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험, 제대로 관리 받고 있습니까

산업 / 전성운 / 2011-12-19 15:05:26
‘철새 설계사’ 논란 핵심은?

가입자를 유치해 수당만 챙긴 뒤 다른 회사로 옮기는 무책임한 '철새설계사'가 10명 가운데 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9명이 1년 안에 이직하는 보험사도 많았다. 설계사의 잦은 이직은 결국 고객에 대한 관리 소홀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도 관리부실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선지급 수수료가 ‘철새 설계사’ 양산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여전히 덩치 불리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올 9월 기준 보험사 전체 설계사는 지난 3월에 비해 약 1만명 가량 증가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무려 5000명 가까이 충원했다. 삼성생명은 ‘사이버FC’라는 새로운 조직에 대한 실험의 일환이라 밝혔지만 삼성생명도 ‘정착률’이 평균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라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것으로 보인다.


▲ 높은 판매수수료를 좇아 보험사를 옮겨 다니는 '철새 설계사'는 보험업계의 가장큰 골칫거리중 하나이다. 이들을 방치할경우 보험 가입자들이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고아계약'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유명 모바일 게임 '앵그리 버드'의 캐릭터.


보험사의 영업지점 입구에는 신입 충원 실적을 독려하는 ‘이달의 증원왕’ 포스터가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보험사는 신입 설계사를 유치하는 데 신경을 많이 쏟는다. ‘인맥’이 곧 보험계약으로 연결되는 보험 산업의 특성상 신규 영업인 유치가 곧 보험료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지난 14일 발표한 ‘보험사 모집조직 현황과 판매채널 효율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4~9월) 보험설계사의 ‘13월차 정착률’은 39.6%로 집계됐다. 이는 신입 설계사가 1년이 지난 시점까지 근무하는 비율로 낮을수록 해당 보험사에 ‘철새 설계사’가 많다는 뜻이다.


자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정착률은 평균 35.6%로 손보업계(46.6%)보다 11%포인트 낮아 전반적으로 생보업계에 종사하는 설계사의 이직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명이 입사해서 1년 뒤엔 4명만 남은 것이다.


특히 ACE생명(10.9%), AIA(12.0%), 동부생명(12.8%), 동양생명(17.9%) 등은 정착률이 10%대에 불과했다. KDB(20.2%), 라이나(21.2%), 우리아비바(21.4%), KB(24.9%) 등의 생보사들도 20%대의 저조한 정착률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하나HSBC생명은 10.8%의 정착률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낮았다.


◇ 수당 선지급이 문제


‘철새 설계사’란 높은 판매수수료를 좇아 이 보험사 저 보험사 옮겨 다니는 설계사를 말한다. 이는 보험사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양산되기 시작해 보험업계의 가장 큰 골칫거리중 하나이다.


문제는 ‘철새 설계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연락은 고사하고 꼭 알아야 할 계약 보험 정보마저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다. 보험 계약은 오래 유지할수록 좋은 법인데 일부 철새 설계사는 회사를 옮긴 후 자신이 맡아왔던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이 옮긴 회사의 새 보험을 들도록 부추기는 경향마저 있다.


이렇듯 ‘철새 설계사’가 많아지면 고객이 보험료를 불가피하게 연체해야 하거나 보장항목을 조정해야 할 때 자신의 상황을 잘 아는 설계사의 조언을 구하기 어렵고,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계약’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과도하게 지급되는 선지급 수수료 중 일부를 유지수수료로 전환하는 분급방식으로 수수료 체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는 보험판매자에게 보험을 판매한 대가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때 지급하는 선지급 수수료와 보험이 해약되지 않고 유지됐을 때 지급하는 유지수수료 이 두 가지로 나누어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선지급 수수료가 외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아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보험사들이 판매자에게 과다하게 선지급 방식으로 수수료를 지급하면 미래를 위한 투자재원이 감소해 보험 단기 해약 시 환급금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과다한 선지급 수수료는 환급금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보험판매자들로 하여금 일단 팔고보자는 심리를 부추겨 불완전 판매의 주된 원인이 되고 수수료를 챙긴 후 다른 보험사로 이직하는 철새형 판매자를 양산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보험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영업비용을 증가시켜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보험판매자 입장에서도 영업성과가 좋을 때는 수입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 소득이 크게 줄어 안정적인 소득 유지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보험 설계사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한 대형 대리점 관계자는 “선지급 수수료를 축소하면 당장의 어려움은 많겠지만 수수료율을 깎지 않고 지급방식만 분급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경한다면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초기 6개월에서 1년 정도 잘 버텨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영업을 잘하는 사람을 제외한 저소득 판매자 층은 이번 달 나오는 선지급 수수료로 다음 달 생활비를 충당하는 게 현실이다”라며 “선지급 수수료를 줄이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대거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해 줄 설계사가 없는 ‘고아계약’처지가 돼 또다시 조기해약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줄이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오히려 소비자 피해를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한시적으로 분급으로 지급될 모집수수료를 담보로 ‘약관대출’같은 방식의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간 선지급수수료 제도에 따라 움직이던 영업환경의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 보험업계, 오직 ‘덩치 불리기’


보험업계는 이런 요구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분급수수료는 보험계약이 끝까지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차후에 지급될 수수료로, 이를 담보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설계사 대상 신용대출 외에는 금융지원 같은 것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철새 설계사’문제 해결보다는 여전히 설계사 조직 덩치를 키우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보험회사들의 영업조직은 올해 상반기 동안에만 1만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말 기준 전체 보험사의 설계사 조직(전속설계사+대리점 소속 설계사)은 36만5670명으로 지난 3월 말 기준 35만5296명에 비해 1만374명 늘어났다.


특히 삼성생명이 4945명을 추가로 뽑으며 생명보험사의 전속 설계사 증가세를 주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들은 지난 6월부터 등록되기 시작한 사이버FC”라며 “재택근무를 위주로 하는 주부들로서 삼성생명이 실험적으로 시도하는 영업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보험사들은 신규 설계사를 유치해 조직 규모를 늘리는 데 사활을 거는 분위기”라며 “보험영업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 이외에 질적 성장을 고려해 신입 설계사 선발 요건을 강화하고 기존 설계사의 영업 능률을 제고하는 방안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수 설계사를 붙잡기 위한 보험사 간의 경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설계사 개인의 이직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수당만 잔뜩 챙기고 이미 판매한 보험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 채 회사를 옮기던 ‘먹튀’ 설계사들은 걸러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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