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공모 사전 내정 논란

산업 / 황혜연 / 2013-09-16 13:30:53
특정인 내정 문건 발견…박근혜정부 제식구 챙기기?

▲ 공모절차 진행중인 농어촌공사 사장에 관료 출신 특정 인사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의심되는 문건이 발견됐다. 해당 문건은 ‘CEO 취임에 따른 TIME-Schedule(타임스케쥴)’ 로 특정인이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 후 진행될 ‘취임전 보고 및 조치사항’, ‘취임 당일 차량 이동경로’, ‘취임 이후 주요 일정’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사진=뉴시스)

[토요경제=황혜연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이 공모절차중인 가운데 특정인사 사전내정 의혹이 제기 돼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공기관인 농어촌공사에 대한 사장 내정설이 제기되며 박근혜정부의 보은인사와 제식구 챙기기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상무 FAO 한국협회 회장 거론

지난 1일 한 매체는 농어촌공사 사장에 관료 출신 특정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공개하며 사전 내정설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매체는 ‘CEO 취임에 따른 TIME-Schedule(타임스케쥴)’ 문건을 근거로 특정 관료출신 인사가 농어촌공사가 현재 진행중인 사장 공모절차와 무관하게 내정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문건에는 특정인이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 후 진행할 ▲취임전 보고 및 조치사항 ▲취임 당일 차량 이동경로 ▲취임 이후 주요 일정 등이 상세히 작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전략기획·조직/인사쇄신·청사이전 등 3개반 15명 내외 조직 구성 ▲CEO 경영철학 구체화를 위한 T/F(혁신본부) 발족 등 취임 후 우선 시행할 업무 내용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다.

심지어는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최종 임명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특정인이 이미 후임 사장으로 내정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취임당일 ‘CEO는 FAO 차량이용 세종시로 직접 이동’이라는 문구와 함께 ‘현재 사장 명함에 이름만 바꿔라’ 라는 친필이 확인됐다. 더불어 ‘추석 전 언론 매체 간담회 개최 완료’ 라는 추석 전 임명할 것을 암시하는 문구까지 언급돼 이미 사장 내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취임 수순을 밟았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이 된 문건의 특정인은 이상무 FAO(국제식량농업기구) 한국협회 회장인 것으로 보도됐다. 이 회장은 농림수산부 시절 농업구조정책국장, 기획관리실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갖춘 농업전문가로, 지난해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행복한농어촌추진단장을 역임하는 등 이미 농어촌공사 사장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 ‘제2의 인사파동’ 우려

해당 문건이 발견되자 정치권에서는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은 ‘공안통치와 함께 찾아온 논공행상과 나눠먹기 낙하산 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 매체의 보도 이후 논평을 통해 “임명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의 고유인사권한 대상인 자리에 특정 인사를 내정한 타임스케줄 문건이 작성되고 외부에 알려지는 과정 자체가 논공행상의 아귀다툼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나눠먹기 낙하산 시도를 중지하고 주변 인사들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양건 감사원장 사퇴로 불거진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관계자의 감사원 낙하산 인사 시도사건, 자유총연맹 회장 선거에서의 청와대 행정관 개입 논란, KT 이석채 회장 사퇴 종용 논란에 이은 이번 농어촌공사 내정 파문은 정권 핵심부 내에서 또다시 자리 나눠먹기형 대규모 낙하산 인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민주당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임명과 함께 찾아온 공안통치의 그림자, 그리고 그 그림자 뒤에 어른거리는 대규모 낙하산 인사 움직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로 화살을 돌렸다.

새누리당은 ‘특정인이 작성한 서류일 뿐’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제 2의 인사 파동’으로 이어질까봐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후보자 중 한 사람이 취임을 대비해 일방적으로 작성해 놓은 문건일 것”이라면서도 “그동안 밀봉인사다 뭐다해서 여론이 안좋았는데 만일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제 2의 인사파동’으로 번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당혹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을 중시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문건에 특정된 인물) 이 사람이 사장으로 임명된다면 여론은 물론이고 박근혜정부의 인사시스템에 큰 흠집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FAO‧한국농어촌공사, 해당 문건 ‘모르쇠’

하지만 해당 보도와 관련, 이 회장 측은 문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며 ‘사실 무근’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FAO 정종철 사무총장은 이 매체를 통해 “문건 자체를 알지 못한다. 전혀 본적도 없고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도) 들은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농어촌공사 측도 “우리가 만든 문건이 아니다. (사장이) 임명된 후 스케줄을 만들지 미리 만들어 놓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에서 (사장 후보 예상자와) 가까운 사람이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며 몸을 낮춘 것으로 알려진다.

공공기관장 공모와 임원추천위원회 개최, 공공기관운영위 개최, 대통령 최종 임명까지는 보통 한달에서 한달 반 가량이 걸린다. 따라서 인선작업을 서둘러도 9월 중순 추석 전후나 10월초 쯤 공공기관장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을 보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대거 중용됐고, 청와대 내부에서도 임명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외부 공개’가 금기시 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해당 문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박근혜정부는 관료 출신이 공공기관장 자리를 독점하는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동안 공기업 사장 등의 선임 절차를 보류했지만 모양새에 그치는 셈이 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농축산식품부 뿐만 아니라, 현 정부들어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장이 고위 관료 출신들로 메워지면서 ‘제 식구 챙기기’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농어촌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지난 8월7~16일까지 사장 후보자 공모 후 면접(8월21일)을 거쳐 배부 농어촌공사 부사장, 이원희·허윤진 농어촌공사 전 부사장, 이상무 FAO 한국협회 회장, 하영제 농수산물유통공사 전 사장 등 5명을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상태다. 그러나 사장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임명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내정자를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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