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최근 들어 ‘건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오너리스크가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안팎의 부침은 많았지만 기업의 이름만큼이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전세계를 누비며 기업 가치를 선도했던 일선의 회장들이 건강 문제로 흔들리며 그룹 전체에도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거인 이건희의 부재 … 삼성의 시스템 경영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보다 강한 브랜드로 꼽히는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호흡곤란증세로 자택 인근 순천향대학 병원 응급실에서 심폐소생술과 긴급치료를 받은 이 회장은 이후 서울삼성병원으로 옮겨져 ‘스텐트’(stent) 삽입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순천향대학 병원의 응급처지가 완벽하게 이루어졌으며 시술도 문제 없이 진행됐다”고 밝히며, 이 회장이 순조롭게 회복중이라고 밝혔다. 60시간에 걸쳐 저체온 치료를 받고 진정제를 투여하며 수면상태에서 진정치료를 진행했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꾸준히 이 회장의 위독설과 함께 심지어 사망설까지 등장했다. 이 회장은 1990년 말, 폐 림프암으로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고, 지난해에도 폐렴으로 입원하여 삼성그룹의 신경영 20주년 기념행사가 연기되기도 하여, 호흡기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번 문제가 단순하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병원 측은 물론 삼성그룹도 적극적으로 이에 대해 사실무근임을 강조하고, 악의적인 루머에 법적대응의 원칙을 천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일에는 이 회장이 회복세를 보이며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 회장의 건강에 재계는 물론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은 삼성이라는 ‘공룡 그룹’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커다란 판도 변화로 보는 시각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에서는 이 회장이 차지하는 상징적‧실질적 비중이 큰 만큼 공백 자체가 큰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등장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입원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오히려 주식은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그룹 전체 역시 큰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한 위기 관리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 되어 있고, 계열사 CEO들이 각 분야에서 역할을 담당하는 체제가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몇 년 전부터 빠르게 진행됐던 3세 경영 체제로의 전환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는 만큼 큰 흔들림이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 특유의 ‘시스템 경영’은 물론,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여서 현재의 상황에 대해 큰 동요 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룹의 핵심 김승연 … 한화 비상경영위 ‘분전중’
지난 19일 치료와 요양을 이유로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승연 한화그룹의 빈 자리도 우려만큼 크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카리스마형 리더의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김 회장은 여전히 한화그룹의 중추적인 인물로 이라크 공사 수주 등을 직접 나서 진행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김 회장의 사법처리 등의 문제는 김 회장 개인은 물론 한화그룹의 해외 사업 등 그룹 전반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함께 벌금 50억 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받으며, 구속 신분은 면했지만 현장으로의 복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건강상태 악화로 인해 구속 수감 중이던 지난해 1월, 구속집행정지 처분과 함께 서울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 회장이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하면서 경영 일선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한화그룹 측은 김 회장의 건강 상태가 여전히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는 점과 현재 김 회장이 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점 등을 근거로 들며 부인하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의사 결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에 이어 차남인 김동원 씨가 한화L&C 소속으로 그룹에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 수업에 나서고 있다.
비상경영위는 지난 해 4월부터 구성되어 가동되고 있으며, 지난 4월,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퇴임 이후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김창범 한화L&C 사장을 추가로 위촉하여 재정비 한 바 있다. 한화의 주력 사업인 금융, 제조, 서비스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새로 위촉된 방 사장과 김 사장이 제조 부문을 책임지고, 홍원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회장이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비상경영위원장은 금융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김연배 한화투자증권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구속과 건강악화 이재현 … CJ,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
탈세·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후 신장이식수술 등으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서울대 병원에 입원중인 이재현 회장의 부재로 CJ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그룹경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이미경 부회장, 이채욱 CJ주식회사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이 참여 하고 있는 그룹경영위는 이 회장의 부재를 최소화하고 그룹 경영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회장의 경우 1남 1녀를 두고 있지만 장녀인 경후씨가 2012년 초 계열사인 CJ에듀케이션즈에 입사한 후 현재 오쇼핑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선호씨는 지난해 ㈜CJ에 입사해 있어 아직까지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에는 이른 것이 사실이다. 이들 남매가 아직 20대인만큼, 이 회장의 건강과 사법처리 문제 등이 장기화 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그룹경영위를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가 이어지고, 3세들의 경영수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항암치료 조석래 … 효성, 사실상 경영승계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이 분식회계 혐의로 재판에 기소되어 있으며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세 아들 중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지난 해 2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현재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전략본부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회사 지분을 확보하며 오너 일가 지분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조 사장은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며 조 회장과 함께 2대 주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효성은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으며 사업부별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경영 외적인 변수로 인한 충격을 줄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이 각자 자신이 맡고 있는 부문에서 충분한 경영실적을 검증 받고 있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자연스러운 결정만 남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효성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장남 승계’로 후계 구도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조 사장이 아버지와 함께 횡령·배임·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어 향후 법원의 판결에 따라 다소간의 변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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