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노조 일부 승소…38% 받는다

산업 / 여용준 / 2017-08-31 14:36:46
法 "4224억원 돌려줘야" 판결…'신의칙' 배제<br>기아차 "사실상 '1조 폭탄'…심각한 재정부담"<br>노조 "노동자 권리 보호받을 계기…항소 여부 검토"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기아자동차 본사.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6년여 시간을 끌어온 기아자동차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의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신의성실원칙’에 대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고 사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는 31일 오전 기아차 노조 소속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조 측이 요구한 정기상여금과 중식대, 일비 가운데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사측은 상여금과 중식대를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수당의 미지급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재판부는 노조 측이 주장한 근로 시간 수 가운데 일부는 인정하지 않았고 휴일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가산 수당 및 특근수당 추가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은 판결에 따라 기아차 측이 2011년 소송을 낸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금액으로 원금 3126억원, 지연이자 1097억원 등 총 4223억원을 인정했다. 이는 노조 측이 청구한 1조926억원의 38.7%에 해당한다. 2014년 추가로 소송에 나선 13명에게도 1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 총 4224억2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신의성실원칙’(신의칙)에 대해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의칙은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야 하고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의 기본 원칙이자 근대 사법의 대원칙이다. 한마디로 적정한 선에서 서로 타협하고 양보해 결론을 내리라는 규범인 셈이다.


기아차는 경영상의 중대한 어려움이 생긴다면 신의칙에 따라 노조 측 주장을 인정해선 안된다고 요구해왔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행사하는 것으로 신의칙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노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기아차가 (이번 판결로 인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할 상황’에 놓일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아차가 2008∼2015년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1조∼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해왔던 점과 2008년 이후 매년 직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왔으며 그 금액이 한 해에 최대 7871억원에 이르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가 내려진 31일 기아차 김성락 노조 지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기아차는 법원의 판결 직후 “청구금액 대비 부담이 감액되기는 했지만, 현 경영상황은 판결금액 자체도 감내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특히 신의칙(신의성실 원칙)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측은 법원이 422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부분에 대해 “사실상 1조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기아차에 따르면 4224억원은 2만7424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3년 2개월간의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해달라는 부분에 대한 판단금액이다.


하지만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3년분의 대표소송 금액을 전체로 적용하고 소송 제기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2014년 11월부터 2017년 현재까지 2년 10개월분 등까지 포함하면 잠정적으로 1조원 내외의 재정부담이 발생한다.


기아차는 상반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786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기아차는 1조원 내외의 재정을 부담해야 할 경우 하반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기아차는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적절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1심 판결이 향후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대응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산업협회도 이날 오전 입장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통상임금에 대한 노사합의와 사회적 관례, 정부의 행정지침,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막대한 부정적인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에 유감”이라고 전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기업 활동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기아차 노조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자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사측에서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하며 이를 계기로 미래지향적인 노사관계로 산업평화가 이루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기아차의 ‘1조 폭탄’과 관련해 “판결문을 토대로 정확한 금액을 계산하는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노조 측 김기덕 변호사는 재판부가 기아차 측의 신의칙 위반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노조는 앞으로 일정에 대해 판결문을 검토한 후 회의를 통해 항소 유무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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