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휘몰아치는 司正삭풍 , 재계 ‘시계제로’

산업 / 민철 / 2017-09-06 18:24:46
검찰‧경찰‧국세청‧공정위 대대적 사정 분위기<BR>대외 리스크 속 대내 불확실성에 경영 ‘위축’<BR>“숨 쉴 틈 없다”는 재계…국가 경쟁력 하락 우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에게 지급된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를 '통상임금'으로 인정, 사측이 근로자들에게 3년치 4223억원의 밀린 임금을 추가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도 광명시 소하리 기아자동차 공장.<사진=연합뉴스>

대(對)기업을 향한 문재인 정부의 사정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기업 수사가 검찰은 물론이거니와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까지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 청산’ 과 ‘재벌 개혁’ 기조 속에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는 기업 경영은 ‘시계제로’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더욱이 문재인 정권 초기부터 불고 있는 사정 삭풍이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이미 대외적 리스크에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시름은 날로 깊어가고 있다.


사정 기관들은 각기 새로운 진용을 구축하고 문제의 기업들에 대한 수사와 조사를 본격화 하고 있다. 검찰은 검찰총장을 비롯한 주요 수사라인에 ‘특수통’검사를 전면 배치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국’을 출범시켰다. 또한 국세청도 ‘대기업‧대자산가 변칙 상속‧증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는 등 기업 전반에 걸쳐 사정작업을 본격화 할 태세다.


검찰은 국내 최대 방위 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 비리 의혹과 수천억원대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고, 여기에 인사 청탁 문제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도 기업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미 삼성과 대한항공 아시아나,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재벌 총수들의 자택공사 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한남동 삼성그룹 일가 자택 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 했고,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 공사와 관련해서도 회사 자금이 공사비로 유용된 정황을 잡고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또 경찰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가 1200억 원 규모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매입한 혐의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출자한 회사인 현대글로비스가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통한 비자금 조성 여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세청은 이미 (주)한화의 방산부문과 한화테크인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으며, 최근 대림산업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 21.6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오너일가의 핵심 계열사다. 따라서 이번 조사가 총수를 겨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는 김상조 체제에서 기업집단국을 신설, 인력을 대거 투입해 대기업 집단을 감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하도급, 가맹점, 대리점, 대규모유통 등 갑질근절 대책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등을 도입키로 하며 주요 프랜차이즈, 유통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거대 독과점 기업의 규모를 강제로 줄이는 ‘기업분할명령제’의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직접 나서기 전에 대기업이 스스로 일감몰아주기나 지배구조 등을 개선하라며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기업들에 자발적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에 페널티를 적용하겠다는 압박이다.


기업이 시장 정상화와 적폐청산이란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하더라도 대대적 사정 분위기가 기업 경영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미국 석유화학회사 엑시올 인수 목전에 갔다가 관련 사업을 접었고, 총수 부재가 장기화 하고 있는 삼성은 인공지능(AI) 분야의 글로벌 업체 인수를 앞두고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가 본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경제 주체들의 적극성이 결여된 기업 경영은 자칫 글로벌 경쟁력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THAAD)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에 이어 미국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문제, 대북 리스크 등으로 대외 악재가 중첩돼 기업 경영 환경은 날로 악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고, 통상임금 판결과 최저임금 상승은 기업의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숨 쉴 틈이 없다”“국내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산업계의 호소를 그냥 볼멘 목소리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외적 환경을 차치하더라도 내부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면서 “밖에서 한숨 돌리면 또다른 악재에 내몰려 우왕좌왕하는 순간에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은 퇴부 할 수밖에 없다”고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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