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땡전 한푼 못내”

산업 / 전성운 / 2012-01-20 15:03:40
담합, 자본주의 기본 원칙 무시한 행위

작년 사상최대의 과징금으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생명보험사간 담합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보험료 이율을 담합한 16개 생보사에 대해 기존 발표 3653억원에서 약 68% 가량이 줄어든 1180억원의 과징금을 확정, 통보했다.


그러나 생명보험사들이 이율 담합을 이유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 정부의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걸기로 결정해 또한번 '진흙탕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길은 공정위와 보험사 모두에게 싸늘하다. 일각에선 공정위엔 ‘푼돈’이나 뜯는다는 비판을, 생보사들에겐 ‘돼지 근성’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생명보험 업계 사상 최대 과징금과 대형사들의 리니언시(Leniency,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악용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생명보험사간 이율 담합 사건과 관련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일 전망이다.


◇ 담합해도 과징금은 ‘푼돈’


보험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16개 생명보험사들의 담합행위에 대한 업체별 과징금을 최종 확정하고 과징금 납입 고지서를 발송했다. 납부 기한은 내년 2월 21일이고 총규모는 1180억원이다. 기존 발표 3653억원에서 약 68% 가량이 줄어든 금액이다.


더구나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은 각각 1347억3500만원, 1578억5500만원으로 통보됐으나 자진신고(리니언시)를 했다는 이유로 교보는 100%, 삼성은 최대 70% 각각 감면 적용된다. 담합 조사에 협조한 대한생명은 종전에 이미 일부 감면율을 적용한 486억원으로 책정, 이번에도 동일하게 결정됐다.


그밖에 AIA생명은 22억4000만원이 줄어든 6000만원, ING생명은 6억원이 줄어든 11억원, KDB생명은 1억7800만원이 줄어든 7억2200만원으로 과징금이 확정됐다. 그러나 알리안츠생명(66억원), 흥국생명(43억원), 신한생명(33억원), 동양생명(24억원) 미래에셋생명(21억원) 메트라이프생명(11억원)은 기존과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보사들의 추정 이익 17조원에 비해 과징금은 1%도 안 되는 1180억원에 불과해 공정위의 제재는 ‘솜방망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중소형사 “담합 아니다”, 대형사 “한푼도 못내”


그러나 일부 생보사들은 이에 불복,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기로 했다. 특히 중소형 생보사들은 “시장점유율인 절반을 넘는 빅3(삼성·교보·대한)의 결정에 다른 회사들이 따를 수밖에 없어 담합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리니언시 혜택이 대형사에게 유리한 현행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당 보험사들은 행정소송 제기와는 무관하게 기한 내에 과징금을 납부해야 하며 행정소송 결과 감액 또는 부과처분 취소결정이 내려질 경우 환급가산금이 합산돼 환급받게 된다. 당초 몇몇 보험사들이 모여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각각 과징금과 사한이 달라 각 사별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담합 사건에 연루된 16곳의 생보사 가운데 시정명령조치만 받은 4곳과 자진신고를 한 삼성·대한·교보생명 등 빅3를 제외한 9곳의 중소형사 가운데 대다수가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소형사 2곳은 소송 진행을 결정했고, 3곳은 소송을 전제 회사 법무팀이 승소 가능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다.


일각에서는 담합을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보험업계의 파렴치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하지만 중소형사들은 “빅3의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하는 생보업계 특성상 담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리니언시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은 대형사들 조차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과징금 규모가 예상보다 너무 크다”는 뻔뻔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중소형사 관계자는 “사정당국에 반기를 드는 것 같아 과징금 결정을 받아들이려 했으나 침묵은 곧 담합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라며 “금융당국에서 표준이율을 제시해 왔는데 이를 따른 것을 담합으로 모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다른 중소형사의 법무팀 관계자는 “빅3가 담합을 주도하고 중소형사들이 이를 추종했다는 공정위 판단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자사 법무팀에서 법무법인과 함께 준비작업을 마무리하고 다음주 초까지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의 회사들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일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도 심기가 편치는 않을 것”이라 말했다. 심지어 과징금을 감면받은 삼성생명과 대한생명마저 소송에 합류할 태세다. 삼성생명은 리니언시 2순위로 과징금의 70%, 대한생명은 조사협조 명목으로 과징금의 20%를 감면받았다. 각사 관계자들은 각각 “법무팀을 통해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이율 담합을 인정해 리니언시나 조사 협조를 한 것이 아니라 담합이 아니었음을 밝히고자 자료를 제출한 것인데 공정위가 이를 담합으로 판단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담합을 했다 치더라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장금 규모가 커서 회사 내 법률팀에서 소송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승소 가능성에 대해 내비쳤다. 그러나 삼성·대한과 함께 리니언시 1순위였던 교보생명의 경우 과징금을 100% 감면받아 이번 소송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사들의 이 같은 모습에 중소사들의 경우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이율을 주도하고 중소사들의 경우 거기에 따라가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를 주도하고도 리니언시를 통해 감면받고, 또 다시 행정소송을 준비중인 것은 말도 안돼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외국계 생보사들은 해외그룹 본사 지침에 따라 이번주에 내부 방침을 확정한다는 계획으로 소송 제기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외국계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가 크든 작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보험업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것이란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공정 경쟁 질서 훼손 엄하게 처벌해야


한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행정소송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보험업계와 공정위 간 진흙탕 싸움이 예상된다”며 “생보사 담합 사건은 결론을 내기까지 장기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원회 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이번 생명보험사 담합결과는 자체적인 심사 기준에 따라 내린 결론이며 이에 대해 소송을 하는 것은 보험사들의 권리”라며 “리니언시를 받은 회사도 나머지 과징금에 대해 소송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카르텔로 불리는 가격 담합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가장 중대한 범죄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를 가장 엄하게 처벌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최근 강화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처벌 강도가 약해 담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담합 관련자와 기업을 형사처벌하고 집단소송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정한 경쟁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엄하게 처벌해야 반칙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줄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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