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부산은행 왜?

산업 / 홍성민 / 2013-09-02 11:46:45
내부직원 1억2000만원 횡령...3년간 ‘감쪽같은 도둑질’

감사부, 3년간에 걸친 억대 횡령 자체 ‘상시검사’서 감지 못해
“재무기획부 특별검사 통해 35차례 내부소행 범행 발견”
사무용품 전자상거래 ‘서류확인’만 하는 내부통제 ‘허점투성’
지난 6월 종합검사서 차명계좌 운용 등 금감원에 징계 받아


[토요경제=홍성민 기자] 부산은행(성제환 부산은행장)에서 억대의 공금횡령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부산은행 직원이 사무용품을 허위 구매하는 방법으로 1억2000만원의 공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부산은행은 지난달 경비처리 적정성 점검 과정에서 IT기획부 차장 문모 씨가 전자상거래(B2B)를 통해 사무용품을 구매한 것처럼 꾸며 지급대금의 약 75%를 현금으로 빼돌린 사건을 포착했다. 문제는 문 씨가 약 3년간에 걸쳐 공금을 횡령해 온 사실을 부산은행이 자체 감사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관련부서에서 그동안의 절차상 지출 내역을 확인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은행의 허술한 ‘내부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자상거래·상시검사 등 은행 내부의 허술한 관리시스템 지적
문 씨는 지난 2010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35차례에 걸쳐 공금을 횡령했다. 일각에서는 문 씨가 3년간 이같은 일을 저지르면서 감사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부산은행의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 씨의 범행이 장기화했음에도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은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한몫했다는 것이다.

부산은행 감사부에 따르면 사무용품과 같은 물품 등이 필요할 때 각 부서가 물품 구매 전담 부서인 사무지원부에 요청하면 이를 지원부가 구매해 해당 부서에 지급해준다. 이 경우 물품의 경비 처리는 통상 감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면 감사 없이 절차상으로 서류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6년 이상을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사무용품 구매를 혼자 도맡아 온 문 씨는 이를 악용해 전자상거래를 통해 사무용품 납품업체를 운영하는 외사촌 A씨와 함께 가공거래를 해오며 사건을 공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씨가 부서 내 사무책임자로서 단독 업무가 가능했고,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면 사무지원부를 거치지 않고 물품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이같은 일을 꾸민 것이다. A씨와의 공모 과정에서도 서로 돈만 오갔을 뿐 물품 배송이나 수령 등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문제는 물론이고 감사부가 실시하고 있는 상시검사와 직원관리에 대해서도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사부는 상시검사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자세, 업무능력, 윤리준수는 물론 사무용품 등 물품에 대한 경비사용 적절성을 확인한다. 하지만 감사부는 문 씨가 횡령을 하는 3년 동안에도 상시감사를 해왔으나 이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부산은행의 재무기획부가 경비처리 적정성 점검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고 이후 재무기획부의 특별검사를 통해 문 씨의 혐의를 적발한 것이다. 모든 부서의 비위행위를 철저히 관리 감독해야 할 감사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허술하게 내부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부산은행 관계자는 “인사위원회가 열려 문 차장은 면직처리가 됐다. 사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도 징계조치를 받았다. 내부통제가 안 됐던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기 때문에 이 직원들도 징계조치를 받긴 했지만 문 차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데다 공금횡령에도 가담한 적이 없다”며 “문 차장이 사고를 낸 당사자지 직원들은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에 대한 관리 소홀에 대한 징계를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부통제를 위해 사무용품 구매 시 개별 구매했던 것을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종합검사서 금감원에 징계 받아
한편, 부산은행은 BS금융지주와 함께 직원의 차명계좌 운용, 고객신용정보 부당 조회 등 법규 위반사항에 대해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3일부터 27일까지 25일간 BS금융지주와 그 계열사인 부산은행에 대한 종합검사를 실시, 지난 6월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 부산은행의 경우 A영업점은 금융계좌를 개설할 때 실명을 확인하지 않고 지난 2009년 4월22일부터 그해 10월19일까지 28명의 명의를 빌려 총 92개의 차명계좌(입출금계좌 33개, 정기적금계좌 31개, 적립식펀드계좌 28개)를 개설·운용했다.

또 신용정보관리업무를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신용정보 조회 권한은 필요․최소한의 인원에게만 부여해야 하지만 관리업무 담당 직원들에게 조회 권한을 주고 지난 2010년 4월22일부터 2012년 6월27일까지 이들 직원 중 10명이나 69명의 금융거래실적 등 개인신용정보 총 372건을 법규상 허용되지 않은 개인적인 용도로 조회했다. 특히 신용정보관리․보호인은 신용정보 조회기록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결과를 신용정보 보호업무에 반영해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는 등 신용정보 관리 및 보호업무를 방만하게 운영했다.

BS금융지주는 임직원 겸직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사전 승인․보고를 철저하게 하지 않았다. 금융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 등의 임직원이 업무를 겸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고객과의 이해상충 여부 확인 등을 위해 사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거나 겸직업무 개시 7일전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BS금융지주는 지난해 1월1일부터 4월2일까지 4회에 걸쳐 사전 승인 또는 보고 없이 자회사 임직원 3명을 BS금융지주회사 등 8개 회사의 임직원과 겸직하도록 인사발령을 내렸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거래 실명확인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의 직원 20명(정직 1명, 감봉(상당) 3명, 견책(상당) 7명, 주의(상당) 9명 등)에 문책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은 부산은행에 대출금리 감경제도를 개선토록 했다. 여신위원회가 여신승인업무를 하면서 일부 대출금리를 감경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세부기준을 마련․운용하는 등 관련제도를 개선하도록 했다. 또 대출금리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BS금융지주에는 리스크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조치했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어 동 위원회의 독립성이 결여돼 있고 위원회 구성원들이 금융 또는 리스크 관련 업무 경험이 없어 전문성도 취약하기 때문에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교체하고 위원회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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