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윗 하면 구속” 국가보안법 논란 재점화

산업 / 전성운 / 2012-01-16 12:14:28
웃자고 올린글에 죽자고 달려드는 검찰

지난 11일 한 네티즌이 트위터에서 리트윗 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를 잡아 가둔 근거는 ‘국가보안법’으로 검찰은 그가 “북한을 찬양·고무 했다”는 혐의를 씌웠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보면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는 네티즌 사이에선 잘 알려진 ‘반 북한 주의자’였고 그 ‘리트윗’또한 북한 정권을 비꼬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구속을 놓고 네티즌들은 “리트윗 했다고 구속이라니 기네스북에 오를일”이라며 강도 높게 검찰을 비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가 평소 두리반 철거 반대 농성, 희망버스, 반값등록금 집회, 청소노동자 투쟁등에 참여한 것이 실제 구속사유”라고 해석했다.


▲ 검찰 덕분에 조평통의 트위터 ‘우리민족끼리’의 팔로워가 만명을 넘어섰다. 한 네티즌은 “검찰이 홍보 해줬으니 이것도 국보법상 찬양·고무 죄”라고 설명했다.


지난 11일 수원지검 공안부(김영규 부장검사)는 트위터에서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글을 ‘리트윗’(재전송)한 혐의(국가보안법위반 등)로 네티즌 박정근씨를 구속했다. 수원지법 영장전담판사는 “(그가) 재범의 우려가 있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박씨가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에 실린 글 70여 건을 리트윗해 퍼뜨리거나 200여건의 이적표현물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영장이 떨어지기 하루 전인 지난 10일 <참세상>의 보도를 살펴보면, 경찰은 작년 9월 21일에 그가 북한의 트위터를 리트윗(타인의 메시지를 재전송하는 행위) 했으며, 두리반 철거농성장, 포이동주거복구대책위, 반값등록금 집회 등에 참석한 것을 문제 삼아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고 사진관을 뒤졌다.


그 후 그는 올 11월 15일까지 총 다섯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고 그때마다 경찰은 국보법 위반 사실을 확인시키려 하거나, 북한의 트위터를 리트윗 한 의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북한의 3대 세습 문제 따위를 물으며 사상 검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낮 12시께 수원지법 정문 앞에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등 단체 회원 10여명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정치·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 북한 비판해도 국가보안법 위반?
이 사건은 그 내막을 알고보면 ‘황당’ 그 자체다. 웃기는 사실은 박정근씨는 아주 잘 알려진 ‘반 북한 주의자’이고, 북한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조롱하고 비꼬기 위해’ 리트윗 해왔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는 북한의 선전물을 패러디해 풍자적 작품들을 그려오기도 했다.


최초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제시한 영장내용을 살펴보면 황당함은 배가 된다. 그 내용인 즉, “박정근은 두리반 철거농성장, 희망버스, 반값등록금 집회, 청소노동자 투쟁에 참여해왔으며 조평통의 트위터 '우리민족끼리'의 트윗을 리트윗하는 ‘취득 및 반포 행위’를 하였고, 때때로 멘션을 보내기도 하여 이들과 접촉 및 통신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박정근이 사용하는 트위터라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4명만 팔로해도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선동매체도구이다. 7월 현재 박정근의 팔로어는 2000여 명을 육박한다." 경찰은 트위터를 ‘유력한 선동매체도구’로, 리트윗하는 행위를 ‘취득 및 반포 행위’로 규정하는 요즘말로 ‘위엄’을 선보였다. 참고로 검찰 덕분에 현재 박정근씨의 팔로어는 5000명에 가깝다.


<오마이뉴스>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박정근씨의 변호를 맡은 이광철 변호사는 검찰의 결정에 대해 “참담하다”고 표현했다. 이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7조 1항, 5항으로 처벌하려면 북한이 반국가단체여야 하고, 해당 표현이 대한민국을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표현이어야 하고, 해당 표현으로 인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져야 하고, 그러한 행위들이 북한을 이롭게 해야 한다”며 “박정근씨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 이를 충족시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정근씨의 표현이 정서상으로 북한 지도부를 찬양하는 듯한 표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박정근씨가 북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 속에서 장난삼아, 호기심으로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정근씨도 “우리민족끼리에 맞팔해 달라고 멘션도 보내 봤지만 안 해줬다"라며 ”북한체제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정근씨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11일 수원지방법원 앞에서는 ‘박정근을 격하게 포옹하는 사람들의 모임(박격포)’과 국가보안법 긴급대응모임 10여 명이 모여 검찰의 구속영장신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규탄기자회견에 참석한 사회당 서울시당 이선주 위원장은 “사회당을 아시는 분들은 이 사건이 얼마나 어이없는지 알 수 있다”며 “박정근씨는 사회당 집행부로, 사회당은 창당 당시 ‘반조선노동당’를 슬로건으로 걸었고 북한의 3대 세습 역시 반대해왔다”고 밝혔다.


◇ 문제의 근원은 ‘국가보안법’
그의 구속처리를 놓고 전문가들은 “이는 사실상 ‘반 정부’적인 SNS를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이 모든 일의 근원엔 ‘국가보안법’이 있다”는 공통된 지적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8일 이번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북한 선전물을 패러디한 사람도 ‘이적 행위’로 추정된다고 기소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즈>는 “과거 한국의 군부 독재자들은 국가보안법을 간첩을 기소하는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데 이용했다”며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 단체들은 이명박 대통령 집권 직전 몇 달 전부터 검찰이 이 법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엔 인권위원회 등 국제 인권 단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프랑크 라뤼 표현의 자유 증진 및 보호 담당 특별보고관은 “한국의 인터넷 규제는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은 북한과 화해를 모색하면서, 동시에 사회를 물들이는 공산주의 사상을 통제하고 있다”며 “이러한 지극히 모순적인 동기가 충돌하는 가장 극명한 사례가 바로 국가보안법”이라고 전했다.


<오마이뉴스>는 한국진보연대 윤지혜 민주인권국장의 말을 인용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입건된 경우 보통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검찰이 이처럼 과잉 대응하는 배경에는 일종의 괘씸죄와 ‘팔로어들에게 나쁜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공안기관이 명예훼손법, 선거법,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SNS를 규제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SNS 처벌이 가능해질 경우 표현의 자유가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근씨 역시 “국보법 위반 혐의자는 언론과 접촉을 꺼리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구속 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다” 며 조심스레 검찰의 의도를 짐작했다.


페이스북에 아제르바이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감옥에서 11개월을 보냈던 청년 얍바 사발란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구금이나 처벌에 겁먹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를 체포할 수 있지만, 우리를 망가뜨릴 수는 없다. 발언의 자유는 모든 이의 권리이자, 우리의 권리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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