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자동차 불황…제조업 쏠림현상 '심각'

산업 / 여용준 / 2017-08-09 15:01:59
반도체, 인력·시설투자 늘어…車, 국내외 실적 부진에 파업·소송 '8월 위기설'<br>'반도체 착시효과' 경계 목소리…평균 가동률 금융위기 이후 '최악'
평택 고덕 삼성전자 반도체단지 모습. <사진=삼성전자>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국내 제조업계에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슈퍼사이클’을 타고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업계는 시설투자가 늘면서 ‘인력 모시기’에 나선 반면 국내 산업을 이끌던 자동차업계는 국내외 불황과 파업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구조조정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 반도체 ‘호황’…인력·시설 투자 늘어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기술직 등 잇딴 경력직 채용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28일까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내 메모리 사업부(화성 사업장)에서 일할 경력직 채용 공고를 냈다.


채용 부문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디자인, 디바이스 프로세스, 마케팅, 생산기술 등이며 지원 자격은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2017~2018년 박사학위 취득 예정자, 석사학위 소지자로 6년 이상 경력 보유자, 학사학위 소지자로 8년 이상 경력 보유자 등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일부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인증 등 기술 관련 3개 분야에 대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지원 자격은 8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전기·전자·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학사 이상 학위 보유자 등이다.


SK하이닉스는 이밖에 D램 테스트 솔루션, 메모리 시스템 아키텍쳐 설계 등에 대한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반기 대규모 설비 투자계획을 내놓은데다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문인력 확보에 나선 상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2분기 반도체 부문에만 7조50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진행했다. 하반기에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투자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시설투자에만 9조6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6조2900억원에 비하면 무려 53%가 늘어난 수준이다. 이밖에 2019년 상반기 완공 예정인 SK하이닉스는 D램을 생산하고 있는 중국 우시공장의 증설과 청주 신규 생산설비 완공 시기도 내년 4분기로 앞당겼다.



서울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 모습. <사진=연합>

◇ 車업계, 국내외 부진에 파업·통상임금 소송까지


반도체가 이처럼 인력과 시설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자동차 업계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 시장의 부진과 국내에서 연이은 판매량 감소 등으로 위기인데다 대미 자동차 수출 위축,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 선고와 파업 등이 예고돼 업계에서는 ‘8월 위기설’까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정부 이후 한·미 FTA에 대한 개정협상이 이뤄지면서 자동차 산업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은 양국 무역수지 불균형의 약 70%를 자동차가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미국시장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에 이어 미국까지 위축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 전반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여기에 국내 자동차 기업 중 쌍용자동차만이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상태라 연쇄적인 파업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10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4시간씩 부분 파업을 실시한다. 한국GM과 기아자동차도 파업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이 가운데 기아차는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도 휘말려 있는 상태다.


9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선고 기일을 당초 오는 17일에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률적 쟁점 검토 작업을 거의 마쳤으나 원고 목록 확인 등 추가 검토가 필요해 추후 선고기일을 정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상임금 소송은 지난 2011년 기아차 노조원 2만7000여명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그동안 밀린 임금 소급액을 지급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다.


기아차가 소송에서 패할 경우 3조원이 넘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실적 악화가 맞물린 시점에서 소송에 패할 경우 기아차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반도체 착시효과’ 경계…제조업 실적 ‘최악’


한편 업계에서는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와 조선, 철강 등 제조업 여러 분야에서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닥친 2009년 1분기 6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 66.4% 이후 최저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제조업의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실적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2011년 3분기 80.9%를 기록한 후 단 한 번도 80%대를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2012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평균 가동률 뿐 아니라 생산능력지수를 살펴보면 반도체에만 산업이 집중돼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생산능력지수란 인력·설비·조업시간 등이 정상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가능량을 지수로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256.5로 2010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은 99.6을 기록해 2012년 101.6보다 떨어졌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도 2014년 107.8까지 성장했지만 올 2분기 105.1로 떨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업종은 잘 나가지만 대부분 산업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기업의 해외이전 등으로 인한 중소업체의 구조조정, 중국의 부상 등도 제조업 가동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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