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대출’ 급증…올해 가계대출 1천조 넘어

산업 / 유명환 / 2014-10-13 08:40:07
중산층도 빚 의존…’빚잔치’ 우려 확산

[토요경제=유명환 기자] 생계형 대출 문제가 한국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982조5000억원으로. 지금 증가 추세대로라면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안에 1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대출에는 은행, 상호금융 등 예금취급기관 뿐 아니라 보험사, 대부사업자, 공적금융기관 등 전체 금융기관의 대출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만 보더라도 7월 한 달간 5조7000억원이 늘었다. 8월에도 가계대출 급증세는 이어져 은행 가계대출이 14개월래 최대치인 4조6000억원 어치 늘었다.


이에 따라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이 최소 993조원에 달하는 만큼 연말에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가계대출에 신용카드사의 판매신용까지 더한 가계신용은 이미 작년 말에 100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은행 가계대출은 2014년 2분기 들어 주택거래 증가, 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증가 규모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가계부채 증가의 주 요인으로 꼽은 것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씨와 같이 주택구입 이외 용도로 사용하는 대출자 비중이 더 크다는 점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 등 5개 주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사용목적을 살펴보면 올해 1∼7월 신규취급액 51조8000억원 중 27조9000억원(53.8%)의 사용목적이 주택구매 이외의 용도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자가 주택구입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사용목적을 주택구매라고 적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담보대출금을 생활비나 사업자금으로 쓰는 비중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늘고 있는데 주택 이외 자금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자가주택을 보유한 중산층이나 서민이 생활자금, 학자금, 사교육비, 사업자금 등에 사용하기 위해 빚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LTV(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 증가분이 부동산 신규 구매보다 생활자금 등에 쓰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본적인 원인은 실질임금 정체로 어려워진 가계 살림살이에 있다.


물가를 반영한 전년동기 대비 실질임금 상승률은 5개 분기 연속 낮아지다가 지난 2분기에는 급기야 0.2%로 떨어졌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됐는데도 실질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한 것은 그만큼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속도가 더디다는 뜻이다. 임시직의 실질임금은 작년 2분기보다 1.4% 줄어 아예 뒷걸음질쳤다.


회사원 김모(42)씨는 “물가가 안 오른다고 하는데 2년마다 수천만원씩 올려줘야 하는 전셋값에다 5000원짜리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오른 점심값은 도대체 뭐냐”며 “월급은 안 오르는데 쓸 돈은 늘어나니 빚을 내서 이를 돌려막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벼랑 끝에 몰린 베이비부머 자영업자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해 감소한 자영업자 6만7000명 가운데 82%(5만5000명)가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을 하다 폐업했다. 베이버부머가 손쉽게 창업하는 음식점 등이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 2011년에 새로 창업한 99만4000명 중 85%(84만5000명)가 지난해까지 폐업 수순을 밟았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창업 후 2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세간의 통념을 통계치로 증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거나 창업 등에 나설 때도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싼 주택담보대출에 더 끌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문제는 실제 주택 구입보다 생활자금, 사업자금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라며 “이는 경기악화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살림살이마저 팍팍해졌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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