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블랙록 1조 투자' 독인가? 약인가?

산업 / 민철 / 2017-09-08 17:18:04
산업은행, 10조 자금 지원책 ‘오리무중’<BR>다급한 현대, 블랙록 1조 ‘가뭄의 단비’<BR>국가 전략 자산, 외국자본 투입에 '우려' 시각도
<사진출처=연합뉴스>

[토요경제=민철 기자]지난해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 경영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는 현대상선이 최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으로부터 1조원 가량 투자 제안을 받으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 7위에 올랐던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현대상선은 국내 유일의 국적 선사가 됐다.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악전고투 중이지만 머스크라인, 에버그린, OOCL 등 글로벌 해운사와의 경쟁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적으로 자금 수혈을 추진해 왔다. 정부는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이후 유일하게 남은 국적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에 1.5조원 가량을 투입해왔지만 글로벌 해운사와의 경쟁을 벌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14위 해운사라고 하지만 글로벌 해운사와의 ‘체급 경쟁’에서 뒤쳐져 있는 현대상선으로선 블랙록의 1조 투자 제안은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해운업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불리고 있는 글로벌 경쟁사들과 맞붙기 위해선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블랙록의 투자로 현대상선이 단숨에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덴마크의 머스크라인은 이미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면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세계 1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글로벌 해운사들은 물동량 증가와 운임 상승에 힘입어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대부분 흑자로 돌아서고 있는 반면, 현대상선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스크라인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3억7600만달러(4200억원)를 기록해 글로벌 선사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남겼다. 에버그린(5900만달러), 양밍해운(400만달러), NYK(35억엔) 등 다른 선사들도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와는 반대로 현대상선은 지난 2분기 128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지난해 2분기(-2543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절반가량 줄었을 뿐이다.


일단 블랙록의 투자 제안은 현재 진행형이다. 현대상선측 관계자는 “블랙록 측이 투자제안서를 보내온 건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제안 내용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특히 산업은행과 협의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은행측은 “(외자유치 등 자본확충은)회사의 경영 정상화 방안의 일환”이라며 “현대상선에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피해갔다.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지만 거듭되는 연속 적자로 블랙록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블랙록이 투자 조건으로 이사 한 명 파견 외에 부산과 인천항만 등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명확한 블랙록의 옵션 사안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부와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국적 해운사가 하나로 줄어든 만큼 현대상선에 10조원 규모의 자금지원 가능성이 업계 안팎으로 제기되면서 블랙록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10조원 지원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일각에선 블랙록의 투자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전략 자산의 경영권을 너무나 쉽게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현대상선이 우리나라의 전체 물동량을 책임지고 있고, 해운은 유사시에 전략물자를 수송해야 하는 전략 자산인 만큼 국가차원의 전략적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자본과 금융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우리나라 유일의 국적 선사로 현대상선이 갖고 있는 의미는 남다르다”며 “현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국가지원책, 투자 등)여러 방안이 있지만 (블랙록 투자는)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충고했다. 이어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현대상선이 물류수송의 중심축에 있는 만큼 단순히 금융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막대한 부가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와 동시에 ‘제2 론스타 사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블랙록은 전 세계적으로 5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최근 방산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6.50%로 늘리면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KAI 주가는 악재 속에서도 블랙록의 지분 취득으로 인해 상승세를 이었다. 아울러 블랙록은 금호석유화학(7.1%), 두산밥캣(10.7%)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여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가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토종기업이자, 해운업 전체적 시각에서 정부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라며 “과거 소버린 사태나, 론스타 사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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