백이 생긴다.


때문에 NH생명보험으로서는 향후 5년 동안 ‘25% 룰’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단위조합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 사이 변액보험을 판매하지 못한다는 것이 치명적이다. 결국 2011년 기준 27조8000억원, 업계 4위 규모의 자산으로 출범할 NH생명보험은 올해 기대에 비해 초라한 영업실적을 거둘 공산이 크다.


한 NH생명보험 관계자는 “현재 공제보험의 라인업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며 “연금상품 등 기존 강점을 갖고 있는 상품이 (출범 직후에는) 주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도 “주력상품 개발과 직원 교육 등으로 시장 쟁탈전을 펼칠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해는 방카 부문 영업력 강화에 주안점을 두게 될 것”이라며 “향후 NH생명의 보험대리점 망으로 활용 될 전국 1100여개 단위조합에 맞는 상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시스템 안전성 ‘갈길 멀다’


그러나 IT 시스템 안정성 역시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IT 시스템은 겨우 소스코딩이 완료된 상태로 체계적인 테스트는 물론 사용자 교육 및 복구시스템 구축도 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최근 금융감독원의 출범준비사항 점검에서도 법적 유예적용 미반영 및 전반적인 IT적용 등의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와 관련해 경영진들은 쉬쉬하기에 급급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내부에서는 “내달 2일 출범시까지 시스템 안정성 확보는 불가능”이란 말도 나온다.


농협은 작년 4월 최악의 '전산대란'을 겪은바 있으며,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계열사인 NH투자증권 전산망에서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5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고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인터넷뱅킹과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체크카드 결제 등에서 서비스 장애는 계속됐다. 금융권에선 “작년과 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다면 농협은 끝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내부에서도 “보험사 출범을 연기하고 완벽한 시스템과 법적 보호장치를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4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5
    하이트진로, 익산 4% 물량 전주로·베트남엔 7700만달러…생산자본 재배치

    하이트진로, 익산 4% 물량 전주로·베트남엔 7700만달러…생산자본 재배치

    하이트진로(대표 장인섭)가 국내 생산자산은 효율화하고 신규 자본은 해외 성장거점에 배치하고 있다. 전체 소주 생산의 4%를 맡는 익산공장을 전주로 통합하는 한편, 베트남에는 첫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국내의 중복투자는 줄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에 생산자본을 투입하는 구조다.26일 토요경제가 하이트진로 공시와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회사는 오는 1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