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증권사의 발행어음 사업…시장만 혼탁하게 만들 것"

산업 / 유승열 / 2017-11-13 17:36:35
한투에 이어 나머지 증권사도 내년엔 사업영위 가능성 ↑<br>은행권 "사업영역 겹쳐…은행 밥그릇 빼앗아 증권 키우기" 지적
<사진=한국투자증권>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증권사 5곳이 초대형 투자은행(IB) 사업 인가를 받았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에는 한국투자증권에 한해 허용받은 어음발행 등 단기금융업에 대한 인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증권사가 은행과 경쟁을 벌여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정례회의에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금융위가 2011년 7월 초대형 IB 육성 계획을 발표한 지 6년 4개월 만의 일이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갖추면 초대형 IB로 지정되고 자기자본 200% 한도에서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하는 등의 단기금융을 할 수 있다.

증권사 5곳은 우선 기획재정부에 외환업무 변경 등록 절차를 거쳐 이달 말부터 초대형 IB로서 역할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행어음 사업은 유일하게 인가를 받은 한국투자증권 만이 시작할 수 있으며, 다른 4개 증권사는 일단 외환업무만 진행하게 된다.


4곳의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인가를 받지 못한 것은 대주주 적격성과 자본 건전성 등에서 걸림돌이 작용한 탓이다. 삼성증권은 국정논단 사태와 관련 최순실씨와 관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행돼 심사가 보류됐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에 대한 심사는 지연됐다. 여기에 미래에셋증권은 유로에셋투자자문사 옵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은 게 문제가 됐으며 NH투자증권은 지난 6월 말 현재 3조6000억원 수준의 채무보증과 주요주주로 참여한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의 인허가 특혜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증권업계는 4곳의 증권사도 앞으로 발행업무 사업에 대한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한투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당국이 시일이 걸리더라도 심사를 통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다른 증권사들도 사업 인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은행권에서도 이에 대한 반발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놓고 은행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초대형 IB 발행어음 업무 인가 추진이 부적절하다면서 이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연합회는 당초 신생 및 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초대형 IB 도입취지와는 달리 기업 신용공여 범위가 한정돼 있지 않아 다른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업무를 맡으면 은행의 기존 업무영역을 침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파는 것은 일반 은행 예금과 다를 것이 없고 조달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도 기존 은행업무와 겹친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그동안 초대형 IB로 발돋움하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6년 4개월 동안 덩치만 키웠지 IB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과 증권사들이 초대형 IB 육성 정책을 발표했을 때부터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결국 은행들은 그 길을 포기했고 증권사들은 초대형 IB라는 목표를 달며 덩치만 키우며 사업 인가를 내달라고 요구했을 뿐, 초대형 IB로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능력은 키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초에 당국의 육성 계획은 초대형 IB 육성을 통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성장이 목표였지만, 그동안 증권업계가 보인 모습을 보면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며 "결국 당국의 성급한 판단에 국내 금융시장은 혼탁해지고, 증권사들은 타 업권의 밥그릇을 빼앗아 금융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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