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힘든 나라' 韓…임금격차·처우·스트레스 '최악'

산업 / 여용준 / 2017-03-23 14:43:26
실업급여, OECD 꼴찌 수준…中企·여성 근로자 더 힘들다
▲ 자료 일러스트. <사진=픽사베이>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처우가 갈수록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과 여성 근로자들의 경우 대기업과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3일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 실린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한 근로자 보호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OECD 주요 국가와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보장 정도는 ’최하점‘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한국은 고용보험에 가입해 요건을 갖춘 근로자에게 실직 후 가입 기간과 나이에 따라 3∼8개월간 실업급여를 준다.


OECD 회원국 중 2010년 기준으로 자료가 있는 29개 국가의 40세 근로자를 비교한 결과 최대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 기간은 7개월이었다. 비교 대상 중 체코·이스라엘·슬로바이카·영국 다음으로 짧았다.


보고서를 쓴 성 위원은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시기에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이들의 취업 연구 통계를 제시하며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턱없이 짧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이들 중 1년 뒤 고용보험 가입까지 이뤄진 취업자 비중은 27.3%에 불과했고 2년 뒤에도 37.2%로 크게 늘지 않았다.


성 위원은 “실업급여 수급 기간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보호 기간이 짧아 실질적인 도움을 별로 주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긴 재취업 기간의 소득손실을 지원하기 위한 실업급여 강화는 1순위 개선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노동자들 중 중소기업 근로자일수록 처우는 더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완화 및 생산성 향상방안 토론회’에서 지난해 중소기업의 임금 총액은 월평균 323만원으로, 대기업(513만원)의 62.9%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정액 급여는 75.6%, 초과급여는 59.6%였고, 성과급 등 특별급여는 28.9%에 머물렀다.


중소기업 임금 총액은 1997년에는 대기업의 77.3% 수준이었으나 갈수록 낮아져 10여 년 째 60%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액 급여가 1997년 92.5%에서 지난해 75.6%로, 특별급여가 1997년 52.1%에서 지난해 28.9%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초과급여는 1997년 56.1%에서 지난해 59.6%로 격차가 약간 완화됐다.


여성 근로자의 경우 절반 가까이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30~40대 여성 가구주 근로자 절반가량의 정신건강 상태가 나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울산대 간호학과 이진화 교수팀이 안전보건공단의 2015년 근로환경조사 원자료를 토대로 가구주 성별이 여성이면서 임금 근로자인 4807명의 정신건강 상태 등을 분석한 내용이다.


전체 여성 가구주 근로자 중 정신건강 상태가 좋은 여성은 53.3%, 나쁜 여성은 46.7%였다.


여기서 정신건강은 세계보건기구(WHO)의 5가지 웰빙지수(5 well-being index)를 이용해 평가했다.


조사 대상 여성에게 즐거움·차분함·활기·상쾌·일상의 흥미 등 5가지를 질문해 6점 척도(0점 전혀 그렇지 않다, 5점 항상 그렇다)로 답하게 한 뒤 합계 점수가 13점 이하이면 정신건강이 나쁜 상태로 분류했다.


여성 가구주의 연령이 30∼49세인 경우 정신건강이 나쁠 가능성이 15∼29세에 1.31배 높았다. 사무직 여성보다 블루칼라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의 정신건강이 나쁠 가능성도 1.48배였다.


근로자들의 처우가 이처럼 열악한 가운데 국회는 최근 주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청년실업 상태가 심해지고 있어서 이 같은 법 개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이론상 줄어드는 근로시간만큼을 담당할 인력에 대한 고용이 필요하게 된다. 그만큼 일자리가 추가로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기업들 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반발까지 사고 있는 상황이다.


정욱조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은 현재도 인력이 없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정안대로라면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에 비용만 상승하고 일자리도 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충분히 두지 않고 시행한다면 기업에 미치는 인건비 증가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다”며 “기업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법 시행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근로자들은 “근로시간 단축보다는 최저시급 인상, 잔업수당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 “현행법이나 잘 지키는지 감시해라”, “있는 출퇴근 시간이나 잘 지키는지 감시해라” 등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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