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D-1…산업계 '초긴장'

산업 / 여용준 / 2017-08-31 14:49:40
경영계 "기아차 패소시 '3조원 폭탄'…협력업체 타격 불가피"<br>노조 "'3조원 폭탄'은 확대해석…정당한 댓가 받아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모습.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판결을 하루 앞두고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경영계에서는 최대 3조원에 이르는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물론 2만3000여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아차는 올해 노조 파업과 중국발 악재 등이 맞물려 적자전환은 물론 현대자동차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차와 두산중공업, 현대모비스, LS산전, 현대미포조선, 효성, 한화테크윈 등 115개 기업에서 통상임금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이번 판결이 앞으로 산업계 미치는 영향은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1부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기아차 생산직 근로자 2만7549명이 지난 2011년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미지급금 청구소송 1심 판결을 진행한다.


노조 측은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받지 못한 통상임금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기아차가 패소할 경우 생산직 근로자 1인당 ▲3년치 소급임금 최대 66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판결 시점까지 합산된 임금 매년 최대 1200만원 ▲소송 제기 이후 연 15%의 법정지연이자 가산금액 등을 한꺼번에 지급해야 한다.


재계에서는 이를 소송 청구인원 총수에 적용할 경우 회사가 감당해야 할 총 지급액은 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나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이나 일급, 주급, 월급, 도급 금액을 말한다.


초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변동상여금과 같은 ‘통상임금 연동수당’과 퇴직금, 사회보험료, 임금채권보장 부담금 등 ‘간접노동비용’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오르면 회사가 근로자에 지급해야 할 각종 수당의 금액도 커진다.


기아차는 중국 판매실적 악화에 파업 여파로 상반기 실적이 악화된 상태에서 통상임금 판결까지 패소하게 될 경우 올해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 7868억원, 당기순이익 1조15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4%, 34.8%가 줄었다. 여기에 통상임금 악재가 맞물릴 경우 기아차는 올해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사정도 현대차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월 이후 중국 판매량은 현대차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며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만8000대 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가 현대차보다 중국 현지 판매 상황이 더 악화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부품 공급을 중단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언제든 부품 납품을 중단할 업체가 생길지 모르며 이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기아차 임단협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2일 소하, 화성, 광주, 정비, 판매 등 5개 지회 조합원 2만8000여명이 지역별로 3시간에서 6시간씩 일찍 퇴근하는 부분 파업을 실시했다.


노조 측은 이후 통상임금 판결까지 파업을 자제하고 재판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판결 직후인 다음달 1일 차기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파업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소속 조합원들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편 지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가 있었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나 기업 존립 위협이 예상된다면 ‘신의성실원칙’ 위배를 이유로 소급분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의성실원칙(신의칙)이란 소급분에 대해서는 노사가 했던 합의를 지키라는 것으로 기아차의 경우 매년 진행한 임금협상에서 노사의 합의에 의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의칙에 따라 노조가 주장하는 과거 미지급 수당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같은 신의칙에 대해 “신의칙을 위반한 곳은 사측”이라고 반박했다. 기아차 노조는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경영계의 3조 핵폭탄 논리가 사실이라면 경영계는 법적으로 지급해야할 3조의 임금을 착취한 것”이라며 “통상임금 적용시 임금계산보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조합에서 법을 이행하라는데, 경영계에서 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은 계속적으로 불법·탈법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불법경영으로 기업을 운영하겠다는 적폐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노조 측은 이밖에 “법원의 통상임금 판례는 이미 1996년에 나왔음에도 노동부는 친사용주 입장의 행정지침으로 전체 산업계의 평화를 깨트렸다”며 “지금이라도 올바른 행정지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1995년 강원도 삼척군 의료보험조합 사건에 대해 “모든 임금은 노동의 대가”라며 종전 판례를 뒤집었다. 그러나 정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은 1988년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해석을 내놓은 뒤 바뀌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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