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케이블 "국민 볼모로 쌈박질"

산업 / 전성운 / 2012-01-20 14:52:50
현행제도 하 언제든 같은 사태 발생 가능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 간의 갈등으로 불거진 초유의 ‘방송 중단 사태’가 사건 발생 28시간만인 지난 17일 오후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 수습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다수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과 계약이 여전히 남아있는 데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과 위성방송 등 역시 언제든지 지상파방송사와 재전송 문제를 두고 마찰을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적절한 제도개선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업계의 갈등으로 KBS2 채널의 케이블 재송신이 28시간동안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다행히 방송은 재개 됐지만 여전히 양자 모두 상대방 때문이라고 탓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간의 지상파 재송신 협상이 지난 17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이날 오후 7시부터 KBS 2TV 송출이 재개됐다. 케이블TV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상파 측과 협상을 벌인 결과 우선 CJ헬로비전과 지상파 3사가 대가산정 협상을 타결했다”고 밝혔다.


방통위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같은날 브리핑을 열고 “CJ 헬로비전과 지상파방송사의 재송신 협상이 합의에 이르게 되면서 SO들이 방송을 정상화하기로 했다”며 “CJ헬로비전과 지상파방송 3사는 오늘 합의를 바탕으로 세부적인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S도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의 시청권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케이블TV측과 적극적인 교섭에 나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일단 이날 협상 타결로 인해 KBS 2TV의 재송출이 이뤄지면서 큰 고비는 넘기게 됐다. 그러나 케이블TV비대위는 “협상이 타결됐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방송중단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방통위는 재전송 제도개선안을 조속히 입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방통위는 빠른 시일 내에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안’을 방통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논의하고 법안 마련과 함께 방송유지·재개 명령권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 국장은 “협상기간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해도 방통위 명령에 따라 방송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시청자 볼모로 밥그릇 싸움


이 같은 지상파방송사와 SO 간의 갈등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후 작넌 10월 서울고등법원은 지상파방송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지상파의 저작권을 인정, 지상파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케이블의 신규가입자에 대한 디지털 지상파방송 송출을 중단하고, 위반시 1일당 KBS, MBC, SBS에 각 50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양측은 그간 재송신 대가 산정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가입자 1인당 요금(CPS)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상파방송사는 지상파 재송신 금액으로 IPTV와 동일한 가입자당요금(CPS) 280원을 요구했지만, SO들은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을 들어 100원 이상은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관심을 끌던 재송신료 등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KBS는 “합의에 따라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방통위 역시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못하고 세부 내용도 잘 모른다”며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 것이 기본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케이블TV비대위는 이날 “재전송 중단이 지상파의 요구와 법원 판결에 의한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시청자에게 많은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케이블은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협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협상 타결로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단 복수유선방송사업자(MSO)의 하나인 CJ헬로비전만 합의에 이르렀을 뿐 나머지 MSO 및 SO들은 여전히 협상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상파방송과 CJ헬로비전과 합의한 가입자당요금(CPS) 수준도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여전히 비슷한 분쟁이 계속될 여지를 남겨뒀다. 앞으로도 재계약 등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이번 사태와 비슷한 갈등양상이 빚어질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비슷한 입장인 IPTV나 위성방송 등 역시 지상파방송사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송출 중단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IPTV와 위성방송 측에서는 지상파방송사들과 ‘최혜 대우 조항’이 맺어져있다는 점을 들어 SO들과 맺은 계약의 수준에 맞춰 CPS의 조정을 요구하고 나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하고 있는 관련업계에서는 의무재전송 문제를 포함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안을 방통위가 내놓기 전까지는 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KBS 1TV와 EBS만 의무재송신하도록 돼있는 현 규정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방통위가 내놓은 방송유지·재개 명령권 도입 추진 방침에 대해서도 강제조항만 추가하겠다는 것일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관련업계의 비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도개선안을 계속 요구해왔지만 방통위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인 개선안 없이 상충되는 부분을 어떻게 중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MBC·SBS로 이뤄진 지상파 방송사 연합체 한국방송협회는 KBS 2TV 재송신을 중단한 케이블SO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케이블의 재송신 행위는 권리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불법행위”이며 “케이블SO들은 가입자를 볼모로 내세우고 있다”며 비판했다.


협회는 “수 십 차례 협상을 통해 당사자간 상호 합의에 이르게 되자 이를 무효화하기 위해 고객 목에 칼을 대고 협박을 하는 것은 공적 책임을 부여받은 방송사업자의 자세가 아니다”며 “즉시 협박행위를 중단하고 협상 결과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해서는 “방통위 시정명령에 나타난 것과 같이 현재 케이블의 집단행위는 또 다른 불법행위”라면서 “방통위는 시정명령을 즉시 집행하고 케이블이 협상 결과를 수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 “시청료도 내고 이용료도 내는데”


시청자 단체들이 KBS 2TV의 방송중단 사태에 대해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KBS를 상대로 이르면 이번주 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언론인권센터, 여성민우회미디어운동본부 등 7개 시청자·시민단체는 지난 18일 성명을 통해 “케이블SO가 시청권을 침해했고, KBS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방기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SO들은 송출 중단이라는 횡포를 부렸으며 공영방송 KBS는 KBS2 채널의 방송중단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시청자들은 수신료와 케이블이용료의 이중 부담을 지고도 TV를 시청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KBS에 대해선 “수신료를 받고도 보편적 시청권을 위한 기본적 과제인 난시청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며 “송출 중단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SO에는 “유료방송 사업자라고 하지만 스스로 보편적 접근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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