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정책, '어설프니 서민만 고달파'

산업 / 장우진 / 2011-12-19 14:13:34
2금융권 성장세, 은행권 4배…'풍선효과' 현실로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가계부채 급증 우려에 최근 정부는 강한 압박조치로 부채억제에 나섰지만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오히려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3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자산도 900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은행권에 비해 4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가계부채 억제정책 실효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카드사·2금융권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통해 부채억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 바로 카드론·2금융권·대부업체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였다.
저축은행은 올해 영업정지 등 여파로 인해 증가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4대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저축은행을 인수한 만큼 내년에는 보다 공격적 운영에 나설 것으로 보여 2금융권 몰리는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금융위는 대책마련에 나설 방침을 보였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금융권, 은행권 비해 4배 이상 성장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말 기준 289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452조임을 감안했을때 약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2금융권 가계대출은 올 하반기에만 13조500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이 9조6000억원 증가한 것보다 액수도 더 많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 이후 3개월간 2금융권의 가계대출은 약 1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바 있다.
월별 증가액을 살펴보면 7월 2조2000억원, 8월 3조9000억원, 9월 2조3000억원, 10월 2조5000억원, 11월 2조6000억원으로 매월 2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이 가계대출 증가는 2금융권 자산확대에도 영향을 끼쳤다.
2금융권의 총 자산은 지난달 말 기준 889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 6월말 총 자산(610조4000억원)에 비해 3년만에 무려 45.7%(278조7000억원)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은행권을 보면 총 자산 1737조3000억원에서 1916조3000억원으로 10.3%(179조)의 증가세를 보였다. 즉 은행권에 비해 4배 이상의 성장한 것이다.
업권별로 따지면 신협이 65.7%, 카드·여전업 60.8%, 보험이 42.5% 성장했다. 반면 저축은행은 올해 영업정지 등 여파로 인해 21.6%의 성장세를 보여 다소 둔화된 모습을 띄었다.



◇가계대출, 은행권↓·2금융권↑…풍선효과 현실로


이 같은 2금융권의 자산증가와 가계대출 확대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에 의한 풍선효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자 8월 18일 시중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월의 0.6% 이내로 맞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같은 압박정책에 은행들은 8월 말까지 ‘대출 전면중단’이라는 극단의 카드로 대응했다. 규제를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면서 금융당국의 강제압박 조치에 대한 반발심도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대출의 우선순위를 매겨서 꼭 필요한 자금은 나가야 한다”고 사태진화에 나섰으나 카드사·2금융권에 대한 압박조치도 더욱 강화했다. 풍선효과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9월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재개했지만 대출심사가 강화되고 금리도 인상돼 은행들로부터 대출을 받기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 계속됐다. 이에 서민들은 발길을 돌려 2금융권을 찾았다.
은행 가계대출은 7월 2조2000억원, 8월 2조5000억원 증가에 비해 9월에는 5000억 증가에 그치며 확연한 둔화세를 보였다. 반면 2금융권의 대출증가폭은 2조원을 웃돌았으며 8월에는 4조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고금리에 서민부담 가중…금융당국, 대응책 마련 고심


2금융권에 수요가 몰리게 되면 금융시장 불안감이 확대되고, 고금리에 서민들의 부담도 가중된다.
실제 시중은행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금리를 인상시켯으며, 2금융권도 덩달아 금리인상에 나섰다. 9워 저축은행 대출금리는 연 17.50%로 전월 대비 2.43%나 오르며 사상 최고를 기록한바 있다. 신용협동조합 역시 대출금리를 연 7.35%로 올렸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가계부채는 892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45조6000억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가계부채 증가액은 6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가계부채 증가액이 6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06년과 2010년 두 번 뿐이다. 당시에는 부동산 호황·경제회복 기대라는 부분으로 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는 반면 올해는 글로벌 경제위기·소비자 물가 증가에 따른 말 그대로 ‘생계를 위한’ 대출이 증가했다는 것이 문제다. 생계를 위한 대출임에도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고금리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또 4대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대형 증권사들까지 저축은행을 모두 인수한 만큼 올해 성장이 부진했던 저축은행 부분도 내년에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 6월 가계부채안정 종합대책으로 은행권은 안정되고 있지만 풍선 효과로 제2금융권 가계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제2금융권 가계 부채가 늘지 않도록 총량규제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에는 가계대출을 단기에서 장기로,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이자 상환에서 원리금 상환으로 전환되도록 몇 가지 정책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도 농협 조합과 신협을 비롯해 50개사를 선정해 늦어도 내년 2월 말까지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금융위원회도 300만원 초과 대출을 받는 대부업 이용자들을 상대로 대부업체의 변제 능력 조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책 당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협, 농협, 대부 업체를 비롯한 금융권을 겨냥한 전방위적인 경고나 대책을 쏟아내는 이면에는 이른바 가계대출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는 만큼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것로 풀이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2금융권 대출은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만큼 부실요인이 크다”며 “여러 정책수단을 검토해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4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5
    하이트진로, 익산 4% 물량 전주로·베트남엔 7700만달러…생산자본 재배치

    하이트진로, 익산 4% 물량 전주로·베트남엔 7700만달러…생산자본 재배치

    하이트진로(대표 장인섭)가 국내 생산자산은 효율화하고 신규 자본은 해외 성장거점에 배치하고 있다. 전체 소주 생산의 4%를 맡는 익산공장을 전주로 통합하는 한편, 베트남에는 첫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국내의 중복투자는 줄이고 성장 가능성이 큰 해외에 생산자본을 투입하는 구조다.26일 토요경제가 하이트진로 공시와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회사는 오는 1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