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막장 드라마와 ‘莫上莫上’, 네거티브 선거전

산업 / 김형규 / 2014-05-30 17:42:22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출생의 비밀’, ‘불륜’, ‘신데렐라’, ‘알고 보니 재벌 아들딸’


아쉽게도 우리 선거판에는 아직 이런 게 없다. 이런 것이 있으면 막장드라마만큼 시청률이 나왔을 텐데 없어서 아쉽다.


그 대신 시청률 올릴 소재로는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논문 표절’, ‘투기 의혹’, ‘아내 출국설’,‘부친 종북설’ 등이 있다. 사실 입에 담기 부담되지만 가끔은 시청률 올리려는 후보의 ‘불륜설’도 있다.


이번 6·4지방선거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선거운동 기간이 짧았다. 하지만 여타 선거보다 조용히 치러질 것이라 생각했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각 후보자들은 저마다 얼굴 알리고 정책 알릴 기회가 짧았다는 이유로 지지율 격차 만회를 위해 ‘정책선거’보다 ‘네거티브 선거’를 택했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 평가받고 정책을 나타내는 선거는 온데간데없고, 폭로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국가적·지역적으로 시민의 안전을 어떻게 지키고 고양시켜 나가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여야 후보들은 여기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전에서 정몽준·박원순 후보 측 간에 벌어지는 ‘아내 행방 논쟁’이나 ‘부친 국가관 논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의 빌미는 새누리당 정 후보 측이 제공했다. 정 후보 측이 “새정치연합 박원순 후보 부인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며 “항간에는 박 후보가 부인을 감추고 있다는 소리도 들려온다”고 공격했다. 정 후보 측이 아내의 행방에 의문을 제기하자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인 가족이라고 아무 근거 없이 고통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추악한 선거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없게 뿌리 뽑겠다”고 반박했다.


원칙적으로 선출직 고위 공무원 부인의 움직임이 사생활 보호라는 이유로 감시 대상에서 배제될 순 없다. 하지만 문제제기에는 합당한 근거와 공익적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정 후보 측은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전형적인 ‘아님 말고’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그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제기를 했으면 상대의 불법적이거나 부도덕한 부분을 사실에 근거해 제시해야 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의 대응도 시청률 올리기에 충분했다.


당 부대변이라는 사람은 “1992년 정몽준 후보의 부친 정주영 명예회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부인 변중석 씨는 어디에 계셨나”라며 역공을 퍼부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 “정 명예회장은 1998년 북한을 방문하면서 ‘존경하는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호칭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정 후보의 논리대로라면 정 명예회장도 종북인가”라고 물었다. 정 후보가 줄곧 박 후보의 국가관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한 반격이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 후보의 작고한 부모까지 네거티브 소재로 삼은 것은 도를 넘어선 것이다.


네거티브 선거라고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다. 사실에 입각해 문제제기를 할 경우 공익적 검증 효과는 있다. 사실적 근거가 있느냐, 공익적 목적이 있느냐가 ‘막장드라마’와 ‘네거티브 캠페인’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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